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성회관 - 2세대형 곰탕

애성회관 - 2세대형 곰탕

의도를 가졌지만 드러내지 않는 듯 소문으로 퍼져나간 형식. 그것이 길거리 식당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일 테다. 물론 대한민국 사회에서 발언권 큰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사대문 안의 좁은 세계에서 스포트라이트가 과하게 켜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애성회관은 그러한 길거리 식당의 매력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느낌을 준다.

기름이 적은 쇠고기 바탕에 간장으로 간을 잡은 뉘앙스를 주는 곰탕을 받아들이는 식탁 위에는 소금이 없다. 간에 있어서만큼은 미조리가 기본으로 되어 있는 서울에서는 여전히 생경한 풍경이다. 호오의 판단 이전에 주장이 있다는 인상을 주고, 그 주장은 썩 받아들일만 한 영역에 있다. 썩 두툼한 면까지 말아내는 환경에서 다소 옅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방을 두텁게 내는 요리는 아니기 때문에 감내할 만한 영역에 머무른다.

절묘한 타이밍에 건져 입안에서 풀어지며 흐드러지는 만족감을 선사하는 양지의 매력은 시대를 반수 앞서나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만 썰어내는 솜씨는 시대에 따른 편차를 느끼게 한다(과거에는 더 얇게 썰어 내는 느낌이었음).

서울의 국물 문화는 쇠고기를 바탕으로 갈비탕과 설렁탕, 내장을 이용하는 하동관식 곰탕까지 소의 서로 다른 부위를 이용해 국물내기라는 공통의 조리법으로 꽃을 피웠다. 이제는 자랑스럽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과거의 아픔을 드러내는 한 웅큼의 소면과 유산균의 덕을 톡톡히 본 김치는 이 국물 요리를 한국 요리의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는다. 애성회관은 그 유산을 바탕으로 양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해 이제는 그 입지가 단단히 굳어졌다고 보아도 좋을 만큼 세월을 견뎌냈다. 우래옥과 하동관 등 이제는 바꾸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에 집중하는 식당들이 인프라를 깔았다면, 이제 서울을 빛내야 할 플레이어들은 애성회관과 같이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 식당 아닐까. 주말이 되면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도시에서 세계인을 받아들이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서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2세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