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카늘레 테이스팅 세션

2021년 카늘레 테이스팅 세션

카늘레. Canelé; Cannelé로 표기되는 이 과자의 국내의 위상은 어떠한가. 마카롱은 오늘날 다쿠아즈와 더불어 아마추어 수준의 소규모 공방을 중심으로 얼렁뚱땅 크림을 거대하게 채운 형태로 유행하고 있으며, 그 반대편에는 마들렌과 휘낭시에가 있다. 여기에 사블레까지, 이 과자들은 케이크까지 굽는 제과점의 남는 공간에서 주로 발견된다. 즐거운 버터향과 작은 케이크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객을 유혹한다.

카늘레는 전적으로 후자의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용의 금형을 요구하는 덕인지, 적어도 기본적으로 반죽을 다룰 줄 아는 이들만이 이 과자를 다룬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구움과자는 과연 우리를 맛으로 유혹하는가? 그 지점에 대해서 나는 의혹을 가진다. 마카롱과 다쿠아즈가 오늘날 그 과자 사이에 빅 맥처럼 시각적 욕망을 우겨넣는데 반하여 구움과자는 여전히 정말 합리적 만듦새로, 맛으로 우리를 설득하는가? 사람들은 구움과자를 두고 어떤 이상향이 존재한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과연 그에 근접한 제품은 존재하는가? 이러한 고민들에 답하기 위해 구움과자 중 하나를 주제로 선정하여, 「르 피가로」의 미식 지면의 취재 방식을 모방하여 비교해보기로 하였다.

카늘레에게 통일된 기준은 있는가? 그 레시피 안에 답이 있다. 카늘레는 기본적으로 우유와 달걀 노른자, 약간의 밀가루가 바탕이 되는 요리로, 풍미의 열쇠는 표면 부분은 열로 인한 조리가, 내부는 럼과 바닐라에 있다. 굴곡진 금형의 채택에 따른 이 과자의 부피 대비 표면적을 확장하여 과자의 표면이 화학적으로 얻는 풍미를 극대화가 굽는 과정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반죽은 선천적으로 달콤한 크레페a priori crêpe sucrée인 만큼 내부는 말랑하고 가벼워야 한다. 럼과 바닐라는 식민 제국 시기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보르도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 두 무역품이 지닌 고유의 좋은 풍미는 이 과자에서 또렷히 드러나, 보르도의 영혼을 드러내야 한다. 향으로 묘사하자면, 겉을 이로 쪼갤 때는 캐러멜과 다크 초콜릿, 버터 등의 향기가, 안을 맛볼 때에는 지방이 입안에 속속들이 박히며 드러나는 숙성된 럼의 풍미, 그리고 바닐라가 잇는 달콤한 향기가 절대적인 기준이다.

평가는 현대 카늘레의 아버지인 장-뤽 푸조랑(Jean-Luc Poujauran)이 평가한 것과 같이 4개 부문 각 5점 만점, 총 20점 만점으로 평가할 것이다-역시 20진수의 나라인 것이다!-. 각 부문은 외관, 질감, 풍미,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격 대 성능비이며, 외관은 색과 모양, 크기를, 질감은 표면의 단단한 정도와 내부의 밀도 및 공기의 침투 정도, 맛에 있어서는 전술한 겉과 속의 풍미의 수준에 더해 몰드의 금속취와 같은 나쁜 풍미가 있는지, 마지막 가격 지표는 앞선 세 지점에 더해 가격을 고려했을 때 제품의 만족도를 평가한다.

후보로는 본인이 과거 먹어본 경험 및 대중적 인지도 등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총 9개 업체를 선정했으며, 명단은 다음과 같다:

  1. 뚜레쥬르 제일제당사옥점
  2.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
  3. 포 시즌스 호텔 서울 컨펙션 바이 포 시즌스
  4. 메종 엠오
  5. 파티시안
  6. 해피해피케이크
  7. 파티세리 트릴로지
  8. 이제이 베이킹 스튜디오
  9. 아꽁뜨

다만, 결국 거의 절반에 이르는 4개 업체를 섭외 과정에서 제외하거나 섭외에 실패했다.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는 평일 12시~13시경 매진으로 재고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굳이 재방문하지 않고 그대로 제외하였으며, 포 시즌스 호텔 컨펙션의 경우 가격이 취재 기준에 부적합(KRW 5000)하여 논의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수록하지 않았다. 메종 엠오는 단종, 파티세리 트릴로지는 주말에만 생산하는 이유로 제외했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모든 제품의 비용은 직접 지불했으며, 모두 개점 시간 이후 가능한 빠른 시간에 방문했다. 가장 늦은 방문시간이 오후 4시 이전이었으며, 모두 같은 방식으로 운송 및 보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풍미가 나빠지는 과자인 만큼 평가를 위한 취식은 냉장, 냉동 보관 없이 단시간의 상온 보관 이후 진행했다. 르 피가로의 취재는 아침 시간에 취재원들을 통해 익명으로 구매하고, 전문 테이스팅 패널과 함께 채점하는 방식이지만 이곳에서는 취재원을 고용할 비용이 없는 점, 그리고 모든 제과점이 점심때나 되어서야 개점하는 점 때문에 재현하지 못했음에 양해를 구한다.

뚜레쥬르 제일제당사옥점

뚜레쥬르 제일제당사옥점의 카늘레의 이름은 "바닐라 까눌레"이며, 가격은 KRW 3000이다.

외관: 군데군데 불균형한 연갈색이 섞여있고, 몰드는 다소 높이가 모자라다. 2점.
질감: 표면은 바삭하다기보다는 질기다. 내부의 반죽 상태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2점.
풍미: 표면의 캐러멜 풍미가 생각보다 그럴싸하며, 살짝 올린 레몬이 단맛의 즐거움을 훌륭하게 이끌어낸다. 럼의 향기는 없다고 해도 좋은 수준. 3점.
가격: 이 과자가 2유로보다 비쌀 이유는 어느 곳에도 없어보인다. 1.5점.

