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H. - 바 푸드, 음식의 상보관계

찰스 H. - 바 푸드, 음식의 상보관계

상보성complementarity라는 성질에 대해 각자 배운 도둑질에 따라 다른 것을 떠올리겠지만, 먼저 이곳에서의 맥락에 선을 긋고자 한다.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유의미한 존재가 빚어내는, 관계 사이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속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서로/함께(con-) 채우다(그걸로 완전히 하다)(πλήρης)라는 의미의 본연적 부분 바깥으로의 확장은 이곳에서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음식 매체중에서도 종종 특정한 음식만을 주로 다루는 매체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은 종종 컬트적인 인기를 구사한다. 단지 많이 먹는게 전문성으로 굳어지는 국내의 경향 속에서 가장 편하게 권위와 인기를 확보하는 상책이기도 하지만, 그런 의도 없더라도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단지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많이, 자주 먹는 경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아무리 언어 속에서 자주 발견된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과잉대표로 머무른다. 라멘을, 술을, 파인 다이닝과 omakase를 그렇게 자주 먹는 사람이라는건 보편성을 확보할 수 없는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보다 치명적인 점은, 확보했다고 생각하는 전문성 내지 신뢰의 함정이다. 투입량-끼니의 소화 시간과 식사와 예산 등-이 동일한 가운데 얻는 게 있다면 잃는게 생기기 마련. 많은 경우 그것은 맥락이다. 같음 음식이라도 다양한 맥락 속에 존재한다. 여행지에 있는 경우와 사무실 곁에 있는 경우, 또 세트로 제공되거나 주로 단품이나 가공하기 위한 재료로 쓰이는 경우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그것을 모두 동일한 조건 하에서 관찰하려 들 경우, 다른 존재들이 흐려지고 해당 음식 그 자체가 가치를 빨아들이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러나 반 발짝 떨어져서 본다면 그야말로 터널시야Tunnel vision의 상태에 처해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결코 좋은 풍경만은 아니다.

햄버거는 그러한 집착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음식으로 보인다. 햄버거만 드립다 파는 "햄오타"같은 존재가 다수 존재하지도 않고, 햄버거 요리사들도 그러한 오타쿠들의 공격으로부터 시달리지 않는다. 미군 진주와 롯데리아 등지로부터 시작되어 성공적으로 정착한 일상적 햄버거 소비가 지배적 질서이며, 따라서 햄버거 소비의 질서는 몇몇 오타쿠들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습관 속에서 탄생한다. 그만큼 다양하지만, 보편적인 정서에 편입되는 지점도 있다. 잊을만 하면 경제지를 필두로 "빙수가 감히 X원, 냉면이 무려 Y원" 부류의 기사를 유통하는 소비문화가 지배하는 국내에서 감히 미식 따위를 논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등의 사정이 그중 하나이다.

