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반점 - 레퍼런스가 되는 짬뽕

천진반점 - 레퍼런스가 되는 짬뽕

탕면 요리에 달걀지단을 덮어주는 수도권에서는 거의 유일무이한 가게로 이 요리의 설명을 끝내기에는 뭇내 아쉽다. 단순히 노년의 요리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도 아쉽다.

달걀지단 아래의 국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현대 한국식 중화 요리의 트로이카를 이루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은 모두 웍에서 볶는 과정을 내재하고 있다. 짬뽕의 경우 스프의 바디를 형성하는 재료를 볶으면서 웍헤이가 입혀지고, 그것이 스프에 녹아드는 볶음-국물 요리이다. 조리 과정 특성상 기본이 되는 육수가 곧바로 완성품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통념과 달리 준비되어 있는 육수가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분말 짬뽕다시를 위시한 현대 한국 요리의 짬뽕이 가진 문제는 베이스와 2차 조리의 구분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행정편의적인 이유로 볶을 재료가 그저 끓여 삶아지기도 하고, 경제논리에 따라 웍헤이라고는 입혀지지 않은 채로 국물이 끼얹어져 완성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시대상에서, 천진반점의 짬뽕은 현대의 논리들로부터 자유로운, 이제는 이데아가 되어버린 듯한 짬뽕의 옛 모습을 담고 있다. 편의를 위해 유통되는 모듬 냉동해물이나 지중해담치 껍데기들이 아닌 바지락을 위시로 한 해물이 정서적 만족감을 더하고, 강한 불에서 던지듯(wok-toss) 볶아 재료에 녹아든 향이 국물의 고형분, 지방에 녹아들었다. 바탕이 되는 짠맛, 야채의 단맛만으로 고춧가루 없이도 맛을 완성하는 전형적으로 완성된 중화식 탕면 요리.

경제적 사정이 훨씬 열악한 지역들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빠른 한국식 중화요리의 질적 후퇴 속에서 이런 가게들은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들의 레퍼런스로 남아 있다. 레퍼런스라는 표현은 경우에 따라 '표준'으로도, '참조'로도 번역되는데, 이런 부류의 요리가 결코 늘어나고 있지 않음을 감안하면 참조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라는 우울한 생각도 든다. 천하의 미식도 아니고, 그저 그 본래의 방식에 맞추어 적절하게 만든 요리를 먹기 위해 모두가 이토록 먼 여행을 떠날 이유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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