총 8.5점.

파티시안

파티시안의 카늘레의 이름은 "까눌레"이며, 가격은 KRW 3500이다.

외관: 정석적인 좋은 몰드, 균일하게 잘 익은 좋은 발색이지만 미세하게 옅다. 3.5점.
질감: 표면의 두께는 훌륭하나 바삭한 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내부는 딱 적당한 수준. 3.5점.
풍미: 카늘레보다는 정말 커스터드에 가까운 맛으로 바닐라와 럼 모두 희미하다. 2점.
가격: 외형적 만듦새가 가격을 설득하지만 가격 프리미엄은 내부의 풍미에도 있어야 한다. 2.5점.

총점 11.5점.

해피해피케이크

해피해피케이크의 카늘레의 이름은 "까눌레 더블바닐라"이며, 가격은KRW 3300이다.

외관: 인터넷으로 확인했을 때는 팔면 안되는 제품도 팔고 있는 듯 보였으나 우려와 달리 균일하게 좋은 색을 보인다. 색의 짙은 정도는 딱 만족스러운 정도이나 몰드가 조금 낮고, 굴곡이 모자란 점이 거슬린다. 3점.
질감: 적당한 겉껍질의 부서지는 감각. 밀도가 다소 높은 내부. 3점.
풍미: 바닐라의 향기가 썩 진한데, 정말 좋은 바닐라라기보다는 주정과 섞은 하급품의 느낌이 지나치게 강하다. 술의 향기는 강렬하나 복잡성이 극단적으로 떨어진다. 럼보다는 리큐르의 느낌. 좋은 숙성 럼은 건과실향과 오크의 담배향이 짝을 이루어 이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 2.5점.
가격: 적어도 특색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좀 더 시도할 가치를 보여준다. 3점.

총점 11.5점.

오너스그램(브레드 바이)

이제이베이킹스튜디오의 까눌레는 현대백화점의 오너스그램, 삼성동의 브레드 바이에 납품하며 이름은 "바닐라 까눌레"로, 가격은 KRW 3000로 책정되어 있다.

외관: 미세한 반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훌륭한 빛깔. 만족스러운 굴곡. 작은 크기의 까눌레로서 모자람이 없다. 3.5점.
질감: 껍질이 다소 두터우나 충분히 바삭하다! 내부 또한 훌륭하게 포슬포슬하다. 4점.
풍미: 캐러멜의 향기에 이은 바닐라향이 넉넉하다. 럼의 향은 전형적인 제과용 제품의 느낌. 3점.
가격: 크기를 감안하더라도 만족스럽다. 3.5점.

총점 14점.

아꽁뜨

아꽁뜨의 카늘레는 특별한 이름은 기억에 없으며, 가격은 KRW 3000이다.

외관: 몰드는 문제 없지만 부분적으로 덜 익은 징조가 보이며 틀에 완전히 밀착하지 않은 흔적이 보인다. 2.5점.
질감: 존재하는 겉껍질, 그러나 내부는 지나친 타공과 또 공기가 없는 부분이 있어 반죽 과정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2점.
풍미: 껍질은 나름의 향을 지니지만 존재하지 않는 바닐라, 제과인들이 사랑하는 싸구려 블렌디드 럼은 납작한 풍미를 지닌다. 2.5점.
가격: 2유로 이상이라는 점을 정당화할 그 어떤 흔적도 없다. 1.5점.

총 8.5점.


이상으로 서울의 여러 곳의 까눌레를 살펴보았다. 프랑스에서 최고점을 받은 티에리 막스(16점), 모리 요시다(15.5점)와 견줄만한 제품은 없었지만 일부는 보르도의 대량생산품들, Baillardran, Lemoine, La Toque Cuivurée나 Frédélian과 같은 대형 브랜드를 굳이 찾지 않아도 좋을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두 개성이나 아이디어는 지나치게 부족하다. La Toque Cuivurée처럼 1유로 이하로 밀어내거나, 장-마리 아맛, 티에리 막스나 피에르 에르메처럼 번뜩임을 더해 완벽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장-마리 아맛이나 티에리 막스야 국내의 관심사가 아니라 치더라도 에르메의 교훈마저 없는 현실은 안타깝다. 에르메는 이 과자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타히티 바닐라와 고숙성 럼 아그리꼴을 쓰라 권하는데(그의 주방에서는 한 가지의 럼만 쓰이지는 않는 듯 하다) 국내에서는 여러 지역 럼을 섞은 네그리타가 카늘레마저 지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제과용으로 Vasco, Negrita가 절찬리 납품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 아티장이니 명장이니 하는 명함은 슬며시 집어넣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카늘레를 내세우는 곳들 치고 크림을 올리거나 파우더를 뿌리거나 속을 채우는 등 기본으로부터 멀어진 제품들이 앞서지 않는 곳이 없는데, 다들 그럼 굳이 왜 카늘레인가에 대해서는 설득하지 못하는 듯 하다. 이제는 정해야 한다. 이 과자를 일상에 밀어넣어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특별한 서양 물건으로의 지위를 누리는 동안을 즐기고 버릴 것인가? 혹은 단지 기왕 배웠으니 파는 과자라서 관심 없는가? 고작해야 1980년대부터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과자를 두고 보르도, 고전 타령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 맛을 고전의 단계 근처로도 가지 않고 있다. 이번 리뷰를 통해 독자들에게 카늘레라는 과자의 재미, 그리고 마주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재고가 되었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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