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도 이해할 수 있는 아이스크림 차트의 기본

차갑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은 인간의 쾌락 본능을 자극하는 간식 중 하나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두뇌가 마치 돈을 따는 상황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고 하기도 하는데, 차가운 음식이 주는 자극에 더해 단맛과 지방이 순식간에 녹아들며 열량을 가득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의 본능은 그에 충실하게 따른다. 하지만 단순히 꽁꽁 언 음식이어도 안되고, 반대로 달기만 한 음식이어서도 안되는 것이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은 차갑고 달콤할 뿐 아니라, 부드럽고 향긋해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무식한 과학자들은 모르는 경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애초에 과학자들은 아이스크림 만들기 이외에도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는 지식들을 발견해왔고, 이러한 지식을 통해 우리는 검증하는 것 뿐이다. 검증 과정은 단순한 산수와 수식 풀이로 이루어질 것인데, 생각할 지점이 무엇이 있는가? 가장 첫번째로 생각해볼 지점은 아이스크림은 이름처럼 얼어있으되 크림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 언어로 얼다, 끓다라는 말을 쓰지만 실은 같은 물질이 액체에서 고체, 또는 기체가 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아이스크림은 기본적으로 얼어붙다 만 채로 무언가 섞여있는 물건이다. 대표적인 구성 요소는 물의 얼음 결정, 공기, 그리고 얼지 않은 물과 그 밖의 고형분들이 있다.

먼저 물이 전부 얼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익히 알다시피, 물은 섭씨 0도가 되면 원래 얼어야 한다. 하지만 순수한 용액에 다른 용매를 투여하면 어는점이 내려간다는 지극히 단순한 원리에 따라서 혼합 용액인 아이스크림 믹스는 0도보다 차가운 상태에서도 얼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온도를 빼앗는 배치 프리저의 냉기는 모든 입자에 고르게 작용할 수 없으므로 믹스는 필연적으로 0%부터 시작해 100%까지 시간이 지나며 계속 얼어붙게 되는데, 아이스크림은 전체 수분의 75~80%가 얼어붙었을 때 부드러운 크림과 같은 질감을 가질 수 있는 필요조건을 달성한다. 이 이상 얼어붙으면 아이스크림은 더욱 고체에 가까워지며, 더 낮으면 흐르는 듯 빠르게 액체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이 수치는 관습적인 것으로, 이후에는 더욱 고민해볼 여지가 있으나 다른 변수를 통제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서는 따라도 좋을 모범으로 작용한다.

또한 본질적으로 차가운 음식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차가운 음식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0도 이하를 상정하고 있으므로 따뜻하다고 느낄리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차가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분명 사람은 영하 5도, 영하 10도도 구분 가능하다. 물론 어느정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무식하게 생각해서 온도가 낮다는 것은 곧 분자들의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일반적으로), 너무 차가우면 맛이고 뭐고 느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사람은 지나치게 뜨거운 것 만큼이나 지나치게 차가운 것은 온도수용체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로 변환되어 불유쾌함을 유발할 공산이 있다. 기본적으로 36도 언저리의 온실이 유지되고 있는 소화기관이지만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러한 조건을 관습적으로 찾아낸 값이 영하 11~13도이다.

