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cktail Codex: Fundamentals, Formulas, Evolutions, Ten Speed Press, 2018

Cocktail Codex: Fundamentals, Formulas, Evolutions, Ten Speed Press, 2018

나에게 긴자 바깥의 칵테일 씬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곳은 다름이 아닌 뉴욕의 Death & Co.였다. 단순히 칵테일을 잘 만들고 못 만들고, 있는 조합과 없는 조합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을 떠나 하나의 온전한 요리로서 칵테일을 바라보게 된 계기였다. 「Liquid Intelligence」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Death & Co.」는 이미 소개한 바가 있으니, 이후 묻어두었던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어찌 보면 우리 사정에 훨씬 적합한, 소개할 가치가 있는 책은 이쪽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Death & Co.」는 그야말로 데스 앤 컴퍼니의 방식으로 바라는 공간의 경험을 만드는, 철저하면서도 불친절한 안내서였다. 바의 기물과 바텐더의 기술, 칵테일을 만드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강조하는 지점 들에 대해서 착착 짚어나가지만 바에서 본격적으로 충분히 셰이커를 흔들어보고 얼음 끝에 숟가락을 걸어 돌려보지 않았다면 그다지 와닿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일정한 오차가 일정하지 않은 정확함보다 낫다"같은 소리는 그야말로 많이 만들 때 빛을 발하는 조언이다. 이외에도 많은 기술적인 제언들이 있지만 긴자의 바텐더에게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런 부분을 빼고 나면 데스 & 컴퍼니의 심장부와도 같은 그들의 메뉴 개발 프로세스에 접근할 수 있지만, 린 스타트업 과정이 떠오르는, 경영전략자과 소비자들에게는 딱히 와닿지 않는 현실 속 이야기이니 글에서 그들의 자부심과 상처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술, 당, 산을 기본으로 "잘 만든 다이키리는 존재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취향 존중의 천국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만도 같다.

데스 앤 컴퍼니의 2014년 판본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그 책이야 궁금하면 읽어보시고, 아니면 물어보시라. 꽤 시간이 지난 책이라 이제 아마존에서 본격적으로 후려쳐서 판다. 오늘은 「Death & Co.」가 아닌 「Cocktail Codex」다.

「Cocktail Codex」는 「Death & Co.」가 음료를 바라보는 시각을 고전적인 칵테일에 접목한 것을 골조로 한다. 특히나 나는 그들이 칵테일에 대한 명확한 잣대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하는데, 「Death & Co.」에서 술, 당, 산을 언급하며 시작했지만, 그것은 바텐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에 불과하며, 서울의 긴자 출신에게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Codex」는 무엇으로 칵테일을 바라보는가. 맛의 핵심(Core), 균형(Balance), 그리고 칵테일의 조미(Seasoning)이다.

