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rra, Natural, Minas Gerais, Brazil

Daterra, Natural, Minas Gerais, Brazil

지속 가능한, 유기농 따위의 수식어와 매우 친한 다테하이지만 사실 커피를 고를 때에는 그런 이유때문에 고르지 않는다. 첫째는 일단 선택지 자체가 몇 종류 없었고, 둘째로 그 중에서도 특히 가르델리가 아예 없었고, 셋째로 남은 가운데 개인적인 호기심과 마시는 만족 두 가지를 채워줄 무언가로 골랐을 뿐이다.

마메의 "풀 블룸"은 견과향, 그리고 썩 적절한 지방과 유기물이 형성하는 마우스필이 스페셜티 커피를 찾아 헤매게 되는 특별함, 놀람보다는 편안함에 크게 기대는 커피이다. 나쁜 커피는 아니며, 좋은 커피 중에서도 또 찾고 싶다고까지 하겠지만 커피스러운 커피라는 인상이다. 예전에 얼핏 카투아이는 색이 나뉘고 어떤 색은 맛이 어떻고 하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 솔직히 그런 가르침이 맞는게 하나도 없었다. 마메의 다테라 카투아이는 그냥 마메의 다테라 카투아이였다. 특이한 점이라면 견과향 정도겠지만 이는 단지 잘 볶은데서 나오는 올곧은 풍미로 느껴졌다. 적절히 갈고 닦았으되 월드 브루어스 챔피언이라는 에미 후카오리와 커피에 대한 과학적 연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있는 다테하 둘의 명성에 비하면 다소 초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커피는 그 둘의 이름값을 만들어준 상품이 아니기 때문. 바리스타가 세계 챔피언을 거머쥔 원두는 이 원두(카투아이)가 아니라 다테하의 작은 연구실에서 나오는 마이크로랏이었고, 품종도 당연히 달랐다. 엄밀하게 말하면 같은건 라벨 뿐. 지금도 다테하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경매 시스템, 협업하는 로스터 등을 통해서 수많은 실험적 랏을 판매하고 있고 명성은 거기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내게는 닿을 길이 별로 없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냥 농부인데 서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슨 철학자나 예술가로 둔갑하는 경우가 많은데(한국에 소개된다면 그는 차라리 훌륭한 사업가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커피를 재배하는 제3세계 농부들은 무엇으로 여겨지고 있을까. 하여간 적절한 취급은 아닌듯 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커피보다 나은 선택지가 있었으리라. 나쁜 커피는 아니지만, 나쁜 세상이 보이는 한 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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