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앤 제리스 - 커피 커피 버즈버즈버즈!
아이스크림의 기본이 되는 맛들은 보통 열대지방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만큼 아이스크림이 지극히 오늘날의 현상이라는 점을 방증하기도 하는데, 쉽게 떠올려보라. 부동의 3총사인 바닐라, 초콜릿, 딸기 중 두 가지가 여전히 플랜테이션 농업에 기대고 있으며 쿠키 & 크림, 스트라치아텔라, 민트 & 초콜릿 칩 모두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커피 또한 이 행렬에 끼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러나 커피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것은 과연 같은 단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카페 오 레, 카페 라테 등 무수히 많은 커피와 우유의 궁합을 떠올려보면 왜 어려울까 싶은데, 더위사냥과 같은 대표적 예시를 떠올려보면 독자는 어렵다는 말에 더 큰 의구심을 가지리라 생각한다.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믹스에 소량 첨가하는 것만으로도 더위사냥이 만들어진다. 극단적으로는 가정용 냉동고에서도 비슷한게 나온다. 그러나 커피의 신맛, 쓴맛, 그리고 향 따위를 아이스크림에서 되살리자면 머리가 골치가 아파진다.
벤 앤 제리스의 커피 커피 버즈버즈버즈!는 아주 낯선 물건은 아닌지라, 그 해답은 이미 알고있지만 국내 발매를 기념하여 다시 이야기해본다. 이 회사에서 내린 처방은, 에스프레소 별첨. 아이스크림 베이스 전체를 커피라고 부를 정도로 강하게 만드려면, 그러면서도 더위사냥같은 얼음 덩이가 아닌 아이스크림으로 만드려면, 커피의 함량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아이스크림을 먹다 각성을 느끼고 남을 수준으로 오른다. 더위사냥은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를 혼합하고, 벤 앤 제리스는 그냥 고카페인인 채로 내놓는다. 그라운드 커피를 단순하게 늘리는 대신 추가로 에스프레소를 적신 퍼지를 속속들이 박아내어 완성한다. 벤 앤 제리스의 왕도가 되는 점도를 지키기 위해 고형분을 늘리지 않기 위한 방책임과 동시에 쉬이 진해지지 않는 커피향에 대한 처방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는 극단적으로 커피같은 커피 아이스크림이 된다.
이게 과연 커피 아이스크림이라는 소분야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남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제는 세계구급의 대기업이 된 B&J지만 그 맛의 충격은 여전히 그들이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아이스크림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커피 아이스크림이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던진다. 적어도 이만큼 진한 커피 아이스크림 밑으로는 전부 가짜고,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그것이 이 아이스크림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라 생각한다. 정작 B&J 스스로도 콜드 브루 아이스크림을 연달아 냈지만 참패를 기록, 스스로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점은 고민거리를 늘린다. 이외에도 커피향을 과자 등지로 옮기거나, 티라미수와 같이 처리하거나 커피 리큐르를 쓰는 등 세상에 다양한 처방들을 찾아볼 수 있지만 잘 만든 아포가토 하나 넘어서기가 힘들다. 이 아이스크림은 그 도약의 주춧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