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aine Roulot, Bourgogne Blanc, 2021

Domaine Roulot, Bourgogne Blanc, 2021

100유로 언저리에 이 와인을 마실 기회가 두 번 있었고, 두 번 모두 놓치지 않았다.

뫼르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 알베르 그리보, 꼼뜨 라퐁, 코쉬 뒤리, 아르노 엉뜨 등과 함께 쉽게 외워지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생산자이지만 화이트 와인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혀 다르다는 느낌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높은 하이프를 유지하고 있는 Coche-Dury, 그 뒤의 Pierre-Yves-Colin-Morey 등의 생산자가 환원과 숙성 잠재력의 매력을 선보인다면 Roulot는 그런 기대를 무참히 깨뜨린다. 어쩌면 과연 두 가지의 스타일이 같은 지역에서 동시에 이런 인기를 누려도 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심마저 가지게 만든다. 선명한 산도, 잘 익은 과일의 맛으로 그야말로 너는 과실주이구나 싶지만 약간의 허브 뉘앙스와 오크가 부르고뉴 샤르도네가 단순한 과실주의 단계에서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운다.

'마을급'이라 부르는 이런 와인은 생산자를 대표하는 퀴베에 비하면 분명히 제한된 환경에서 제작되며,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될 운명을 타고났다. 하지만 유명 요리사의 영혼 없는 돈벌이용 라이선스 사업들처럼 표지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느낌을 주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나는 누구요 충분히 주장하는 종류도 있다. 좋은 과일을 해치지 않고 살린다. 하지만 평면적이지 않은 와인의 강점은 남긴다. 5~60유로부터 50만원대에 이르기까지 어디서 구매하는가에 따라 지나치게 다른 가격으로 접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전자에 가까운 기준으로는 집념 있는 생산자의 고집을 맛볼 수 있는 관문으로서 넘치는 행운을, 후자에 가까울수록 선명한 개성과 집중도에 대한 기대가 스러질 때의 실망감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전자로 만들어졌지만 후자의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나.

게시글에 대한 최신 알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