여기에 단순히 일부가 얼어붙은 것이라면 한겨울 표면이 언 강물을 포크레인으로 떠다가 표면의 얼음과 아래의 물을 적당히 휘저어도 75%의 빙결 상태는 되지 않겠냐 반문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에는 고형분이라는게 있다. 단순하게 말해 용액에서 액체인 성분(여기서는 물)을 뺀 나머지로 이런 것들이 섞여있는 혼합물이기 때문에 녹다 만 얼음 결정, 물 따위가 얼기설기 엮여 물도 아니고 얼음도 아닌 에멀젼, 콜로이드 상태를 완성한다. 문제는 이게 너무 많으면 비단 같은 부드러움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점이다. 말이 좋아 고형분으로 퉁쳤지 사실 화학적 성질이 굉장히 다른 것들이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므로 세부적인 고찰이 필요하지만, 일단 퉁치고 들어가자면 물 빼고는 다 고형분이다. 역시 관습적인 수치는 영하 11~13도 레시피에 36%정도를 언급하고 있다. 나중에 다양한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면 40%, 42% 등에 대해서 논할 수 있겠지만 일단 36% 근사치를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하나의 단순한 목표를 얻었다. 영하 11~13도에서 물이 64%, 나머지가 36%로 구성된 혼합물을 만든 뒤 배치 프리저에 넣고 수분이 75~80%정도 얼어붙은 혼합물이 만드는 것이다. 기타 다른 변수는 일단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무식하게 말하면 그냥 물도 천천히 얼리기 시작하면 언젠가 75~80% 어는 순간이 오기야 하겠지만, 물은 0도가 어는점이므로 순식간에 75~80% 지점을 통과해 꽁꽁 얼어버릴 것이다. 사실 우리는 어는점을 관측하거나 100% 얼린 상태를 만드려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히 몇 도에 어는점이 형성되는가 하는 점까지는 따지고 들 필요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대충 원리는 이해해야 한다. 75~80% 냉각은 어떻게 가능한가. 중요한 점은 냉각이 진행되면서 어는 것은 어쨌거나 어는점의 하강에도 불구하고 물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바닷물을 한 컵 얼린다고 해서 소금이 얼지는 않는 것이다. 소금의 어는점은 섭씨 801도로 소금이 물에 녹아있는 이유는 그야말로 녹는점이 아니라 분자 구조에 있듯이, 아이스크림 역시 냉각이 진행되면 믹스 내에서 물만 계속 얼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얼어버린 얼음들이 속속들이 제외되면 남은 믹스에서는 아직 얼지 않은 수분에 비해 고형분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라 빙점은 냉각이 진행되면서 계속 하강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남은 믹스, 20~25%의 물과 나머지 고형분이 섞여있는 혼합물의 빙점이 현재 온도보다 빙점이 낮다면 빙결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다른 변수를 제외하면).

냉각 진행에 따른 빙점 변화 계산법

이를 실제로 시뮬레이션처럼 계산하기 위해서 위와 같은 계산식이 존재하고 있지만 일단 스프레드시트에 입력할 필요도 있고.. 여러모로 지금 실습해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당장 주어진 변수를 우리는 하나도 학습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원리만 좀 이해해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그래서, 우리의 단순한 목표로 돌아가자. 64:36의 믹스를 만들어서 영하 11~13도에서 75~80%의 물이 냉각된 후 잔여물의 빙점이 그와 같거나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 이를 계산하는 것은 위의 스프레드시트보다 이탈리아의 관습이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쉽게 계산하기 위해 PAC(Potere AntiCongelante)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영어로 하면 다시 Anti Freezing Power가 되는 PAC는 가장 흔한 당류인 자당을 기준으로 빙점 강하의 정도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전체 1000g의 믹스에서 1g의 자당을 넣었을 때, 즉 999g의 물과 1g의 자당의 용해액의 빙점이 순수한 물에 비해 강하하는 정도를 PAC 단위 1로 표기한다. 엄밀하게 빙점이 정말 1차 함수의 형태로 강하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따라붙지만 관습적으로 쓰는 단위인 만큼 얼추 맞는다고 인정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하여간 이탈리아인들은 이 PAC의 총량을 계산하여 우리의 단순한 목표에 도달하려 시도했다. 그리하여 찾아낸 관습적인 값은 영하 11도에서 261~280 PAC, 영하 12도에서 281~300 PAC, 영하 13도에서 301~320 PAC이다. 대충 봐도 알겠지만 이래서 관습이라고 거듭 말하는 것이다. 일단 이 값을 기초로 세팅을 해본 뒤 미세 조정을 거치는 것은 각자의 몫인 셈이다. 그렇다면 단순무식하게 생각해서 물과 자당으로 1kg 아이스크림을 만든다고 하면 영하 11도에서 자당을 261g~280g 넣어야 하므로 엄청난 설탕물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몇몇 종류를 제외하면 애초에 아이스크림에 맹물을 넣지 않는다.

