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éritage by Kei - 2025년 겨울 "그랑 메종 파리"

리츠-칼튼 도쿄는 그 위대한 입지에 불구하고 식음료로 스스로가 설정한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초고층에 위치했던 레스토랑 'Azure 45'는 메리어트 체인이 리츠-칼튼에 부여하는 가치를 담아냈지만 시대가 원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호텔의 경영진이 내린 과감한 결단은 일본 전역에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KEI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KEI의 다른 지점에 대한 리뷰는 여기를 참조)
하지만 이날은 단순한 KEI의 레스토랑이 아닌, 그랑 메종 파리에서 케이가 선보인 메뉴를 포함한 식사를 노리고 방문하였다. 작년에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에서 진행한 프렌치 수프 메뉴를 게시한 바 있으므로, 유사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문 전에

에리타쥬 바이 케이의 예약은 테이블체크, 이메일, 전화 등으로 가능하다. 테이블체크가 가장 간편하지만 예약 시의 여러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수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 예약 전 자동화된 메시지 이외에 별도의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는다.

요리

본지는 독자의 수준이 결코 저자에 비해 낮지 않다고 상정하고 있으므로, 많은 부분이 생략되지만 근래 통계를 통해 많은 새로운 독자의 유입을 확인하였으므로, 안 하던 시절의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다시 꺼내 보자. 먼저 카트 형태의 음료 서비스다. 러시아식 서비스의 후손이 되는 현대의 코스 요리를 즐기는 우리 민족의 일원들을 마주하면 많은 오해가 오고가는 모습을 본다. 식전주는 당연히 유료이고, 강제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탭 워터를 향해 곧바로 직진하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다. 물론, 첫 한 잔은 주방의 주관보다는 식탁의 기호가 개입하는 영역이므로, 그 자체에 대해 논할 영역은 크지 않다. 다양한 기호를 반영하는 방대한 제안이 서비스의 역량을 드러내는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디테일은 존재한다.

김과 치즈로 만든 디스크, 우엉 스프, 가리비 베이네

특성상 KEI 스러움이 드러나기 어려운 요리지만, 레몬과 흰 치즈가 당겨내는 김의 파릇함에 대해서는 강한 기억이 있다. EVOO로 당겨오는 우엉의 그윽함 역시. 외려 썩 좋아하는 조리법이라 할 수 있는 베이네의 기억이 가장 흐리다.

새우 타르타르를 채운 모나카

토라노몬 힐즈의 KEI Collection에서 이미 궤를 파악한 요리이므로 중복해서 다루지 않겠다.

적시소 그라니타 "Grand Maison Paris"

영화에 등장했던 팔레트 클렌저에 가까운 이 요리는 영화의 감상을 체험한다는 데 중점이 있으므로 그 자체의 질에 대해서 가타부타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는 있으나, 질감이 묘하게 나쁜 편이다. 아무래도 여러 KEI 매장에서 제공해야 하는 데 반해 그라니타를 만들기 좋은 인프라를 갖추기는 어려움이 있었던 듯 하다. 그에 비해 시소가 주는 매력은 보이는 색보다 분명하게 다가온다.

쇠고기 브로스와 포트 와인

Weingut Van Volxem, Volz Riesling Grosses Gewachs, 2022
참지의 타다키, 유채, 노른자 소스, 캐비어 오세트라

거의 익히지 않은 달걀 노른자를 활용해 텍스처를 연출하는 조리법은 지극히 일본적인 감상을 드러내지만, 캐비어를 중심으로 연출한 감칠맛에서는 프랑스식 조리법의 강점이 빛난다. 일본인 프랑스 요리사에게 기대하는 시선을 그대로 만든 것만 같은 요리로 장소와 무대를 달리하여도 여전한 감각을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주는 요리.

흉선의 불-오-방, 시금치, 헤이즐넛

앞선 요리가 '일본인' 프랑스 요리사라면, 이쪽은 일본인 '프랑스' 요리사의 요리라고 할까. 하지만 이런 부류의 요리는 작은 것으로 큰 것의 모사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반죽의 존재감에 대한 대처도, 심부를 살리는 섬세함도 부족하다.

Legras & Haas, Coteaux Champenois Blanc, Chouilly Les Sorangeons, 2014
옥돔, 교토 무, 미역과 조개로 낸 소스, 호지소, 은행.

