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CAO HUNTERS PLUS - 카카오란 무엇인가

JR 도쿄역에는 뜬금없는 가게가 하나 있다. 바로 콜롬비아에서 카카오를 연구하는 오가타 마유미의 카카오 헌터즈 플러스다. 콜롬비아에 정착해 초콜릿을 수입, 가공하고 있는 그녀는 전세계로 초콜릿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곳은 그녀가 생산, 가공하는 초콜릿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콜롬비아 각지의 카카오를 가공해 만든 젤라또들이다. 기술적인 수준은 솔직하게 말해 높지 않다. 한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믹스형/단기속성반형 젤라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의 고형분이 제각각이기 때문인지 텍스처는 일관되지 않고 특히 시에라 네바다의 텍스처는 살짝 갈라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곳의 젤라또는 아주 크게 유효하며, 경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없었고, 지금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형태의 초콜릿 젤라또를 팔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렇느냐 하면, 바로 지향점이다. 이곳의 카카오는 애초에 모두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단순히 여러 종을 병렬로 늘어놓았기 때문이 아니라, 바 초콜릿과 젤라또 모두를 먹어보면 그런 느낌을 충분히 준다. 시에라 네바다는 어쨌니, 아라우카는 이랬니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비교 대상이 없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평가에는 상대성이 있어야 하는데 카카오 헌터스의 아이스크림에는 아직 그런 것이 낯설다.

초콜릿이 단맛의 그릇 역할을 하던 시절에 반기를 들어 세계를 뒤집어 놓은 것이 발로나였다. 그리고 2023년 오늘날 한국에서는 다시 그 발로나가 초콜릿을 발로나 맛의 그릇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누구도 초콜릿에 새로운 가치관을 기대하고 있지 않다. 이제는 한국에서 빈투바를 한다는 곳들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고 젤라또 가게는 그거보다 더 많아졌지만 초콜릿이고 젤라또이기 전에 한국 요식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공한 자와 같아지려는 그 본능, 보이지 않는 원가를 아끼려는 그 본능. 장어덮밥집이 늘어도 하나같이 나고야식이며 이탈리안은 앞다투어 정체불명의 국수집으로 변모했다. 카카오 헌터즈는 특별하지 않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개성 하나로 굴러가는 가게라는 점에서 기억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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