  • 경우에 따라 100g 당 1g를 상정하기도 하는데 결국 다 비슷비슷한 방법이다.
설탕으로 측정한 어는점 내림 정도

우리는 아이스크림에 자당만 넣을 것이 아닌데 왜 자당만 이런 속 편한 숫자로 정해 놓았을까? 아이스크림에는 다양한 당류가 들어간다. 당장 우유에는 유당이 있을 것이고 과일 하나 넣으면 포도당, 과당까지 가세한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기초적으로 배웠던 화학 지식을 복습해서 해결할 수 있다. 화학 수업에서 흔히 어는점을 측정한 뒤 이를 통해 분자량을 구하곤 하는데, 그 원리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당류간의 빙점 강하 정도를 자당 기준으로 변환할 수 있다.

화학을 복습해보면, 먼저 어는점 내림 공식은 다음과 같다.
M1
무식하게 이렇게 표현하는데 여기서 Kf은 어는점 내림 상수인데 무시하고 변수인 m, 몰랄 농도에 주목한다. 몰랄 농도는 다시

M2
이렇게 표현된다. 여기서 Msolvent는 용매의 질량이고 n은 몰수이다. 그리고 몰수를 다시 풀면

equation
W는 질량이고, Mmol은 몰 질량이다. 몰 질량은 다시 전체 분자량에 몰 질량 상수를 곱한 것인데 몰 질량 상수는 0.999같은 수이므로 무시한다면 결국 몰수는 분자량의 크기에 반비례하고, 몰랄 농도도 그럴 것이고, 결국 어는점 내림 정도까지 분자량과 반비례한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자당의 분자량을 알아낸 후, 기타 당류들의 분자량을 알면 간단한 곱셈을 하는 것으로 같은 당류 1g가 자당 1g에 상응하는 PAC 값을 얻어낼 수 있다.

https://medium.com/@gelatologist/what-pac-is-and-how-to-calculate-it-2f1ade1bd5df

그리고 다행히도 그런 노가다는 누군가 대신 해준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도 좀 더) 몰 질량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낼 수 있으므로 위 표에 없는 재료라 하더라도 물에 녹는 무언가라면 동일한 방식을 통해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해야하는 점이 있는데, 물에 녹아서 어는점을 내리는 성분은 대부분 당류이지만 재수없게도 당류에 포함되지 않는데 그런 기능을 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소금과 에탄올이다. 우유에는 100g에 1g 미만의 미량의 소금이 함유되어 있는데, 적은 양이지만 소금은 분자량이 꽤 작은 편이어서 어는점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수 있다. 에탄올은 안넣으면 그만이라고는 하지만 술만큼 쉽게 돈버는 도구가 없음을 생각하면 유혹이 일 수밖에 없는데 에탄올의 분자량은 소금보다도 더 작다. 다행히도 위의 도표에는 각각 계산할 수 있는 계수가 주어져 있으나, 여의치 않을 때에는 무지유고형분 내의 소금 비중을 어림잡아 계산하는 방법도 있다(상단의 Table 6.3).

이렇게 우리는 어는 점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마스터했으므로 이제 재료들을 조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반드시 넣어야 할 재료를 정해서 넣은 뒤, 빙점이 덜 내려가는 것 같으면 분자량이 작은 재료를 늘리고 반대라면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각 감미료들이 가진 당도는 이미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재밌게도 이 감미료들의 분자량과 당도는 비례하지 않고 제각각이므로 적당한 1차식 풀이를 통해 원하는 당도와 어는점을 모두 얻어낼 수 있으리라. 당도는 얼마가 적당하느냐고? 그정도는 이제 직접 하자.


References

Leighton, A. (1927). On the calculation of the freezing point of ice-cream mixes and of the quantities of ice separated during the freezing process. Journal of Dairy Science, 10(4), 300-308.
Goff, H. D., Hartel, R. W., (2013), Ice Cream. Spri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