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Sterne Deluxe: 독일 셰프들이 독일의 파인 다이닝 문화를 비판하다

현대 독일 오트 퀴진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뮌헨의 탄트리스 'Maison Culinaire'에서 현대 독일의 오트 퀴진을 이끄는 7명의 셰프를 초청, 현대 독일 오트 퀴진이 마주한 문제에 대하여 대담을 나누었다. 주어진 질문은 '독일 톱 가스트로노미Topgastronomie의 현재는 어떠한가?', 그리고 '왜 독일 전역에 걸쳐 스타 셰프들의 요리는 모두 똑같이 생겼는가?'이다. 이 도발적이고 심각한 질문에 대한 셰프들의 대화를 독일의 시사주간지 <포쿠스Fokus>에서 담았다.

참여한 셰프는

주어진 질문과 그에 대한 여러 셰프의 답을 일부 축약해 제공하고자 한다. 유료로 구독하는 잡지인 만큼 전문을 옮기는 것은 어려움을 양해해 달라.

"요즘 모든 요리들이 여러분과 같은 셰프들의 요리를 복사한 것만 같다. 이것이 자랑스러운가, 아니면 짜증나는가?"

여러 셰프들이 오늘날 파인 다이닝을 지향하는 요리들이 천편일률화되고 있음에 동의하였으며, 만듦새의 배경이 되는 철학 없이 복제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Christian, Jan 같은 셰프는 맛이 엉망인 요리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Jan의 경우, 수비드 머신을 이용해 퀴숑과 모양을 잡는 것은 침팬지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으며, 젊은 요리사들이 단순히 유명 셰프들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Jan-Philipp이나 Edip 셰프는 헤드 셰프로 주방을 총괄하게 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면서 기본기를 수련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립할 시간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예컨데 Jan-Philipp은 디터 뮐러 밑에서 견습하기 위해 세 번이나 지원하고 모두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지만, 오늘날에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타지를 할 수 있는 시대라는 점을 언급했다.

특이하게도 Bau는 선배 세대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나 미디어와 우호적인 관계를 쌓으며 이미지를 형성하고, 그로부터 이익을 얻은 것은 지금의 셰프들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 인터뷰어는 소셜미디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Schanz 셰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 대부분은 실제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실제 레스토랑의 고객층은 (인스타그램과 거리가 먼) 고령층이라고 답했다.

"독일 사회 전체에서 하이엔드 가스트로노미Spitzengastronomie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가?"

"독일인에게는 여전히 고급 식재료보다 자동차가 더 중요하다." 프랑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지낸 탄트리스의 헤드 셰프 Chmura의 견해이다.

셰프들은 전반적으로 독일 사회에서 고급 자동차나 시계가 큰 인기를 얻는 것에 반해(독일의 고급 시계 시장 규모는 중국, 미국, 일본, 싱가포르에 이은 5번째이다 - 역주) 가스트로노미는 부자들의 기이한 취미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일하게 반대되는 입장을 낸 것은 Jan-Philipp Berner 셰프다. 그는 재력가들이 레스토랑을 자주 찾지 않는 만큼, 특별한 경험을 위해 열심히 저축한 평범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는 가스트로노미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걸쳐 존중받는 문화로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언급한다. Schanz 또한 독일 전역에서 340개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독일인들의 지지가 부족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바이에른 주 주지사 마르쿠스 죄더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죄더는 공식 계정에 음식 포스트를 자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며, '죄더가 먹다'(#söderisst)라는 자체 해시태그를 미는 것으로 유명하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사진으로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다 - 역주)

Jan Hartwig는 "마크롱은 최고의 요리사들을 엘리제 궁에 초대하지만, 마르쿠스 죄더는 인스타그램에 맥도날드 방문 사진을 올린다"며 독일 사회가 미식에 대해 가진 태도를 지적했다. 죄더를 비롯한 유명 정치인이나 재력가가 비싼 차량 등 다른 고급 문화를 즐기는 것을 전시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고급 식당을 방문하는 것을 공개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는 점이 주로 언급되었다.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의 출처에 대한 질문. 모두들 지역 식재료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노르웨이산 홍합, 일본산 부시리, 노르망디산 버터를 쓰는 경우가 많다.

셰프들은 대량 생산에 집중해 품질을 도외시한 시간이 독일에서는 너무 길었다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훌륭한 생산자가 많이 등장하는 등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였다. 다만 프랑스와 같이 좋은 품질의 식재료에 충분한 대가와 존경을 표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이 독일의 약점이라고 언급되었다. Schanz 셰프는 신선한 허브나 생선을 구하는 것 자체가 일이었던 때에 비하면 매우 나아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 각종 규제와 관료주의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을 표했다.

국가가 셰프들을 신뢰한다고 느끼는가? 국가는 이 업계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셰프들의 대답은 '전혀 신뢰하지 않으며, 어떠한 지원도 없다'였다. 그들은 고급 레스토랑의 효과가 다층적일 수 있음을 역설한다. 레스토랑의 방문객은 단순히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방문해 미술관도 가고, 셔츠나 넥타이를 구매하며 기꺼이 돈을 쓰는 사람들이다. 택시도 타고 호텔에도 머무르며 연쇄적인 경제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단편적인 차원에서 관광 사업에 투자하고 있어 업계를 지원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Bau 셰프는 대비되는 예시로 코펜하겐을 언급한다. 몇 개의 훌륭한 레스토랑-제라늄, 알케미스트, 노마-이 덴마크의 관광 산업 전체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하고 현대적인 소통 전략 덕분이었다고 그는 강조한다.

지금 독일 최고의 셰프들이 다 모였는데... 여성은 한 명도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도한 업무 부하와 육아나 출산을 위한 휴직이 어려운 업계의 현실이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는다는 언급도 있었지만, 많은 셰프들이 과거에 비하면 여러 진전이 있었음을 언급했다. 여러 셰프들의 주방에 많은 여성들이 근무하고 있고, 크리스티안 바우는 수셰프와 결혼하여 주방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모여 씬을 비판하고, 정부를 비판하고, 정치인을 비판하는 자리를 가진 것은 단순히 독일이 가진 강력한 토론의 전통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COVID-19로 급속한 위기를 맞은 뒤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과 그로 인한 급속한 고급 레스토랑 붐이 일어난 후, 많은 오트 퀴진 레스토랑은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고급 레스토랑과 스타 셰프에 대한 관심과 지명도는 높아졌지만, 미디어와 대중의 압박 속에 진정 자신의 요리를 지켜나가는 요리사를 만나보기 어려운 요즘이다. 이것이 단순히 독일의 이야기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지에서는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흑백요리사> 이후 백종원과 안성재를 필두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컬리너리 히어로'들이 온갖 미디어,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편의점을 도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식문화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인가? 뜨겁게 불타오른 뒤 다시 엉터리 음식이라는 잿더미만 남기고 떠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