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urant JAN - 2023년 여름

Restaurant JAN - 2023년 여름

2022년 가장 뜨겁게 데뷔한 레스토랑이 플레니튜드였다면, 2023년에는 프랑스가 아닌 독일에 그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얀(JAN)이다. 뮌헨의 역사적인 그랜드 호텔인 바이어리셔 호프에서 전통적인 프랑스 요리를 주로 했다는 점에서는 아르노 동켈레와 유사한 측면도 보이지만, 베르나르 아르노의 든든한 뒷배를 가지고 파리에 진출한 아르노와 달리 얀의 매장은 자영업이다.

방문 전

Restaurant JAN의 예약은 온라인,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확인 이메일과 한 번의 확인 전화가 있다.

요리

JAN의 코스는 짧은 코스와 긴 코스,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으며 별도의 단품 또한 존재한다. 본문에 게시된 메뉴는 짧은 코스를 바탕으로 조율을 거친 것.

Sardine form the Algarve
Foie Gras au Chantilly
Buckwheat crustade
Irish Mór Oyster à la Rockefeller

시작하는 요리가 일명 오이스터 록펠러, 즉 미국 요리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얀의 새 출발이 지니는 의미가 드러난다. 오이스터 록펠러라는 요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자. 기본적으로 부르고뉴식 달팽이 요리를 만들 수 없던 환경에서 대체재로 굴을 선택해 만든, 어떻게 생각하면 우열에 있어 낮은 위치에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얀의 굴은 더 이상 달팽이의 대안으로 남지 않는다. 지난번 독일에서 프랑스산 굴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아일랜드 굴(모어는 브랜드 이름이다)을 맛보았는데, 오이스터 록펠러라는 요리에 가장 어울리는 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왜 그러한가. 이 요리는 기본적으로 이름의 록펠러가 가지는 언어 유희-richness-를 재미로 하는 요리이다. 사람의 혀에 가능한 많은 지방의 느낌을 밀어넣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방 덩어리를 씹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능한 무른 촉감에 한 입 정도에서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의 지방맛,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오이스터 록펠러 특유의 녹색, 이것들이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굴은 가능한 내장보다는 살의 느낌이 강한 느낌을 주어야 한다. 한 번 구워내는 만큼 바다의 내음은 다소 줄어들지만, 따뜻할 때 올라오는 지방의 느낌은 더욱 강렬하다. 얀의 오이스터 록펠러는 가볍고 즐거운 요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면서도 그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N25 Kaluga caviar "Selection JAN"

N25는 최근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선보인 바 있는 독일의 캐비어 브랜드로, 독일의 철갑상어 캐비어 생산 역사는 21세기에 시작되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으나 규제 등 변화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심지어는 한국에서도- 캐비어를 만드는 오늘날에는 유력한 경쟁자 중 하나로 떠올랐다. 굳이 이런 요리를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자국 캐비어에 대한 자부심같은 문제도 걸렸기 때문일지 꼭 이런 요리가 있다.

캐비어를 주인공응로 하기 위해 살짝의 부이용을 빼면 캐비어의 캐릭터를 형상화한 컨디먼트가 뒤따른다. 특유의 고소함을 상징하는 헤이즐넛 이하의 견과류, 그리고 부드러운 지방맛을 보여주는 크림 프레슈. 크림 프레슈는 보르디에의 크림으로 만드는데 발효된 상태가 훌륭해 잠시동안 캐비어를 잊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설정 자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는 인상이다.

