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앤 제리스 - 민트 초콜릿 청크

벤 앤 제리스 - 민트 초콜릿 청크

먼저 밝히자면, 벤 앤 제리스는 민트 초콜릿에 대해 두 가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는 파인트로 판매하는 민트 초콜릿 쿠키이고, 둘은 스쿱 샵(국내에서는 딜리버리로만 존재)에서 판매하는 민트 초콜릿 청크이다. 동일 베이스에 퍼지 청크를 넣느냐, 코코아 가루를 넣은 쿠키를 넣느냐에 따라 갈린다.

일단 널리 퍼진 "민초"의 원형은 민트 베이스에 초콜릿을 박은 형태인 "민트 로열"로 알려져있지만, 둘을 짝지은 아이스크림은 그 이전에도 널리 퍼져있는 레시피였다. 베스킨 라빈스의 최초의 31가지 맛에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게 1945년 일이다. 출처는 LA 타임즈 자료 미국에서는 그 이전 초콜릿 바나 과자에서 초콜릿에 대한 wow factor로 스피어민트를 사용했던 흔적들이 널리 발견된다. 과거 시카고 Frederick & Nelson 백화점을 상징하던 프랑고 민트 초콜릿의 역사는 100년을 넘었다. 대량생산 공산품은 어떠한가. York Peppermint Patties같은 과자는 2차대전 이전부터 생산되기 시작하여 아직도 생산중이다. 전후 걸 스카우트의 쿠키들 중 가장 상징적인 맛으로 자리잡은 맛 또한 민트 초콜릿 칩. 이러니 왕가의 결혼식 이야기 없이도 이미 초콜릿 용법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토록 유구한 역사를 지닌 민트와 초콜릿의 결합은 단순하게 이해될 수 있다: 카카오는 그 자체로는 쓴 맛이 강하며, 그에 더해 지방은 풍성하다. 본래 섬세한 풍미를 지니기야 했지만 대량으로 먹을 경우 이중, 삼중으로 혀에 피로가 누적되어 금방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이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것이 민트다. 흔히 팔레트 클렌져로 쓰이는 셔벗에도 애용되듯이, 강한 청량감을 통해 누적된 맛의 피로를 덜어준다. 카카오의 쓴맛을 느끼기 어렵게 해주면서도, 청량감이 강할 뿐 고유의 향이 강하지 않기에 카카오의 섬세한 풍미를 해치지 않는다. 찬 음식으로 가공할 때 더욱 차게 느끼게 되는 극적인 착각의 황홀함은 덤이다.

그렇다면 정석적으로 빚은 민트 초콜릿의 맛은 어때야 할까? 기본적인 얼개는 "민트의 자극"-"가나슈 등 초콜릿의 단맛/향"이고, 민트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을 빚을 경우에는 아이스크림 베이스의 부드러움-초콜릿 칩의 바삭함의 대조, 거기에 더해 베이스의 민트가 주는 큰 청량감 이후의 우유 고유의 풍미, 때로는 바닐라까지 이어지는 베이스 특유의 향 이후 초콜릿을 부수면서 단맛이 한 편의 극처럼 이어져야 한다. 초콜릿에 직접 민트를 녹여 민트 가나슈를 만드는 경우에는 민트의 강약을 조절해야 하지만, 이처럼 둘에게 시간차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에는 한층 더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초콜릿의 클렌져 역할을 넘어,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강한 청량감을 통해 마치 꽁꽁 어는 듯한, 놀랄만한 감각을 줄 수 있는 디저트가 된다.

그래서 벤 앤 제리스의 민트 초콜릿 청크는 어땠는가? 여름에는 얼음을 잔뜩 넣거나 아이스크림을 채워 그래스호퍼 칵테일을 셰이크 형식으로 낸 것과 꼭 닮은 인상. 다만 단맛과 초콜릿이 동시에 밀려들어오지 않는데, 기본적으로 쓰는 아이스크림 베이스가 상당히 달고 지방이 풍성하여 기본적으로 식사의 여운을 자르고 막을 전환하는 듯한 역할에 충실하다. 민트를 잎사귀를 다져넣지 않고 인퓨징으로 추출한 액상을 쓰기 때문에 전형적인 그 녹색은 아니지만, 민트의 맑은 인상 또한 풍성하다. 초콜릿의 향을 느낄 때 쯤이면 구성이 역전된 반전의 경험이 이어진다. 민트의 화사한 느낌이 부담스러울때 즈음 초콜릿 칩의 친숙한 향과 절제된 단맛, 미약한 카카오의 쌉싸름함이 호흡을 가다듬게 해준다. 초콜릿을 위해 쓰인 민트가 아니라, 민트를 제어하기 위해 초콜릿으로 쉬어간다.

이쯤 되면 많이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인 것 같지만, 지방과 당은 이 아이스크림을 한껏 더 탐닉하도록 만든다. 여러모로 위험하게 맛있다.

"민초단"이냐 아니냐, 유치한 농담 아래에 수많은 민트 초콜릿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좋은 민트 초콜릿 음식이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을 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기본적인 완성도에는 관심이 없이 유행에 편승하려는 시도다. 벤 앤 제리스의 민트 초콜릿 청크는 그 대척점에 있다. 민트 초콜릿을 만들어온지 못해도 30년이 되어가는 벤 앤 제리스의 민트는 그저 그 맛의 훌륭함 때문에 존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스크림 베이스가 훌륭하니 색소로 낸 푸르딩딩함 없이도 충분히 매혹적이다. 작은 컵이나 파인트의 1/3을 채워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여름의 아이스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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