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dor Etxebarri - 일요예배

아사도르 에체바리는 마치 도쿄의 몇 레스토랑처럼 소개나 초대를 통해 대부분의 예약을 채우는 것으로 알려졌고, 덕분에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거의 장식인 상태이다. 애초에 온라인으로 직접 예약을 확정하는 자기완결적 방식이 아니라, 견적서를 보내듯 요청을 보내고 레스토랑 측의 수리가 있어야 비로소 방문이 허가되는 곤란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단한 인맥은 커녕 예약 하나 없이도 아사도르 에체바리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일요일에 들르는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 인근의 빌바오나 도노스티아 사람들부터 나를 비롯해 소문을 듣고 온 아시아권 여행객들까지, 이 조용한 소문을 듣고 일요일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단품의 구성은 에체바리를 상징하는 요리의 단순한 버전(구운 초리조, 새우와 츌레타 등), 때에 따라 바뀌는 단품 요리와 전통적인 핀초스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와인은 일반 서비스와 동일하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차콜리나 푸지게 마셔주자.

구운 초리조를 생략하고 선택한 푸아 그라였는데, 에체바리에서 과거에 꽤 자주 다루던 재료였지만 그런 가스트로노미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약간의 소금과 진득한 잼으로 전통적이고 가벼운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안한다. 애초에 접시가 아닌 도마에 오르는 것까지 그 취지가 명백하다. 겨울이 아니기도 하다보니 지방도 썩 옅은 편이고, 이날의 요리 중 가장 에체바리답지 않은 인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리에 시간이 걸리는 요리들은 시작과 동시에 한 번에 주문을 받고 일괄적으로 나오는데, 그 신호탄을 이 대구 요리가 담당한다. 에체바리가 자랑하는 열과 불을 다루는 솜씨, 그리고 재료의 우수함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요리였는데, 특유의 그을린 향이 톱 노트에서 후각을 자극하고 수분의 손실이 거의 없이 조직의 변화는 완전히 이끌어내는 촉촉함은 열조리의 이상에 가까이 닿은 주방의 솜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짠맛이 강하게 살아있는 생선과 피키요 고추로 드라이하게 연출한 단순한 요리이지만 주방의 저력이 드러난다.

바스크 지역은 대서양-북해를 향하고 있지만 이 새우는 카탈루냐의 특산물인데, 이 새우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 붉은 색 때문에 '카나비네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주 다른 종류이다. 흔히 카라비네로라 부르는 새우는 안달루시아와 모로코 사이 지역부터 지중해까지 널리 분포하는 새우이고, 새우 중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반면 팔라모스 새우는 생물학적으로는 감베로 로쏘이고, 지로나 바로 밑 어촌인 팔라모스의 이름이 붙은 것이다. 연안에서 조업하지만 거의 바닥까지 긁어야 발견되는 특성 덕에 과거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재료였고, 근현대, 특히 스페인에서도 각 지역 요리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시대에 비로소 주목받은 재료라고 할 수 있다.
가분수같은 커다란 머리 내장의 진한 고소함과 녹는 듯한 살의 단맛, 그리고 껍질 쪽의 강한 짠맛이 주는 생명력까지. 천천히 속을 녹여내듯 익힌 새우는 구웠다기 보다도 녹여냈다는 말이 어울린다. 잔수염을 정리해서 내는 것은 숨은 디테일.

핀초는 정작 이거 한 종류 외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는데, 여기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다. 핀초는 핀초다울 때 아름답다. 하나 눈에 띄는 지점은 이런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생선의 생명력이 꽤 있었다는 것.

토마토를 필두로 한 여러 야채의 단맛과 감칠맛으로 중무장한 라보 데 토로는 콜라겐을 제대로 녹여내 조리의 이유를 잘 보여주면서도 고기가 가진 맛이 진해 좋은 인상을 남겼다. 외관에서 보이듯 꼬리의 썩 바깥쪽임에도 큰 만족감을 준다. 한국에서는 남성용 단체급식의 재료로 꽤 보편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재료인데, 여러모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정적인 전통 요리를 기꺼이 내는 순간에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나이를 충분히 먹은 방목소로 바스크의 아사도르 문화를 상징하는 부위가 이 츌레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릴에 구운 해산물이 통상적인 요리와 달리 표면에 강한 열이 닿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서 만든, 섬세하게 마감한 석고상 같은 느낌을 준다면 츌레타는 표면의 거친 마이야르로 당겨내는 맛이 오랜 기간 드라이 에이징하여 눌러담은 감칠맛과 함께 고동친다. 바깥 부분만 예쁘게 잘라주지만, 체면 차리는 식사 자리도 아니니 뼈에 붙은 살까지 깔끔하게 발라먹었다. 사진은 없지만 단품으로 레스토랑의 디저트인 비트즙과 아이스크림까지, 내가 에체바리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정규 코스도 이제는 거의 상징적인 요리들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베수고나 유제품을 이용한 몇 요리가 없다는 점을 빼면 레스토랑의 정수와도 같은 경험을 매우 편리하게 빼먹을 수 있다. 특히 그릴을 사용한 요리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데, 에체바리의 그릴 요리는 단순히 직화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인내와 집착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끝끝내 얻을 수 있는 열정에 대한 헌사와도 같다. 굽는다기보다 익히거나, 녹여낸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악스페까지 여정에 기꺼이 함께해 준 듀랑고의 D, 좋은 여정을 함께해준 싱가포르의 세 친구들과 다시 이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