Char from Schliersee

독일 프렌치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민물고기다. 남부 슐리어제에 서식하는 곤들메기로, 곤들매기는 분류학적으로 연어와 가까이 있음에도 연어와 다른 느낌의 지방 뉘앙스를 선보인다. 소스에서 재료의 개성을 형상화하는 방식은 다시 큰 승리를 거두는데, 왼쪽의 뵈르 블랑 베이스의 소스가 바로 그랬다. 이치방다시 느낌의 뼈를 끓인 뉘앙스, 그리고 전형적인 버터 소스의 두터운 지방이 곤들매기가 가진 강점을 그대로 현출한다. 유럽에서는 흔히 북극곤들매기를 보곤 하지만, 바이에른 주의 곤들매기에게도 절대 뒤지지 않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Sourdough Bread "JAN"
Cream cheese made of sobrassada de bellota & pepper

이 시점을 기점으로 와인을 바꾸면서 식사 역시 절정을 향해 달리게 되는데,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빵이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다소 의아했다. 전통적인 서비스에 대한 도전이다. 비유를 들자면 탕국을 중간 쯔음 먹을 때 까지 밥을 주지 않는 경우라고 할까? 단면에서 보이듯이 물의 베이커스 퍼센트 비중이 썩 높은 느낌이지만 껍질은 안전하게 발달했고, 밀의 향이 아름답다. 뻔히 잘 만든 빵에서는 구운 향기에 취하는 경우가 많지만, 얀의 빵은 속 역시도 그에 견줄 강렬함이 있었다. 밀기울에서부터 온듯한 맛은 역시 강하게 부딪히는 버터와 짝을 짓는데, 이 여행 기간 동안 별별 훌륭한 버터를 만났지만 역시 다시 그에 견줄 정도였다. 유명 생산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진정한 보물같은 버터를 찾아낸 열정의 산물이다. 소브라사다로 만든 페이스트 역시 선명한 매운맛이 훌륭했지만, 버터를 이길 수 없었다.

Atlantice Plaice

민물고기 다음 바닷고기로 구성한 코스의 진행이 돋보이는데, 빵을 기점으로 나뉘는 만큼 바닷고기에 있어서는 맛을 내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독일 최북단 항구 마을의 명물인 뷔줌 게로 낸 스톡, 샹트렐, 소의 골수 등 진한 재료가 켜켜이 쌓여나간다. 곤들매기와 비교해 더 단단한 넙치는 자연스레 입안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더욱 복잡한 뉘앙스의 소스를 위한 공간이 생긴다. 지방을 덧대는 방식 역시 참고할 점이 되는데, 이날 덧댄 지방은 양뇌였다. 흔히 푸아 그라를 덧대서 지방을 더하는 방식의 요리-가장 대표적으로 로시니-는 흔히 찾을 수 있지만 생선을 이용한 요리에서 해내는 시도로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Glaced Sweetbred (à la carte)

시각적으로는 저렴한 마요네즈 범벅의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흉선은 정점 중 정점에 있었다. 흉선이 가진 진한 지방맛과 초콜릿처럼 36도에서 녹는 기분좋은 질감 위에 그을린 표면과 후추향이 이어지는데 담긴 스프가 생선 뼈를 태운 느낌을 주었을 때, 요리사가 가진 창의성과 섬세한 감각에 감사를 느낀다.

Lamb from Polting Estate

크넬 전담이 한 명 있어서 서비스 내내 크넬만 만드는 것을 보고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그 정체는 쿠스쿠스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음함사(M'Hamsa)로 쿠스쿠스보다는 직경이 커서 씹히는 감각이 더욱 선명하다. 음함사는 프랑스어권에서 쁘띠 플롬(petit plobms)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음함사 자체는 전형적인 마그레브 스타일 타진의 향을 내는데 이것이 양고기와의 조합에 적중했다. 그러면서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녹여 곁들이는데 그 충돌의 양상이 참으로 격정적이었다.

