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ta 'Paolo Berta' Riserva del Fondatore Grappa 1995

Berta 'Paolo Berta' Riserva del Fondatore Grappa 1995

그라파에도 新舊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여러분은 익히 알고 계시리라.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가끔은 관심이 부족할 뿐인 독자도 계시므로, 그분들을 배려하여 그라파의 이야기를 해보자. 舊, 즉 그라파의 옛날을 상징하는 하우스라면 Nardini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Nonino, Poli, Bocchino, Berta 등이 따라 떠오른다. 주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현대적인 그라파 증류 및 장기숙성 그라파 문화가 꽃을 피우기 전부터 그라파의 역사를 만든 하우스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전통은 혁신과 이어진다. 현대 그라파 제조의 가장 핵심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중탕식 증류(distillazione a bagnomaria)의 발명에서 Poli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처럼, 이들은 그라파라는 문화를 지켜오면서 그것의 변화를 만들어온 산 증인들이기도 하다.

북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네비올로, 그리고 바르베라로 빚은 베르타의 리제르바 그라파는 코냑에 비하면 숙성 기간이 길지 않다는 편견에서 오는 그라파에 대한 인상을 흔들어주는 위대한 한 모금을 선사했다. 잘 익은 코냑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진중한 바닐라와 프렌치 오크가 팔레트에 머무르면서 머금는 첫 향으로는 그라파 특유의 핵과나 아카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가벼운 화사함이 교차한다. 잘 익은 과일의 충만함과 카카오를 떠올리게 하는 무게감이 겹쳐 만들어지는 압도적인 인상은 앞서의 식사를 모두 잊어도 좋을 정도의 힘을 보여주고 미세한 잔향을 남긴 뒤 미련 없이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식후주의 역할이 아닐까.

'캐치테이블' 어플은 언젠가부터 식당을 예약하면 2차 장소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앱을 통해 의미 있는 저녁 식사를 예약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낡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만찬에 2차란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식사를 마친 후 식후주로 그 여운을 이어가는 것까지가 만찬이 되어야 한다. 만취하지 못했다면 그것으로도 좋다. 좋은 날의 기억을 블랙아웃으로 날려버릴 필요가 있을까? 베르타의 그라파는 잊고 싶은 기억이 아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밤의 피날레가 되어주기에 충분한 힘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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