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칼국수 서울 - 대전, 칼국수, 서울
대전관광공사를 비롯한 지역 기관들의 협력에 힘입어, 대전은 명실공히 밀가루의 도시로 거듭났다. 호남이나 영남으로 가던 열차가 기착할 때부터 대전은 가락국수의 도시였지만, 이제는 우동의 변형인 가락국수가 아닌 빵과 칼국수가 도시를 대표하는 밀가루 음식이 되었다.
대전의 빵 형식을 정의하는 것이 성심당이라면, 대전의 칼국수 형식을 정의하는 곳도 있을까? 의외로 칼국수는 그렇지 않다. 동죽을 산더미처럼 쌓아주는 오씨칼국수, 빨간 칼국수로 시장을 주름잡은 공주칼국수 등 특유의 스타일을 정립한 가게들이 있지만, 달리 말해 가게마다 스타일이 크게 달라 '이것이 대전의 칼국수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굳이 하나 뽑자면 육류 베이스를 바탕으로 하는 안동국시와 대비되는 바지락과 멸치를 중심으로 한 해물 기반 육수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 정도.
그러다보니 서로가 기억하는 칼국수의 모습은 주로 권역에 따라 달라진다. 대선칼국수의 경우 90년대 개발된 둔산신도시를 대표하는 칼국수 가게라고 하겠다. 본래 다른 유명점들과 비슷하게 광복 직후 대전역, 대흥동 인근에서 시작했지만 본점을 둔산신도시로 이전한 후 서구 권역을 대표하는 식당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백화점과 서울 등지로 확장하면서 오늘날 대전의 칼국수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스타일 중 하나가 되었다.
경복궁역 초입에 위치한 대선칼국수는 그러한 대전의 맛을 서울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두 음식은 같지 않다. 주방의 솜씨라거나 그런 것의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다른 음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으로 차이를 내는 요소는 고명이지만, 더욱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은 육수다. 사실 이 가게가 처음 오픈했을 때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옅다. 대선의 특징은 멸치의 쓴맛이 살짝 올라오기 전까지 농도 있게 우렸다면 서울은 낮은 탁도에서 보이듯 분명히 엷다. 다진 고기 고명 또한 더욱 희끗하다. 재현의 실패인가, 의도한 변화인가? 이것이 서울을 위한 맛이라면, 나는 서울에서 칼국수라는 요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 상단 사진을 칼국수가 아닌 수육으로 선정한 것은, 다른 의미로 기억에 남은 칼국수와 다른 인상을 남긴 요리가 수육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수 '정찬' 문화가 있다면, 먼저 전식을 맛본 다음 만두나 수육 등 단백질 요리를 맛보고, 그 뒤에야 국수가 나오는 구성이다. 지역에 따라 칼국수에 보리밥을 내는 것이 보편인 곳도 있으니, 그것까지 감안하면 칼국수집의 시퀀스란 경우에 따른 보리밥과 김치 맛보기 - 만두/수육/파전 등의 요리 - 칼국수의 구성을 띈다고 볼 수 있다. 냉면도 막국수도 유사한 형식을 띄는데, 변화의 가능성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