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ESSER.COM / BEFORE IT ME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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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의 본질은 언제나처럼 아마추어적 비평에 있다. 아마추어란 라틴어의 사랑amare을 어원으로 하는 표현으로 무언가를 사랑하지만,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해당 표현이 널리 사용된 것은 17~18세기 영국의 젠틀맨 아마추어(gentleman amateur)라는 빅토리아, 에드워드 시대 전형적 남성상의 등장을 배경으로 한다. 스포츠부터 과학까지 방대한 영역을 귀족적 취미로 밀어넣었던 아마추어리즘은 대가 없는 사랑을 상징했다. 물론 축구와 같은 서민적 스포츠에서 아마추어리즘은 빠르게 공격받았고, 크리켓에서도 아마추어리즘은 위선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쇠락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근대 상류층의 행동 방식으로서 아마추어리즘을 유효한 담론으로 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식문화 담론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러한 사랑이다. 글부터 음식까지 어디에 사랑이 묻어있는가. 싸구려 대가와 교환해 버린 후기, 세 다리 건너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전문가 집단의 찬사, 한결같은 각도의 사진을 들이대는 유명인들과 민족적 자긍심 고양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철학까지, 북새통 속에서 한식은 일본과 동남아가 수행했던 '놀라운 동양'의 역할을 물려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그리고 거의 온 듯 하다).

아마추어리즘은 단순한 후퇴의 도구가 아니다. 입맛은 주관적이라는 등의 비열한 변명으로 비판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아마추어리즘은 내세울 수 있는 최선으로, 오염된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대항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본지의 아마추어리즘은 프로페셔널에 대한 요구, 즉 생산성에 대한 요구와 부딪히곤 한다. 프로가 아웃풋을 통해 능력의 유익을 증명하고 대가를 수수하는 것과 같이, 대가를 수수하지 않음에도 본지의 아마추어리즘은 식음료 문화에 있어 무언가를 산출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인지도로, 레스토랑은 수익으로 스스로를 뽐내지만 평론은 그러한 가치를 좇지 않는다. 다만 공동체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외국어로 된 정보의 전달, 의견의 공공연한 개시와 같은 작업을 이어오고 있을 뿐이다-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왜 쉬운 한국어의 형태로 가공하는가? 내가 외국어 문화권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이에 더해 스스로도 부차적으로 한국, 서울 식문화의 변화를 바라고 있으므로 그러한 응답은 때때로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기여가 구체적 형태로 현출되길 바라는 이들의 시선은 반갑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일단 본지는 수익성이 없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따라서 수익성 향상이나 규모 확장을 위한 전략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신뢰의 외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므로 타인의 협력을 구하는 일 또한 최소한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지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외국인들과 주로 인터뷰를 하는 이유이다.

녹기 전에에 대해 어떠한 글도 작성하지 않은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의 문제 역시 엮여있다. 물론 언제나 게재의 여부는 관련 이익을 형량하여 결정되므로, 미게재 사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글이 작성된 예는 더러 존재한다. 그러나 녹기 전에에 대한 글은 게재의 이익이 적은 데 반해(이는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성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게재 시 추후 편집 방향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크다고 판단하였다. 특정 주제로부터 오는 개인적 스트레스도 있다. 본지는 선입견 없이 내용을 수용/비판할 수 있도록 편집자에 대한 어떠한 개인정보도 제공하고 있지 않으나 이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제공하는 내용 및 배경에 대해 그런 궁금함을 좀 가져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기 전에에 대해 결국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고, 그 내용은 해당 매장에 대한 의견이나 평가가 아닌 행사 진행에 관련된 내용이다.

티 센터 오브 스톡홀름은 East West Scandinavia AB에서 운영하는 차 수입 및 가공 전문 업체로 1979년 창업한, 차 업계에서는 젊은 축에 속하는 브랜드이다. 홍차 애호가 사이에서 꽤나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이며 썩 괜찮은 찻잎을 수급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홍차 문화가 크게 자리잡지 못한 국내 특성 상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다. 물론 서구 국가에 훌륭한 차 수입업체는 무수히 많지만, 북유럽에 체류하는 김에 해당 브랜드의 차를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그러한 인연이 닿은 곳 중 한 곳이 녹기 전에였다. 제품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까지는 아니었지만 차는 아이스크림이 되었고, 아이스크림은 한국과 스웨덴을 잇는 인연이 되었다.

매장의 방식을 생각하면 협업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녹기 전에를 스쳐간 수많은 일회성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그럼에도 원하는 "경험의 공유"를 더 넓은 차원에서 이루어낼 수 있음에 기쁘고 자랑스럽다. 굳이 숟가락을 얹자면, 이것을 나름의 기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