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플리즈 - 칠리 버거, 버섯 버거

버거 플리즈 - 칠리 버거, 버섯 버거

배달 매상이 높은 가게의 요리를 통상의 외식과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할 생각은 없지만 찾아와서 먹는 본무대 역시 준비된 매장이라면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여러 변화를 겪었는데, 개업 초기에는 폭탄 버거 비스무리한 메뉴도 있었는데 이제는 배달용기를 위해 햄버거의 두께에 제약이 걸렸고 셰이크는 견고하게 자리잡아 종류도 썩 확보되었다(이는 중요한 사실이다-셰이크 쉑을 제외하면 셰이크가 두 종류 이상인 곳은 정말 없다). Per Se를 언급하는 디스플레이는 다소 낯간지럽긴 하지만 경영사항에 관하여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독자적인 결단을 했다면 딴죽 걸지 않게 되있는 법이므로 그냥 넘어가자.

그래서 중요한건 이제 치즈버거에 질린-사실 이런 말은 거짓이다. 김치와 쌀밥에 질리지 않듯이- 사람들을 위한 두 메뉴에 대해 뭐라도 쓸 요량이었으므로 지하 아케이드를 찾았다. 그래서 어땠는가.

먼저 안좋은 쪽은 트러플 버거. 물론 안좋다는 것은 스스로의 치즈버거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이야기이다.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버섯은 풍성한 감칠맛의 공급원이 되어줄 뿐 아니라 간 쇠고기 패티의 보완재, 심지어는 대안으로까지 떠오르는 재료이므로 햄버거에게는 언제나 탐스러운 대상임과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COVID-19 이전까지만 해도 제임스 비어드 재단에서 주기적으로 패티에 버섯을 섞어넣은 햄버거를 만드는 대회를 열기도 했었는데, 꼭 그런 방식으로 용례를 제한하지 않더라도 이미 서양 요리에서 버섯의 문법은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으므로 주방에서 쓰기 나름이다.

버거 플리즈의 트러플 머쉬룸 버거는 그러한 버섯의 꿈을 현실로 가져오지 못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로로 긴 버섯을 크게 가공하지 않고 소테하듯이 익혀 그대로 쓴다는 점인데, 비교적 작은 용기맞물려 진퇴양난에 빠진다. 버섯을 종으로 놓고 베어물면 섬유가 쉽게 끊기지 않아 햄버거의 핵심이 되는 편안함이 무너지며, 횡으로 베어물면 한 가닥이 통째로 빨려들어오고 말아 설계한 맛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트러플 향과 모차렐라 치즈, 패티로 이어지는 맛의 그림이 썩 훌륭하여 마치 토마토 소스를 뺀 피자Pizza bianca나 트러플 크림을 연상케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버섯의 감칠맛의 집중도가 충분했다면 살짝 모자란 염도에 방점을 찍었을텐데 결승점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만다. 단순하게는 뒥셀로 만든다 따위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사용하는 버섯이 그에 친하지 않으므로 무언가 다른 묘책이 필요하리라.

이에 반해 완전히 편안한 음식에 편안함을 덧댄 것과 같은 칠리 버거는 기본 버거를 칠리 콘 카르네로 휘감은 단순한 레시피인데 큰 승리가 있었다. 적절한 온도로 끼얹은 칠리가 베어무는 순간 입안의 후신경 전체를 풍성하게 자극하여 곧바로 다음 한 입을 갈구하게 만든다. 포장용기에 조금씩 남고 마는 칠리가 아까워 입에 털어넣으려다가 세탁비가 식대에 추가될까봐 참았다. 칠리 버거라는 요리가 LA 바깥에서는 유력한 장르가 아니지만 그런 맥락을 제외하고라도 빵-패티-치즈의 탄/단/지 식사를 칠리라는 조미를 통해 훌륭하게 완성한 그림이었다.

햄버거라는 정해진 무대 위에서 어떻게 재료들을 엮을지에 대해 가락이 있는 곳이고 타협하지 않는 무언가가 버티고 있으므로 버거 플리즈의 버거는 언제나 즐길 수 있는 식사가 된다. 수요미식회 등 매스컴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른바 "수제 버거"를 내세우는 가게들이 서울 기타 수도권 등지에서 일가를 이룬 뒤 오늘날 그 다음의 햄버거에 대해 제대로 된 열정을 보여주는 곳은 여전히 적은 가운데 버거 플리즈는 그 중 하나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다. 면면을 보면 한 걸음 더 나아간 요리에도 자신이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지만 스스로 설정한 편안함의 포지션, 그리고 배달어플 위주의 생태계를 감안하면 짧은 시간에 큰 변화를 바라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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