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제철

참 제철

바 참은 COVID-19 팬데믹 시대 이전부터 그 즈음까지 내가 가장 주목했던 바였다. 지금은 ZEST라던지 여러 멋진 플레이어들이 있지만, 새로운 모습의 관광지로 변모한 서촌이라는 장소적 맥락까지 훌륭하게 구현하는 공간으로 참은 독보적인 지점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주가가 연일 상승궤도를 그리고 있던 백종원 씨의 '백스피릿' 방영, 아시아 베스트 바 선정 등 외부적 호재가 겹치면서 막대한 웨이팅이 생긴 탓에 본지는 물론 나의 개인적 생활과도 다소 거리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뽐'의 경우 조금 한가한 편이었지만, 뽐과 참이 전하는 경험은 분명히 다른 점이 있어서 대체하는 공간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생식을 전제로 재배하는 사과의 가공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보지 않으니까.

그러던 중 또 다른 참이라고 할 수 있는 '참 제철'이 생긴 것은 반가운 소식이었고, 까다로운 위치 덕에 본점의 장고한 대기 없이도 참의 영혼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곳도 단순히 서촌 참의 복제를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뽐보다는 '원본의 참'을 조금 더 떠올려도 좋은 곳이다.

기둥이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 계절 메뉴를 교체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지나간 음료에 대해 일일이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은 큰 감흥이 없겠다. 다만, 특기할 점은 이 공간에서 메뉴를 구상하는 방식이다. 보이는 것으로는 전형적인 요새의, 특이한 재료가 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편승하는 것 같지만 막상 맛을 보면 확립된 칵테일 문법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마치 테세우스의 배처럼, 전형적인 칵테일 레시피의 재료를 하나씩 바꾸기 시작해 마지막에는 그 원본을 인식하기조차 어렵지만, 여전히 그 본질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준다.

메뉴에 없는 클래식 칵테일의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겠지만, 사진을 한 장 남겼으니 이야기해보자. 참의 공간은 모두 특유의 느린 스터를 가지고 있다. 내가 이곳의 바텐더에게 모두 스터 칵테일을 주문한 것은 아니니 예외는 있겠지만. 당연한 이치로 음료의 온도가 내려가는 정도에도 변동이 생긴다. 이런 것으로 논쟁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게 되어버렸으니, 그렇다는 정도로만 남겨둔다. 우리가 이런 것들에 대해 다시 뜨겁게 논쟁할 날이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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