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츄 - 문제의식과 주제의식

부탄츄 - 문제의식과 주제의식

일본의 라멘 유행을 한창 따라잡던 서울의 라멘 가게들은 지로 앞에서 멈춰섰다. 노렌와케는 커녕 사실 아무 관련성 없는 동인 작품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이에케니 지로카이니 이름을 붙이면서 놀다가, 신통치 않았는지 COIVD-19 전후로 이미 라멘은 멈추어선 상태였다.
「부탄츄」같은 돈코츠 스프는 이제는 오피스 타운이나 대학가 등지의 일상 음식으로 썩 훌륭하게 자리잡았으나, 맛보기의 단계에 반쯤 걸쳐선 라멘들이 멈추어선 가운데 라멘이라는 음식에 대한 논쟁 또한 멈춰섰다.

나는 그동안 서울 지역에서의 라멘의 유행을 긍정적으로 보았는데, 대중적인 한식의 국물내기 방식과 차이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토리가라나 닭발 등으로 끓여낸 닭 수프는 종종 삼계탕에 비유되지만 묽음이나 뼈가 이로 부수어질 만큼 작은 닭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맛에 대해 고민할 거리를 던져준다. 같은 돼지 등뼈를 쓰는 돈코츠와 감자탕, 접짝뼛국 사이에서는 센불에 우린 뼛국물의 아름다움을 취하면서도 된장과 고추가루라는 우리 방식의 조미, 그리고 살코기의 활용 가능성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더 이상 사람들은 라멘으로 재미를 보지 않는다. COVID-19의 위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그 이전부터 정체는 계속되고 있었다. 일례로 일본의 몇 가지 뻔한 흐름을 짚어보자면, 첫째로 큰 틀을 유지하되 재료의 풍미를 돋보이게 하는 방식, 즉 지도리를 쓴다거나 면의 품질에 특별한 공정이 더해진다거나 하는 방식이 없다. 물론 반드시 그들을 따라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머리뼈부터 시작해 다양한 뼈를 쓰는 레시피로 노즈 투 테일 철학과 어울리면서도 복잡한 풍미의 돈코츠를 만든다거나(다나카쇼텐의 경우) 단백질 비율이 높은 밀을 써서 면의 풍미에 집중하는 경우(이바라키의 마츠야세이멘조의 경우) 따위의 쉬운 예시들이 있으나 서울은 논외다. 물론 이런 방향을 좇으라는 뜻은 아니나 어차피 일본 좇기밖에 더하고 있지 않은가. 좇으려면 바짝 다가가기라도 해야 할텐데. 혹은 다양한 식문화와 결합의 무대로 라멘을 사용할 수도 있다. 태초부터 다시마나 가쓰오부시를 우린 1번다시 따위를 섞는 라멘이 존재했고 W스프 따위의 용어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혹은 조리의 방식 등의 미세 조정 또한 주제가 될 수 있다. 스프에 향미유를 올리는 방식은 이제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멘도코로 혼다의 언급을 빼놓기 어렵다. 이외에도 라멘과 다른 장르의 요리를 뒤섞는 크로스오버나 중화소바와 가족 단위의 외식을 주제의식으로 하는 네오쿠라 등 굳이 더 말을 붙이지는 않겠다.

그러나 맛보기 전이나 후나 이런 식으로 의미를 찾고픈 욕심이 드는 라멘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입국이 사실상 막힌지 3년을 바라보는 오늘날 여전히 대중적인 돈코츠는 이치란이 절대기준, 이외에는 의미불명이나 단지 일본의 무슨 가게를 적절히 모사했다 정도로 감사하고 살아야 하는가.

그 와중에 작년에서는 한 지점에서만 내던 부탄츄의 히로시마 츠케멘이 다섯 지점 모두가 제공하도록 바뀌었다는 소식은 내게 어떤 울림이 되어주었다. 히로시마 츠케멘이라고 하면 엄밀히 말해 과거에는 레이멘(일본말로 냉면 맞다)이라고 이름붙은 음식으로 히로시마 지역의 식문화와는 무관했고 특정 인물의 아이디어에 불과한 요리였다. 군항이었던 구레에도 구레 레이멘이 있는데 그쪽 역시 중국계 이민자의 발명품. 하여간 그렇게 시작된 요리였지만 라멘 스프가 부담스러운 계절 절묘한 맛으로 사랑받아 당지라멘을 밀고픈 지역관광청의 의지까지 이어받아 나름대로 어떤 형태로 고정이 되게 되었다. 가벼운 스프에 깨와 고추기름을 한껏 친 자극적인 스프에 데친 매운맛만 뺀 파와 양배추 등 섬유질의 감각이 풍성한 야채를 곁들여 먹는다.

식초, 깨, 고추기름에 레몬까지 거의 커스텀의 범위가 무한에 가까운 음식이라 세밀한 조정을 하는 재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찍어먹는 스프에 있어서도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깨와 고추기름의 가락이 잇는 중화풍의 인상 속에서 적절한 면을 씹는 재미로 한 끼는 가볍게 때울 수 있는 경쾌한 음식이다. 야채의 데친 정도 기타의 기본사항은 흠 잡을 것 없는 가운데 느껴지는 지점 또한 없었다. 정말 이 양식을 전형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그런 음식이라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가장 재밌었다. 그냥 이런 요리도 먹어보라는 가벼운 취지의 재미. 부탄츄는 히로시마 츠케멘의 명점인 척을 하는 곳도 아니고, 또 히로시마 츠케멘이 어떤 형태의 우월함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절하게 재현하면 적절하게 먹을만한 음식이다. 부탄츄는 커다란 대학가마다 있고, 아마 한 번 쯤 먹어본 사람들이 양산될 것이다. 그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당지라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많지만 인식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면 부탄츄의 히로시마 츠케멘은 라멘 씬의 기수까지도 될 수 있다.

사실 부탄츄의 진정한 매력은 이런 한정 메뉴보다도 그냥 영업 그 자체에 있다고 본다. 케어터링까지 커버하면서도 여러 지점들이 적절하게 굴러가고 있고, 사이드와 음료 구성 또한 여느 라멘가게들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다. 일상 요리를 하겠다면 일상적인 식습관에 대한 이해가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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