My black forest cherry cake

이 케이크에 대해서는 굳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포레 누아" 말이다. 체리가 조금 박힌 초콜릿 케이크가 되어버린 저주의 그 이름. 포레 누아의 본명은 슈바르츠발처 키르슈토르테(Schwarzwalder Kirschtorte)로 검은 숲의 체리 케이크라는 의미를 가진다. 검은 숲은 알자스와 국경을 접하는 독일 남서부의 거대한 삼림을 말하는데, 이 지역의 명물 중 하나가 사워 체리다. 사워 체리로 만드는 리큐르는 칵테일 업계에서 키르슈바서라는 이름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으나, 본래는 마시기도 하고 제과에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방식으로 매우 긴 시간 동안 소비된 물건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전 이전부터 독일을 대표하는 제과류 중 하나로 자리잡았을 정도로 그 역사는 깊으며, 목표 역시 선명하다. 좋은 체리를 크림, 초콜릿과 함께 먹는 것. 물론 체리를 먹는 방법이 반드시 날것이나 절인 과육의 등장일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렇게 먹기에는 유쾌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워 체리의 본질이기도 하거니와, 체리를 비롯한 과일 증류는 독일 문화의 핵심이기에 증류주를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위스키 업계를 선도한 인물들이 대부분 어느 쪽 혈통이었는지 생각해보라. 네덜란드계의 반 윙클(Van Winkle)과 독일계 프레데릭 슈티첼(Stitzel)이 만든 위스키는 "패피"로 지금까지 그 이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독일계 베른하임(Bernheim)이 만든 I.W. 하퍼 등등, 19세기 독일어권 이민자들은 신대륙에서도 증류의 역사를 이어나갔다. 이야기가 샜는데, 그래서 얀의 포레 누아는 무슨 의미가 있었는가. 그 본질에 충실한 포레 누아의 진가를 간만에 만났다. 화사한 타히티 바닐라, 반대로 검은 빛이 강한 초콜릿 그리고 그 자체로 힘껏 뭉쳐버린 것 같은 진한 체리. 체리의 단맛이 유명하지만 향으로 먹는 과일이라고 생각한다. 향이 강하다면 달지는 않아도 좋다. 오히려 적당한 신맛이 입맛을 살린다. 그런 포레 누아는 어디에 갔는가? 어디에도 가지 않고 여전히 독일에 있다.

Madeleine with poppy seeds
Iced peanut truffles
Paris-brest
Cassis, vanilla chantilly & verbena
Pralines

총평: 얀의 새로운 레스토랑은 이상의 구현을 실현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파리의 플레니튜드와 비교하게 되는데 플레니튜드가 기업형의 끝이라면 얀은 자수성가형의 끝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물론 100% 은행 대출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는 않지만, 경험과 자유분방한 사고 양측의 균형을 훌륭하게 유지하면서도 독일 남부에서 대부분의 재료를 수급하는 명확한 한계를 조리를 통해 장점으로 승화해낸다. 부유하기로는 손에 꼽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지역 특유의 요리 따위를 조명하지 않는 만큼 항상 목표가 앞선 나머지 수단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있는데(서울도 부유하지만 서울 근교의 재료만 고집한다고 생각해보라-극단적으로), 얀은 그러한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오히려 생선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하는 감각과 완벽에 가까운 열 통제는 이 인물을 담기에 바이에른이 좁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론적으로 얀은 올해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스타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었고, 오히려 그것만으로 기대하기에는 모자란 경험을 선사한다.

분위기: 현실적인 정도의 간격과 층고가 선사하는 적당한 공간감. 조명과 색상이 연출하는 따스함. 여름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서비스: 독일어 화자들이 전반적으로 영어를 괜찮게 하긴 하지만 독일어를 하는 경우 서비스가 훨씬 원활하게 진행된다. 캐주얼하고 경쾌한 톤으로 규율이 강하지 않은 편.

음료: 전형적인 프랑스 와인에 대해서는 다소 빈곤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만큼 독일 와인에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슈페트부르군더나 모젤 이외 지역의 리슬링, 이탈리아 등에 눈을 돌리면 선택지가 많다.

가격: 기본 코스 320유로. 음료, 트링겔드 포함 약 450~500유로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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