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제스트 - 카프레제

바 제스트 - 카프레제

서울의 여러 바를 거닐다보면 꼭 하나는 이런 걸 구비해 둔다. 음식을 주제로 한 칵테일. 「더 믹솔로지」에서는 푸드 인스파이어드로 분류하고 있을만큼 이제는 전형적인 칵테일 주조 방식인데, 이런 칵테일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티오 페페였나? 뻔하게 좋은-곤잘레스 비야스는 나쁜 셰리가 아니다. 정말로- 셰리와 프렌치 베르무트, 즉 뱀부가 팔레트를 이루는 가운데 향을 잡는 비터스의 자리에 증류기로 기주(진? 보드카? 재증류해서인지 향이 여러모로 혼란스럽다)에 토마토와 바질의 향을 집어넣었다.

토마토와 바질을 증류하여 탑노트가 아닌 retronasal olfactory까지 잇는 아이디어는 "wow factor"를 만들기 위해서이므로 그 자체로는 목적성이 뚜렷하고 이해하기 쉽다. 팔레트는 적절한 신맛, 그리고 썩 미끄덩한 마우스필이 부여잡는다. 증류 찌꺼기를 말린 가니시는 제로 웨이스트의 철학을 상징하며, 카프레제의 인상을 증폭하는데 도움도, 또 반대로 제스트-바로 이 바의 이름-같은 가니시처럼 fine tuning에 기여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또 방해하지도 않으니 어쨌거나 먹을 수 있는 한 잔이 된다. 알코올, 단맛, 그리고 신맛의 삼각형이 단맛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너짐이 없는 전형적인 숏 칵테일으로 마실 수 있다.

그렇지만 의아스럽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 먹을만한 칵테일, 먹을만한 요리가 굳이 이 형태일 필요는 없는데, 두 가지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카프레제 샐러드 그 자체에 대한 문제다. 맛의 측면에서 부라타나 모차렐라와 같은 치즈는 이 칵테일에서 빠져버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칵테일 자체가 썩 끈적한 편이기는 하지만, 유단백과 발효가 형성하는 흰 치즈의 풍미는 확실히 빈 칸으로 다가온다. 단맛이 당기는 사이 토마토는 고유의 풍성한 즙과 감칠맛이 맞서지 못하니 피로는 빠르게 누적되며, 발사믹이 아닌 식초가 어찌저찌 도움이 되는 듯 하지만 감칠맛을 더하지 못하므로 아이디어는 끝에 다다르지 못한다. 아마 날것의, 후숙이니 아니니 정도 따지고 있는 토마토였을까 감히 짐작한다.

분자미식학에 대한 오해의 맛이다.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분자미식학의 세계에서 실행은 바로 추상화의 과정이다. 조리를 더욱 상세하게 이해해서, 중요한 과정을, 핵심만을 추리고 강조하여 그 이상을 끌어내는게 분자미식의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스트의 카프레제는 옮김의 과정에서 손실분이 보이고, 또 장점이 극대화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옮겨야 할 이유는 적을 수 밖에 없다.

둘째는 맛의 정서적 측면을 감안하지 못한데서 나오는 지루함이다. 바질, 토마토, 흰 치즈의 삼색기의 조합이 형성하는 시각적 정서 뿐 아니라 바질-토마토 향의 짝짓기가 형성하는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정서가 그렇다. 사보이의 Goodfellas는 좋은 예시인데, 치밀하게 음료의 작은 부분에 이탈리아 북부를 떠올리게 하는 맛과 향을 불어넣어 전체의 인상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물론 바의 이탈리아는 식탁의 이탈리아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이 칵테일에서 풀뿌리 따위의 맛을 넣으라는 주문은 아니다. 그런 아마추어적 꿈이 아니다. 오히려 얼음을 역전된 열원으로 사용하는 곳에서 이런 요리를 하니 역설적으로 불과 칼로 만드는 요리의 정서적 핵심을 찔러내야 한다. "카프레제"가 어디에 있는지 떠올려보라! 캄파니아, 나폴리, 살레르노가 떠오르지 않았다면 이런 요리는 성공할 수가 없다.

나는 그렇다면 의혹을 가진다: 푸드 인스파이어드 칵테일은 왜 만들어지는가? 단지 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인가? 할 줄 알아서 한다면 그것은 아마추어의 영역이다. 이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것은 칵테일인가, 아니면 샐러드인가? 왜 샐러드를 마셔야만 하는가? 식사의 처음을 상징하는 샐러드가 식사의 맥락에서 이탈했을 때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Farm to Glass, Zero waste.. 멋진 이념들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지만 정작 여기는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찬 청담동 아닌가. BlackRock의 투자를 받기 위해, 혹은 MSCI ESG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서 만든 회사가 아니라면 음식부터 고민해야 한다. 못 먹을 음식인가? 그렇지 않다. 적당히 재밌는가? 그렇다. 그러나 제스트의 카프레제는 반드시 맛볼만한 이유가 있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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