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켓 키친 - 호텔뷔페와 대형 제과의 문제

더 마켓 키친 - 호텔뷔페와 대형 제과의 문제

포 시즌스 서울의 지하 뷔페가 연말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서울 최고가 뷔페가 됐느니 마느니 하는 안줏거리의 대상이 되었다. 미식(Gastronomy)의 시각에서 뷔페식 식사는 본래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나, 이제 "호텔 뷔페"라는 상징물 자체를 놓아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작성한다.

못해도 십 년도 더된 세월동안 서울의 고급 외식은 상견례가 기념일 등 소비의 '끕'을 맞춰주기 위한 인사치레형 식당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먹는 쾌락을 위한 고가의 식사는 스시를 제외하면 뷔페가 절대적 위세를 누리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다. 부르주아식 위선을 즐기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취향 등을 논할 수 있는 공간은 영으로 수렴하고 오로지 동물적 본능이 빚어낸 환상, 스테이크, 랍스터로 대표되는 동물성 과식만이 식사에 추가금을 지불할 이유가 되었다. 과잉에 이르는 소유욕 이외의 먹는 즐거움의 공간은 없다.

여러분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서도 최대한 많이 보는게, 또 오페라하우스나 공연장에서는 공연의 길이나 음량으로 질을 판단하지 않는다면 음식에 대해서도 그것이 가능해야 함에도 음식은 생존의 본능과 연결되어있다는 이유로 본능적 과잉이 지배하고 있다. 무한히 먹고 싶다는 비뚤어진 욕구를 채우기 위한 무한한 공간. 하지만 무한은 공허에 가깝다. 호텔 입장에서도 방을 파는 것에 비하면 남는 것도 별로 없는 장사인만큼 서로 손해만 누적되고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뷔페는 보통 가지도 않고 가더라도 글을 쓰지 않는데 디저트 섹션이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외국인 제과 셰프가 간신히 기본만 가르친 느낌의 서양 제과가 혼재되어 있었다.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구성 자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간신히 채워놓은 모양새다.

레몬 머랭 파이부터 바스크 치즈 케이크까지, 서울에서 이런 기본 수준의 제과에 지불하는 비용이 얼토당토 않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호텔 뷔페의 진정한 '가성비'라는 생각도 들었으나, 정확히는 두 쪽 모두 엉망인 상태라고 보는게 합당하다.

제과 담당 셰프마저 퇴사하고 내년에는 일부 식음료 매장의 리뉴얼 등도 준비되어 있는 등, 지금을 두고 논하는게 무익하지만 이런 장면을 볼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다. 제로금리가 계속되면서 텅 빈 마음을 지갑으로 태우고자 하는 소비는 몰리는데, 그것을 먹여살릴 지혜가 없다. COVID-19 시기 식음료 분야의 어려움에 생각하면 쓴소리를 하고 싶지 않으나 COVID-19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로도 그럴 것 같다는 점이 두렵다. 서울의 제과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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