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티 성수 - 타히티 바닐라 베리 크럼블

코타티 성수 - 타히티 바닐라 베리 크럼블

오픈 초기 용산의 <코타티>를 방문하고는 발길을 잇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누가 묻지도 않은 책임감을 느꼈다. 타히티 바닐라를 내세우는 메뉴가 프리미엄 딱지를 얹고 대표 메뉴로 자리잡은 것이다. 두 번 발걸음을 했고 한 번을 사진으로 담았다.

<타히티 바닐라 베리 크럼블>. <리코타 치즈와 살구잼>과 함께 선택 즉시 대중교통의 왕복비용 정도를 추가하게끔 만드는 메뉴들은 마치 비싼 요리는 이름이 길거나 재료를 나열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현대 요리에 대한 장대한 오해로 이루어져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타히티 바닐라라는 재료 하나가 가격을 정당화한다. 국내에 몇 곳 되지 않는 타히티 바닐라 수급처의 가격을 떠올려보면, 그것을 깎는다는 행위 하나로 KRW 2000은 충분히 정당화가 되는 것이다(물론 그것이 단지 ×tahitensis일 뿐이고 타히티산이 아닐지는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수입처도 정해져 있는 판이랍시고 바닐라의 수입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종종 우리는 성게같은 재료를 두고 생산자까지 때려맞춰야 궁극의 미식가 비슷한 것 취급하는 풍경을 떠올려볼 수 있다). 바닐라의 풍미의 좋고 나쁨은 무의미했다. 옅었기 때문이다. 타히티 바닐라가 무언가. 바닐라중에서도 으뜸가는, 고유의 화사한 꽃향기와 바닐린의 짙은 풍미를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매혹적인 식재료이다. 단순히 비싼 바닐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추구해야할 풍미를 지닌 재료라고 자신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닐라는 곧 잊히는데, 거의 완성된 젤라또에 주문과 동시에 무언가 덩어리들을 넣고 뒤섞은 뒤 제공되는 방식은 아이스크림 자체가 미완성품에 가깝다는 인상을 주면서도-이러한 설정은 '벤 앤 제리스'에 지겹도록 있는데, 청크에서 내용물의 질감까지 이미 완성에 이른 채로 얼어붙어 있다- 더욱 교묘한 지점을 찌른다. 바로 바닐라의 옅음을 가리는 일이다. 타히티 바닐라빈을 충분히 깎아 만든 아이스크림은 그 자체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비록 한국의 우유가 무엇을 골라도-물론 특별히 더 맛없는 우유도 있다.- 맛이 없지만 바닐라향을 우격다짐으로 넣는 것만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힘이 있는게 타히티 바닐라의 힘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바닐라의 향을 감지하려고 하면 부스러기가, 혹은 과실의 신맛이 그 섬세함을 공격한다. 단순하게 밀푀유를 떠올려보라. 그 붉은 과실의 맛이 풍성한 크림의 바닐라향을 가릴 새가 있는가? 혹은 잘 구운 반죽이 크림을 가로막는가? 그런 일은 크림을 제대로 진하게 만들었다면 일어나지 않는다. 크림 자체의 바닐라와 단맛의 풍미가 전체를 감싸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스크림에서는, 크림의 분량이 압도하는 아이스크림임에도, 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scoopable에 이르는 질감을 붙잡기 위해서, 혹은 원가를 잡기 위해서, 점도와 농도에는 완전히 손을 놓은 인상이었다.

옆을 채운 <구운 피스타치오>를 보면 이러한 그림은 명확해진다. 피스타치오는 색을 살린 정도로 볶는점을 잡은 듯한 가운데 적당한 풍미가 살아있어 <31>의 가짜 피스타치오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지방 혹은 설탕, 혹은 질감을 붙잡기 위한 무언가의 비중이 비대한 데 비하여 풍미를 채울 수 있는 것의 비중이 모자라므로 반 컵 안에 부담스러운 느끼함이 다가온다. 여러 종류의 믹스처에서 동시에 유사한 인상을 느낀다면 우리는 그것을 의도로 진단할 수 있다-나의 오해에 불과하기를 기대하므로 이럴 때마다 내 감각이 이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차, 혹은 다른 아이스크림, 종종 커피 등등 무언가 다른 것을 곧바로 사먹어보곤 하는데, 이번을 포함하여 아직까지는 나의 감각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커피에서는 멀쩡한 커피 향과 풍미를 느꼈다.

성수동 <코타티>는 다행스럽게도 오직 신메뉴의 흥행에 기대는 불행한 아이스크림 세계의 흐름에 탑승하지 않고 여러 메뉴를 고정으로 앉혔다. 심지어 그 중에서는 초콜릿와 피스타치오에 바닐라까지 고전적인 맛들까지 있어 일견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서걱서걱한 소르베만이 가득한 아이스크림 가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메뉴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고전적인 풍미에 있어서는 근 몇년새 기성 수입품의 풍경도 한껏 달라졌음을 주지해야 한다. 「탈렌티」나 「벤 앤 제리스」가 냉동고에서 KRW 10000~12000/473ml라는 기준선을 설정하는 현실에서 이 한 컵에 KRW 7000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반복할 일이 아니다. 가격을 설득하는 것은 노출콘크리트와 스티커여서는 안되며, 탐닉의 후식이어야 할 아이스크림에 "은은하다"나 "건강하다"따위의 수식어가 따라붙어서도 안된다. "은은하다"는 "옅다"이며 "건강하다"는 자리가 없다. 아이스크림이 건강할 리가 있는가! 건강하려면 운동을 하고 잠을 잘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