오마르 퓌메 '그랑 메종 파리'

이쯤에서 보면 일본의 조리법을 노골적으로 의식하는 요리와 그렇지 않은 요리가 의도적으로 교차되어 배치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강한 염도로 패류의 향을 살려낸 소스는 그 자체로는 훌륭했지만, 코트 샹파누아 블랑으로는 다소 버거운 형세였다. 앞선 요리가 강한 여운을 가졌기 때문에 더더욱.

숯에 껍질째로 익힌 가재, 커리와 바닐라로 향을 낸 비스큐, 쿠죠네기와 팽이, 표고로 만든 컨디먼트, 미소와 카니미소.

앞선 시소 셔벗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의 등장 요리이자, 파리의 KEI 본점을 상징하는 요리이기도 한 오메르 퓌메의 변형. 이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매체에 충분히 실려 있고, 그걸 재현하는 것이 목적인 요리이므로 자세히 따지고 들 필요는 없지만 알아가는 재미는 가득한 요리다. 기본적으로 KEI가 자랑하는 그을린 향을 잔뜩 입힌 오마르를 바탕으로 내장은 두 종류 버섯의 섬유질을 타고 아시아풍을 얹어 마무리한데 반해 소스로 이어지는 흐름은 전형적인 프랑스풍으로 가벼운 소스의 질감만이 현재가 21세기임을 느끼게 만든다.

Albert Bichot 'Domaine du Pavillon', Pommard 'Clos Des Ursulines' monopole, 2020
와규, 시금치, 와사비와 겨자잎 컨디먼트, 비프 쥬.

강렬한 블랙베리, 초콜릿이나 담배를 연상케 하는 마무리로 이어지는 강한 껍질과 오크 뉘앙스. 그리고 단단함을 거부하는 고집으로 완성된 조리. 극의 하이라이트는 영화와 무관한 곳에 있었다는 감상은, 주방에게는 좋은 일일 것이다.

감자와 트러플의 스프.
치즈 무스, 딸기, EVOO

흰 치즈와 EVOO 사이의 신맛이라는 아이디어가 탁월했으나 실행에 있어 질감을 섬세하게 잡지 않는, 또는 잡을 수 없는 실정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런 디저트, 더 많은 기회를 주어도 좋다고 본다.

헤네시 X.O.를 곁들인 이탈리안 초코 타르트.
미냐르디즈

총평: 리츠 칼튼이 파리의 슈퍼스타 케이와 손을 잡고 특별한 레스토랑을 연출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일견 성과를 거둔 듯 보인다. 나쁘지 않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주방이 갖추지 못한 차별성을 불어넣어 단번에 무대의 중심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호텔의 투숙객을 위한 레스토랑, 뷰가 좋은 로맨틱한 공간이라는 기존의 역할에 묶여 도외시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는 분위기라고 할까. KEI의 이름이 올랐어도 공간의 운영은 여전히 리츠-칼튼 도쿄의 색이 묻어난다. 이것이 보통의 경우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어야 하겠지만, 내게 리츠-칼튼 브랜드는 식문화의 경험에서는 그 리츠의 이름을 쓰는 데 비하면 아쉬움이 크다는 편견이 있다. 그것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끄럼 없는 솜씨를 자랑하며, 이번 <그랑 메종 파리> 기념 메뉴는 활기를 불어넣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지만, 앞으로도 계속 기대받는 공간으로 남을지에 대해서는 유보한다.

공간: 로우 프로파일의 어두운 공간이 연출하는 야경과의 극도의 대비. 하지만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다.

서비스: 밀도 있는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노련함이 돋보인다.

음료: Azure45 시절을 답습하는 듯한 레퍼런스 위주의 풍성한 부르고뉴, 다소 부족한 다양성.

가격: 점심 JPY 11800, 저녁 JPY 24800부터. 음료 포함 저녁 기준 1인당 JPY 35000~ 권장.

Restaurant in Roppongi, Tokyo | Héritage by Kei Kobayashi
Offering traditional French cuisine for the next generation, our Roppongi, Tokyo restaurant Héritage by Kei Kobayashi is supervised by Chef Kobayashi.
Héritage by Kei Kobayashi(エリタージュ バイ ケイ コバヤシ) · Japan, 〒107-6245 Tokyo, Minato City, Akasaka, 9 Chome−7−1 東京ミッドタウン 45階
★★★★★ · Frans restau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