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 드 에코 - 모양과 성형
루틴으로 바게트를 먹고 있는지라 종종 바게트를 파는 곳들을 찾아가는데, 멀쩡한 바게트는 없고 가르니튀르가 들은 바게트만 있어 불가피하게 그런 것을 샀다. 예상치 못하게 좋은 지점이 있었다. 고르게 짠맛이 베어들어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는 인상이었고 귀를 열어둔 모양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잘 열려있는 가운데 껍데기에서는 구운 맛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바게트 가게에 과연 다시 올까 하면 그렇지 않았다. 2층까지 계단을 오르기 싫어서는 아니고, 빵의 모양 때문이었다. 빵의 꼬투리가 없다시피했기 때문이다. 반죽을 길게 늘어뜨리는 성형 이후 꼬집고 꼬아서 끄트머리를 늘릴 수 있는데, 뺑 드 에코의 빵은 그러한 취향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었다. 끝이 좁아져 마침내 그을음으로 홀로 색이 검게 변해가는 꼬투리는 바게트의 꽃봉오리와도 같다. 겉과 속의 대비를 넘어서 완전한 껍질만이 남아, 뭉개지지 않고 깨지듯 부수어져 극단적으로 향을 품어내며 일상의 음식에 살짝의 유희거리가 되어준다.
물론 끝이 둥근 바게트가 대단한 잘못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시골풍이 느껴질 정도로 굽는다면 끝 따위는 둥글어도 괜찮다(「뺑 스톡」이 제빵사가 바뀌기 전 극초기에 내던 바게트가 그랬다). 뺑 드 에코의 빵은 그렇지는 않았고, 다른 이유로 찾아가기에는 빵이 너무 빨리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