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GDUNUM Buchon Lyonnais - 2024년 겨울

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50 베스트 행사장을 수놓은 표어는 한국의 맛과 서울의 맛이다. 서울과 한국 사이의 정치적 긴장감에 대한 이해가 닿은 것일까? 적어도 음식에서만큼은 아직 수도권 만능주의가 통하지 않는 듯도 하다. 물론 한국 음식이라는 무대에 한해서 말이다. 과거 담론을 사로잡았던 남도식 한상차림은 고향 떠난 서울인의 환상인가 아니면 실재하는 현상인가로 치열한 다툼의 장이 되었고, 오늘날에 와서는 서구 담론을 좇아 팔도를 갈라 소와 나물의 고향을 적어놓는 일도 흔한 일이 되었다. 그 속에서 서울 음식이라는 말은 어쩌면 거짓말처럼 들리다가도 참말 같기도 하다. 서울 음식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의를 지니는가? 설렁탕과 평양냉면-그것은 분단 후 서울에서 꽃피웠다-을 필두로 한 근대 도시 문화의 총아로서 서울 음식인가, 인구의 절반이 모여든 것처럼 전국의 생기를 빨아들인 총체로서의 한국인 서울인가? 둘은 같으면서 다르다.

그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국의 요리에도 지역성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식당을 한 곳 들러보자. 그 식당의 주소는 도쿄도지만 파리의 요리가 프랑스의 전부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파리에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은 아닌가?

예약

요리

Spéciale « Lugdunum Bouchon Lyonnais »

LUGDUNUM의 요리가 표방하는 리옹적인 것은 어쩌면, 아니면 당연히 여러분에게 익숙할 것이고 어쩌면 파리의 요리보다도 프랑스적 고정관념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은 페르낭 푸앙과 보퀴즈가 활약한 가스트로노미의 전당, 그 이전에 이미 퀴르농스키가 "미식의 수도"를 선포할 만큼 프랑스를 대변하는 식문화를 쌓아올렸기 때문이다.

돼지의 콜드 컷과 계절을 맞은 트러플 소스, 그리고 샐러드 리오네즈로 이루어진 첫 요리는 리옹스러움의 문법을 가장 잘 찔러낸다. 아마 무감각한 이들이라면 굴 따위를 떠올렸겠지만, 역시 리옹이라면 돼지를 빼놓을 수 없다. 돼지에 트러플을 먹는 것도 이 남쪽을 벗어나면 대범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적당히 굳은 돼지의 지방에 트러플, 그리고 살짝의 바스러지는 ㅈ질감을 더하는 샐러드. 그곳이 어디더라도 이런 맛은 리옹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Plat du moment(canard rôti et polenta)

감이나 귤은 피할 수 없는 현지의 감각이라지만, 폴렌타의 끈적함이 번뜩였다.

Cervelle des canuts

세르벨 드 카뉘로 치즈를 갈음하는 것은 꺼릴 만한 일이지만, 오히려 이런 곳이기 때문에 감히 권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서 치즈 카트를 감히 물리고 이 옵션을 선택했다. 프로마주 블랑에 처빌과 차이브로 연출하는 이 딥-내지-스프레드는 이름처럼 리옹의 위대한 직물공, 카뉘(canut)들의 음식으로 값비싼 단백질의 대체재로 찾은 프로마주 블랑에 대한 헌사다. 하지만 그 지혜가 얼마나 영리한가! 식전에 먹었다면 그 위력에 더욱 경탄했으리라.

Baba au rhum

바바는 애석하게도 전통 방식이 아닌 뒤카스식이었지만, 크림의 완성도는 더 이상을 바랄 수 없을 정도의 고요한 위대함을 지니고 있었다. 반죽과 술 사이에서 크림을 먹는 디저트가 될 수도 있다니, 이 무슨 조화인가.

총평: LUGDUNUM은 멀리서 찾아올 사람은 많지 않은 작고 바쁜 식당이다. 첨단의 무대에서 경쟁하지 않는 듯 하다가도 베르나르도 접시에 로고를 찍은 정성을 생각하면 인물의 개성이 빛나는 공간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배후의 인프라가 튼튼한 리옹과 달리 많은 것들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설정에서 반가공품이나 내장 등 특수한 처리를 요하는 재료의 비중이 높은 부숑 요리를 내다보니 자연스레 개성이 담기는데, 그 묘한 긴장감이 좋다.

분위기: 나선형 계단에서는 집념마저 느껴지는 프랑스 옛 건물 느낌

서비스:

가격: 음료 포함 4,000 JPY 내외면 적당한 예산이 된다.

음료: 역시 남프랑스 위주라고 생각하지만 부르고뉴의 전형성에도 충분히 기댈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론을 피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