최근 주변에서 「폴스타」의 샌드위치를 두고 격론 아닌 격론을 벌이는 꼴을 보았다. KRW 25000의 샌드위치와 근래의 돈까스 유행 따위에 대해 썩 진지한 사람들이었다. 진지한 것 치고는 하트만 그룹에 대한 언급을 빼먹고 과연 적절한 논의가 가능할까 싶을까 생각이 드는 와중에, 과연 "바의 음식"이라는 별도의 항목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데 불만이 생겼다. "커담"이 인터벌의 단위가 되고, "치맥"이 퇴근의 후유증으로 나타나듯이, 바의 음식 또한 칵테일과 결합하여 이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찰스 H.의 한우 버거는 정확히 그러한 시각으로 짓뭉개기 좋은 음식이다. 일단 가격이 그렇다(KRW 33000). 그러면서도 아보카도가 쓰였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정석적인 올드 패션드 햄버거에 불과해 보이는 레시피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 햄버거를 올바르게 마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추가적인 배경들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이 햄버거의 존재의 좌표다. 어두운 호텔 지하의 탁자에는 마시다 만 음료수 잔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 햄버거는 그 자체per se로 존재하지 않고, 바의 음식으로서 바의 주인공인 음료들과의 관계에서만inter se 존재한다. 이 햄버거를 단지 콜라 또는 셰이크의 관계 속의 햄버거와 같은 눈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빵에 비해 통상적인 비중을 넘어선 패티는 표면이 거칠게 잘 익힌 가운데 염도가 이끄는 데서 시선이 꽂히는 쪽은 다름아닌 지방이다. 이미 알코올로 인해 입맛이 무뎌진 가운데 패티가 70/30 이상으로 공격적이지는 않은 듯 보이지만 아보카도가 기름진greasy 인상을 덧댄다. 양파는 튀김으로 곁들여져 단맛을 덧대는데, 튀김이라는 문법에 걸맞게 기름진 행렬을 잇는다. 그 자체로 완전히 무게감이 폭발적인full-bodied 음식이지만 토마토의 신맛과 감칠맛은 패티를 이길 만큼 강력하지 못하며 체다 치즈 쪽 또한 두툼해진 패티의 부피에 비해 표면적은 크게 늘어나지 않은 점이 밟힌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한입거리들의 만족스러운 염도에 비해, 음식의 전반적인 염도의 가락이 점잖다는 점까지 거들어 햄버거는 충격이나 충만함으로 다가오기에 어려움이 있다.

지하에 내려와 햄버거만 씹고 1만원을 추가로 지불한 뒤 KRW 43000이라는 가격을 지불한 것만을 감안한다면, 이 햄버거는 그야말로 맹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뒤돌아서는 발걸음 속에 햄버거의 맛은 논리보다 그럴싸한 인상으로 남는다. 논리 속의 결함, 바로 음료의 위치 때문이다. 바의 주인공은 음료이며,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그 음료의 풍미다. 식사에서의 관계와 역전된 세계, 음료를 마시기 위한 음식이 존재하는 곳이 바다. 바의 음식은 철저히 편안한 풍미를 제안하면서도 속을 넉넉하게 채워 쓰리지 않게 해야 한다. 통상 이렇게 두툼한 패티에 추가적인 지방을 두 겹을 더 더한 뒤 빵까지 푹신한 경우가 된다면, 이는 통상적인 콜라나 맥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증류주 수준에 필적하는 강한 음료만이 그 지방의 경험을 감당할 수 있다. 그를 반대로 생각하여, 강한 알코올을 위해 탄/단/지를 풍성하게 우겨넣는 식의 문법은 조금 더 손쉽게 경험을 성공으로 이끈다.

그래서 경험은 성공했는가? 이에 대해서는 잠시 답을 미루고자 하는데, 제반 사항들을 자세하게 따지지 않고 디테일을 논한다면 경우에 어긋나기 쉽다고 과거에도 면피성 발언을 이미 흘린 바 있다. 맥락을 고려하여 바 음식이 지녀야 할 요소들의 최소한도를 제시하고, 그에 빗대어 찰스 H.의 버거는 일견 최소요건을 충족했다고 결론짓고자 하나, "좋은 바 푸드"의 기준은 불명확한 상태이므로 이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다. 다만 한 가지 말하자면, 포 시즌스 호텔 서울은 여름 프로모션, 객실 서비스, 라운지의 식사, 바의 음식까지 햄버거의 종류와 판매량만 보면 하나의 거대한 햄버거 가게와도 같다는 점에서 스스로 없는 답도 제시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시간이 갈수록 종합적으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다. 특히나 이런 밸런스가 아슬아슬한 종류의, 즉 술과 음식이 서로 기대는 상황에서만 납득 가능할 설정의 버거는 세부적인 디테일이 기준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엉망으로 끝날 수 있다. 바 푸드라고 해서 햄버거의 성공에 개입하는 보편적 논리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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