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칼리노 - 2022년 가을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

보칼리노 - 2022년 가을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

방문 전

보칼리노의 예약은 서드 파티 예약 관리 사이트(TableCheck) 및 전화, 이메일로 가능하다. 한 번의 예약 확인 전화 이외에는 모두 자동 메시지로 관리되며 당일 확인 전화는 없다.

요리

이날은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 메뉴중 피자 메뉴인 피자 비앙카, 그리고 한우 스테이크를 제외한 단품을 골랐다.

개별 요리를 가타부타 논하기 전에 이런 종류의 행사의 효용과 목표에 대해 따질 필요가 있다. 일단 포 시즌스 호텔 서울은 지하 바 등 일부를 제외하면 기타 유수의 대도시에 위치한 포 시즌스 호텔 체인에 비해 한 체급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관리자급 직원들을 계속 순환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요리사들이 한국의 열악한 식재료 사정 및 독특한 외식 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떠나는 일이 반복되곤 했다. 그나마 「유 유안」은 한국인들에게 도외시받는 칸톤 요리를 한다는 이유로 나름의 영역을 만들었지만 중국발 고객의 유입이 제한되면서 이 역시 큰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포 시즌스 서울은 주요 소비층이 된 한국의 고소득 장년, 노년층을 위한 공간이 되면서 보칼리노는 아예 COVID-19기간동안 공위시대Interregnum를 겪었다.

셰프가 생긴 이후에도 큰 틀은 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빠르게 현실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요리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요리 외적인 요소들이 개입되었던 여러 행사들과 달리 이번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은 셰프가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프로모션이 되었다. 전세계의 레스토랑에서 모두 비슷한 요리를 시작하고 있는데, 주제는 정해진 가운데 어떻게 트러플의 전부를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Cured Hanwoo beef carpaccio, white truffle, arugula, parmigiano reggiano
Zuppa di cavolfiore, white truffle, egg parfait
Spaghetti alla Chitarra, white truffle, parmigiano, sauce beurre noisette 

주문하지 않은 피자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있다고 친다면 전반적으로 요리들은 화이트 트러플의 전형적인 짝짓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달걀을 넣은 북부식 파스타 면에 버터 소스는 정말 전형에 전형을 더했다고 하겠으며 컬리플라워와 달걀을 이용한 주파 역시 아스파라거스와 달걀을 이용한 요리와 유사한 맥락에 놓여있는 전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가장 인상깊었던 요리는 그러한 틀에서 살짝 빗겨난 카르파치오였는데, 지나치게 차지 않아 트러플의 향이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좋은 염도가 향을 더욱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아주 정교한 요리를 하기에는 인력이나 역량 모두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카르파치오 자체는 아이디어부터 실행까지 일관된 훌륭함을 빛내고 있었다.

반대로 전형적인 요리들은 오히려 전형성 때문에라도 흠이 돋보였는데, 에르베 디스와 피에르 가니에르의 초기 협업을 상징하는 "퍼펙트 에그"는 이름처럼 퍼펙트하지 않았다. 주방에서야 온도계를 꽂아 완성했을지 몰라도 노른자 중심으로 측정하기 때문인지 흰자는 내가 아는 그 요리의 질감이 아니었으며, 따스한 수프를 부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주방에서 홀로 나오는 순간까지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노른자의 텍스처는 객관적으로 퍼펙트 에그가 아닌 쪽에 가까웠다. 애초에 좋은 달걀을 수입하기 어려운 이런 호텔 업장 특성상 브로일러 닭의 노른자가 트러플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정작 잘 굳어버린 달걀인 덕에 그런 일은 없었지만 반대로 흐르는 듯한 지방을 타고 이어지는 쾌락의 경험 역시 모자랐다. 그래도 키타라는 스파게티라는 이름을 붙여뒀지만 레시피는 전형적이 타야린-버터-트러플 파스타를 바탕으로 했는데, 나는 평소 셰프 에르바의 꾸준한 파스타 프레스카 사랑은 열악한 한국의 식재료 사정과 이걸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반응이 만들어낸 타율적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경우에는 통하는 수였다. 세몰리나 밀가루의 선택지는 더 없는 편이라 아주 다양한 맛을 펼쳐내지는 못하지만 곡물의 섬세한 고소함부터 역시 트러플의 향을 당기게 하는 강한 짠맛까지 유려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Black Olives and Caper Crumble, Baby Bell Pepper stuffed with Mashed Potatoes, Paprika Sauce and Herbs

상반기 가지 카포나타를 선보였던 대구 요리의 짝은 파프리카로 바뀌었는데 좋고 나쁨을 떠나 전형을 벗어난 요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복했다. 도발적인 요리라고 할 수 있는데 소스의 점도나 단백질의 텍스처, 조리 방식 등이 아주 정교하지 않으므로 유희거리 정도로 머문다.


총평: 주한이탈리아상공회의소와 이탈리아 대사관을 주축으로 이탈리아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홍보가 요새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콘래드에서는 화이트 트러플 경매를 주최했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Q마크), 감베로 로쏘 등 현지에서 여러 현판을 공수해오기도 했다. 명단을 보면 한국의 이탈리아인들이 참으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지만... 그 속에서 몇 년만에 찾아온 보칼리노의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에서 셰프는 안전한 영역에 머무르기를 선택했다. 트러플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최음에 가까운 쾌락을 선보이는데는 어느정도 성공했지만 요리로서 나아가지 못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다. 물론 보칼리노의 요리가 나아가야 하는 의무는 없으며, 오히려 반대로 나아가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 시즌스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과연 일상에 가까운가 하면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요리는 다소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건 아닐까. 현대적인 요리 방식이 이전 세대의 것보다 우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알아낸 지혜는 사용해야 마땅한데, 최소한의 동시대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서비스: 모자라지 않은 전문성, 그러나 훈련으로 기를 수 있는 영역의 여전한 빈칸

가격: 화이트 트러플 프로모션 메뉴 단품 KRW 88000부터. 2인 기준 음료 포함 KRW 400000정도의 예산. 본인은 테이스트 바이 포 시즌스 멤버십의 회원이다.

음료: 포 시즌스의 음료 담당자는 역할은 그의 열정을 전부 소진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