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édric Grolet Opéra - Trompe-l'œil et al.

Cédric Grolet Opéra - Trompe-l'œil et al.

르 모리스의 세드릭 그롤레-역서상의 저자명 표기법에 따른다-가 대단한 호텔의 대단한 파티셰라면 오페라의 그는 한층 더 그의 에고를 끌어올렸다. 주방에서 소리를 지르기보다는 맥북으로 업무를 보며 세계 곳곳을 다니고 주름 많은 모자와 창백한 유니폼보다는 양팔의 타투만큼이나 화려한 운동화가 눈에 띄는 파티셰. 크게 만드는 쪽에 아마우리 귀숑이 있다면 작은 쪽에는 세드릭이 있다.

오페라의 장엄한 풍경에 어울릴 만큼 좋은 공간과 좋은 사람들, 좋은 분위기가 기분을 가득 고양시킨다. 2층의 창가에서는 잔뜩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쟁취한 승리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재미까지 있다. 그렇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세드릭 그롤레는 뭐하는 사람이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그의 주머니를 채워주는가? 개당 12~18유로에 이르는 그의 케이크는 조금 큰 크기에 불구하고 분명 이 도시의 평균값-5~7유로-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피스타치오를 이용한 플뢰르 타르트에서는 나름의 진가를 맛보았다. 타르트라는 형식과 프랄린을 통한 견과 향의 문법은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비루한 수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예상처럼 뻔한 짠맛을 떠올리려고 할 즈음 살짝 비틀어져 있음을 느꼈다. 등화수의 그것이든 지중해 피스타치오의 그것이든 가볍고 화사한 향기가 스쳐지나갔다. 재주 많은 재료인 피스타치오를 표현하려면 당연히 이정도의 복잡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놀랍다고 하기에는 모자랐지만 적어도 주제 의식이 아주 공허하지는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가 바닐라로 낸 작품 중 르 모리스가 아닌 오페라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닐라 빈은 르 모리스에 비해 분명한 퇴보를 보이고 있었다. 생김새는 진일보했을지 몰라도 크림에 빠져드는 순간과 바닥지를 부수는 순간 사이의 간극은 지나치게 좁아 다양한 질감을 느낀다기보다는 정교하지 않게 얽힌 느낌이 들지 않은 하나의 덩어리(mass)로 느껴졌다. 이런 설정의 요리는 통상적으로는 불쾌할 정도의 당이나 지방을 바닐라의 개인기 하나만으로 돌파하는, 일종의 초현실성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의 바닐라 빈은 모양처럼 너무나 현실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말은 하지 않겠지만 "때려 넣었다"느니 하는 변명은 불필요할 것이다. 애초에 많이 넣는 것이 요리의 진리라면 요리사는 왜 존재하는가? 물론 적게 넣고 속이는 것은 어렵지만 반대로 많이 넣는 것이 능사가 되지 않는 문제가 바로 요리사의 존재 이유다.

그럼에도 그의 디저트, 그의 공간은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고 있기에 인기는 계속되리라 본다.그의 성공은 어찌 보면 형식을 강제로 쥐어주면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핀케의 실험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Finke, R. A. (1996). Imagery, creativity, and emergent structure. Consciousness and cognition, 5(3), 381-393. 레몬이 레몬 모양인 이상 바닐라 역시 바닐라 빈 모양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모양 이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엉터리는 되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모양의 이익이 처음 보았을 때의 충격, 그리고 그 다음은 사진을 전시하는 즐거움 정도가 남는다고 한다면 맛과 모양의 이익을 형량하였을 때 어느 쪽이 중한가 하는 점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세드릭 그롤레와 막심 프레데릭, 지미 불레이가 있던 뒤카스의 파티셰 주방은 분명 자랑거리였겠지만 독립한 세드릭 그롤레의 꿈은 그때와 같은 곳에 있다고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음식이 항상 맛과 미각 경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웨딩 케이크, 생일 케이크, 기념일 케이크, .... 케이크는 언제나 그런 역할이 아니었는가. 하지만 현대의 디저트는 앙투안-카렘의 시절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져야만 한다. 이제는 먹는 이를 넘어서 케이크 판매에 관련된 사업과 지구까지 걱정하는 시대이다. 아, 그러다 보니 먹는 사람은 역시 뒷전일 수 밖에 없을까. 찍는 사람보다도 뒤에 서야 한다면 나는 미술관에 가겠다. 결국 그림도 케이크도 찍는 용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