듁스 커피 - 스페셜티 커피의 과제

듁스 커피 - 스페셜티 커피의 과제

듁스 쇼룸에서 두 차례에 걸쳐 수케 쿠토 필터와 이번 듁스의 시즌 베스트 두 종류의 커피를 모두 필터로 내려 마셨다. 그래,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지 않은-감각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수케 쿠토는 특유의 열대과일의 짙은 향기와 이어지는 신맛, 식었을 때의 단맛이 좋아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었다. 짧은 시간 커피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풍미가 있고, 깨어났을 때 온몸에 도는 카페인의 각성의 감각을 느낄 때에는 첫 향기에 대한 그리움이 생길 정도다. 두 번째 잔은 누군가와 대화 도중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풍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제대로 맛보기를 하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마시고 나면 아마 커피에 대해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에티오피아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래, 에티오피아 하면 '예'가체프, 아니면 시다마라고 했나. 그들은 토착 커피숲을 탐험하기에 품종이라는건 불명이라고, 복불복이라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지속적으로 그 기호를 복잡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일단 토착민인 오로모족 사람들의 언어에서 따와 동네 이름이 '구지'가 되니 농장 이름 앞에 주소지가 하나 늘었다. 구지 수케 쿠토, 구지 반티 넨카. 품종은 어떤가. 미지의 토착품종이라고 부르던 데에서 이제는 에티오피아의 두 농업 연구소나를 주축으로 유의미한 품종 구분을 만들어내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날 마신 커피만 해도 JARC의 연구 성과에 따라 밝혀진 Kurume종과 Welicho종을 혼합했다고 밝혀져 있다. 아, 커피 세상은 과연 진보하고 있는가!

그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복잡하다. Kurume, Welicho라는 기호가 과연 버번, 게샤같은 기호들의 기능을 가지는가. 전혀. 여전히 Welicho는 어딘가에서는 지역명을 딴 "아리차"로, 또 어디에서는 그냥 예가체프 G1 따위의 이름을 가지고 팔리고 있다. 쿠루메의 사정은? 1974년 JARC 셀렉션에 포함된 품종으로 구별해온 역사는 긴데 반해 넓은 재배 지역에서 통일된 풍미를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소비자는 질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별이 유의미한가?

듁스의 수케 쿠토 필터는 그 멀쩡한 풍미로 우리를 설득하고자 시도한다. 다시 마셔 보아도 열대과일의 향기, 미묘한 찻잎향 그리고 멋진 단맛과 클린 컵. 이것이 반복된다면 유의미한 기호로, 아! 쿠루메 꽃향기 아시는구나.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오해로 빠진다; 수케 쿠토의 커피는 한 명의 예외적인 인물의 손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대형 산불로 인해 잿더미가 된 지역에서 한 명의 정부 인사가 그들을 먹이기 위해 정부에서 육성하던 커피 농업을 끌어들여 왔다. 숲이 자라던 곳이니 커피는 잘 자랐고, 씻기는 하되 점액질을 분리하지 않는 처리 장비의 선택은 현실에 그의 지식을 접목한 결과였을 것이다. 시작부터 관과 발을 맞추어 나갈 수 있었으니 그 품질이야 참으로 믿을만하게 나오는 듯 하다.

이런 커피를 통해, 바다 건너에서는 커피의 풍미의 좋음에 대해 편하게 배웠으니 이제 발 뻗고 자자고 하기에는 에티오피아 북쪽이 내전으로 쑥밭이 되고 근래 국제사회에서는 그곳의 아동 기아 문제가 심각한 논제로 떠올랐다. 교전으로 인해 지역이 통째로 봉쇄되어 곧 아사할 아동만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에티오피아 남부에는 오로모를 비롯해 민족 구성이 북부와 다르므로 티그라이의 전쟁의 불길에 휩싸이지 않고 올해에도, 내년에도 좋은 커피를 보내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바깥에 눈을 감는다면 그것으로 좋을까. 스페셜티 커피 게임의 참가자라면 맛을 중심으로 하되 맛 주변을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그것은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으나, 잊지 않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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