올드-패션드, 마티니, 다이키리, 사이드카, 위스키 하이볼, 그리고 플립기주에 설탕, 넛맥으로 완성하는 이지 드링크라는 여섯 칵테일을 통해 그들은 「Death & Co.」만의 접근법을 유감없이 소개한다. 올드-패션드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바 가이드는 산더미처럼 있다. EBS에서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바텐더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이러한 "스펙"에 도전한다. 각설탕을 놓는 대신 시럽을 녹여내는 방법에 도전한다. 시럽은 각설탕보다 빠르게 녹는 장점이 있으나 각설탕이 제공하는 시간차의 묘미, 끝맛이 첫맛보다 달아지는 올드-패션드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며 단맛으로 균형이 치우치기 쉽다. 그래서 시럽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것은 일차적인 이야기다. 「Death & Co.」에서는 시럽 그 자체도 다시 도전의 대상이 된다. 공산품인 각설탕에서는 할 수 없었던, 시럽에 풍미를 첨가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사탕수수의 독특한 풍미를 지닌 데메라라 설탕을 통해 시럽에 풍미를 더하고, 현대 조리기술의 산물인 아라비아콩검과 수비드 장비를 통해 정제되지 않은 시럽이 부여하는 질감을 변주한다. 이러한 개별적 요소에 대한 접근들이 쌓여, 맛의 켜(layer)가 복잡하게 쌓이고, 한 잔의 위대함이 완성된다. 정확한 균형 속에서 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만, 마시는 순간 가니쉬의 시트러스부터 기주인 버번 위스키까지 모든 요소들의 매력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고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이런 일을 한다. 별로 사랑하지 않는 이들은-기주를 비싼 걸 써서 비싸게 받는데 그치겠지. 싼 걸 쓰기에 싸게 받거나. 그런게 무슨 고전인가. 고전이라는 표현에 대한 실례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은 단순히 만족스러운 올드-패션드를 빚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모든 요소들이 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올드-패션드라는 무대 위에 설 수 있다. 잭 다니엘부터 패피 반 윙클, 이제는 위스키가 아닌 것까지 담기고, 또 올드-패션드계(系) 레시피들에 대한 고찰도 뒤따른다. 이는 결국 올드-패션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의 과정이다. 한 잔의 올드 패션드에서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시간대에서 무수히 다른 감정들을 느껴왔다. 그들은 바로 그것을 칵테일로 승화한다. 그들은 단지 방대한 「Death & Co.」의 포트폴리오에서 일부만을 소개하지만, 진정 고전의 맛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바우하우스 총서라도 사서 읽을 일이지 왜 「Cocktail Codex」인가? 이는 책의 앞부분에서 해명된다. 이러한 책을 통해 레시피가 기록되고, 공개되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치 있는 맛은 보존되고 기록되어야 한다. 그러나 레시피는 맛의 경험을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다. 레시피로 만드는 과정은 곳 경험의 부분 부분들을 환원하는 과정이며, 각 경험에 대한 인상, 그에 따른 의견의 총합이 "스펙"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데스 앤 컴퍼니의 칵테일의 미래의 모습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미국을 넘어 모든 세계의 음료들의 축을 천천히,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데 기여한다. 이 책은 음료와 마시는 행위에 대한 나름의 합리화의 과정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름의 방식으로 또 합리화에 도전할 것이다. 그렇게 의사소통이 진행되며 나름의 방식으로 세계는 진보한다. 데스 앤 컴퍼니의 하루와 그들이 판매하는 한 잔의 칵테일이 이 사회의 일부로 스며들기 위해서 이러한 책이 출판되며, 그 이후는 절대로 그 이전과 같을 수 없다. 데스 앤 컴퍼니라는 공간도, 칵테일의 모습도. 그 모습들을 나는 감히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 더욱 열심히 논쟁하자, 그리고 열심히 마시자. 우리의 칵테일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심이라는 점을 보여주자. 멸종한 새를 머리 깃에 꽂고 다니던 시절의 인물들처럼 살 수는 없다. 감히 권한다.

  • 가쿠빈이 아닌 하이볼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거의 없는 문자 매체인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책에서도 언급하듯 대부분의 싱글 몰트 위스키는 칵테일 기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가격대이지만 하이볼이라는 음료 자체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보아야 한다. 위스키를 마실 때는 피트를 찾지만 피트를 위한 칵테일은 잘 없다. 페니실린? 그마저도 미국에서 개발된 칵테일인 이유가 달리 있겠는가?

20세기 초반까지, 모자에 새의 깃털을 꽂아 부와 권력을 과시하던 행위는 여성 복식사에 남아있었다. 모자는 여성 복식의 핵심적 요소였는데, "코코 마드모아젤" 가브리엘 샤넬이 바로 모자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점을 언급하겠다. 본래 중세~근대부터 서양인들은 모자에 깃털 장식으로 모자를 과장하기를 즐겼는데, 본래는 아프리카 대륙의 타조들이 장식을 위해 희생당해왔다. 그러나 이후 북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의 다양한 곳들을 침략하기 시작하면서 이국적인 새들의 깃털이 타조를 밀어내고 모자 위에 올랐다. 타조보다 눈에 띄는 색을 가지고, 가지기에도 더 어려운 희귀한 새들의 깃털은 곧 모자 착용자의 사회적 지위와 힘을 말해주었으며, 이러한 인간의 욕망은 결국 많은 야생 새들을 문헌에서나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들고 말았다. 새를 구하기 힘들어질 수록 이러한 경쟁은 심화되어, 부를 보여주기 위해 새를 통째로 얹거나, 여러 새의 깃털을 동시에 얹은 모자들이 속속 출현하였다. 내가 얼마나 부자이고, 얼마나 재밌게 사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은 많은 새들을 역사에서 영원히 없애버리기를 주저하기는 커녕 더욱 집착하는 게 시장이 굴러가는 방식이었다. 오히려 멸종한 새의 깃털이 시장에서 더욱 선호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행히도 세상에 이런 종류의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므로 결국 1900년 레이시 법16 U.S.C. §§ 3371–3378과 위크스-맥린 법에 이어 철새 보호에 관한 연방법16 U.S.C. §§ 703–712이 입법되면서 유행은 끝을 맺었다. 오늘날 미국에서 깃털을 위해 야생 조류를 합법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사람은 알래스카 원주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