Grimes - Miss Anthropocene [The Guardian]

* 이 글은 The Guardian의 리뷰를 의역, 편집한 것입니다.

지구 환경 위기의 여신에 대한 콘셉트 앨범, 그라임즈의 다섯번째 앨범은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혼란스럽지만 매혹적인 서사이다.

Miss Anthropocene의 탄생은 고난했다. 2017년 앨범 계획이 발표된 이후 곧 아티스트와 음반사간의 마찰 끝에 궤도를 벗어났고, 트랙 순서는 계속 바뀌었으며, 묵직한 컨셉이 생겼다. Grimes가 말하기를, Miss Anthropocene는 기후 변화를 사악한 여신으로 의인화하는 아이디어에 기반한 작업이라고 한다.(그녀는 항상 헐벗고 있으며 0상아와 석유로 만들어졌다) 그 이름은 "misanthrope(염세주의자-역주)"와 "Anthropocene epoch(인류세:인류가 지리적 시대구분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구분명이나 공인되지 않음-역주)"의 합성어이며, 그 이름처럼 이 세계의 파괴를 축하하는 인물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 그저 혀를 차는 수준의 작곡가들의 표준적인 태도들보다는 그녀만의 모습이 보이지만, 우리 앞에 이제 모습을 드러낸 진짜 앨범은 The Beatles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떠오르듯이 추상적인 작업물이라는 인상이 명료하다: 제작자가 두세 곡 뒤에는 다소간 내려놓을, 무지막지한 주제를 들고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라임즈가 "This is the sound of the end of the world," 'Before the Fever'에서 슈게이징 스타일의 기타 소리에 맞추어 내지르듯 노래하는 등의 장면에서는 Miss Anthropocene의 개념이 이 앨범에서 실재하는 듯 느낄 수 있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 앨범은 기후 변화보다는 그녀의 삶에서 최근 일어난 일들의 영향을 훨씬 강하게 받았다는 인상이다. 이미 미디어를 뒤덮은 그녀의 이름이 평론가들에게 호평인 그녀의 앨범의 판매고-그녀의 앨범 중 가장 잘 팔린 앨범은 'Visions'로 빌보드 98위에 올랐을 뿐이다-를 아득히 넘어선 거인으로 그녀를 세웠고, Elon Musk의 팔에 안긴 그녀의 목격은 그녀의 프로필을 더더욱 치솟게 만들었다.

미국, 인디의 도덕이라고 부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보다도 깐깐하게 구는 바로 그 곳,에서 둘의 소식은 'Idles(브리스톨의 밴드, 강렬한 색으로 이름높다-역자 주)'의 리드 보컬이 Katie Hopkins(영국에서 굉장히 논쟁을 좋아하는..논객-역자 주)랑 결합한다는 소리같이 퍼졌다.

짚이는 대로 이해해보자면, 그녀의 연애에 대한 결정 때문에 생긴 허무주의의 살아있는 화신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었나 보다. "Love is the thing that's fucking up my career," 그녀가 한 인터뷰어에게 항변했던 말이다."My reputation is at an all-time low."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말도 했었다. 이는 Miss Anthropocene의 기저에 자리한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그녀의 답가이다. Miss Anthropocene에서 그녀는 그녀와 동침하는 누군가 때문에 지옥으로 끌려가는 상상을 하는 곡으로 앨범을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두드리는 베이스 위의 인더스트리얼 노이즈, 묵직한 드럼이 쿵쿵대고 그녀의 숨찬 목소리가 희열에 벅차 경고한다-곡이 곧 코러스에 이를 듯 용솟음치다가도 어딘가 칠흑 같은 어둠과 무경황의 세계로 뒷걸음질치기도 하면서.

만약 이 앨범이 컨셉트 앨범이라고 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보다는 현시대에 유명인이 가진 내면의 독에 관한 앨범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Miss Anthropocene는 꽤 잘 만들어지기도 했다; 공상과학같은 배경에서 그 중심의 감정은 다소 평온하지만, 현실감이 흐르고 또 와닿는다. 곡이 우리를 분착하고('Darkseid'에서의 혼이 나간 듯한 중국어 보컬은 'David Bowie'의 'It's No Game'에서 'Michi Hirota'가 만드는 혼란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 항거하는 ('Violence'에서) 장면이 교차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대드는, 정확히 지금-나를-좋아하니?같은 질문은 지나치게 명백한 모습보다는 다양한 그림자 속에서의 우울한 분위기가 과만하며 정도가 조절된다.

모든 음악적 실험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발리우드 샘플, 찢어지는 듯한 드럼 앤 베이스와 '4AM'의 1노트 코러스는 흥미롭다기보다는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많은 실험들은 훌륭했다. 'IDORU', 그래, "아이도루"는 로우파이로 만들어낸 사랑노래와 멜로딕한 분위기로 치장한 사랑꾼처럼 보이다가도 혼란스럽고 어두운 내면을 훌륭하게 표현한다.

Miss Anthropocene는 그 이름이 내미는 거창함같은 것은 없는 개인적인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앨범은 기후변화 담론에 많은 공헌을 할 수는 없겠지만, 유명인의 마음 속 어둠이 얼마나 강력하고 또 매혹적인지를 나타내고 있는 작업물로는 얼마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Rating : 4/5 (★★★★☆)


잡지사, K-POP, 동양계 미국인들, 일론 머스크.. 그녀는 그녀의 주변(진짜 주변인가?)을 둘러싼 이름으로 너무나도 많이 호명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삶에 관심이 크지도 않기에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어 이렇게 개인적이라 불리는 작품을 접할 때는 지레 겁을 먹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이름이라지만, 어차피 저는 빌보드의 꼭대기와 매일 인터넷 언론의 1면을 다투는 이들의 삶에도 관심이 없는걸요-그들이 제 업무 분야에 대한 사건을 일으켜주지 않는다면...-

이미 몇곡이 싱글컷되서 나온지라 앨범 판매고가 주목을 끌 만큼은 될 일이 없지만, 썩 재밌게 비꼬고, 썩 즐겁게 연주합니다. 누구랑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을 지 몰라도 이렇게 혼자 듣기에는 재밌는 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