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llón - 2022년 여름

empellón - 2022년 여름

알렉스 스투팩은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언급한 셰프이기도 한 만큼 '반드시 엠펠론을 가겠다'는 마음은 굳게 정해져 있었다. 그가 타코 요리사로 전직한 이후에는 wd~50 시절의 패스트리 셰프일 때만큼 큰 명성을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결코 그의 요리세계의 한계가 있기 때문은 아니었으리라.

방문 전

empellón의 예약은 전화, 이메일 및 홈페이지(www.empellon.com)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별도로 확인 전화는 하지 않으으며 SEVENROOMS 시스템을 통한 문자로 팔로우업을 제공한다.

요리

방문 당시에는 뉴욕 레스토랑 위크를 위한 특별 메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일부러 일반 메뉴를 선택했다.

Clam Chowder with Chorizo
Chopped Cabbage

멕시칸 레스토랑이지만 지나치게 값비싼 위치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종 구성도 그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모두가 비슷비슷한 메뉴를 주문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생경함이 배가된다. 그래서 다들 주문하는 일곱가지 살사와 과카몰레를 스킵했는데, 그 대신이었던 전채 요리들이 기대를 상상 이상으로 만족시켰다. 계절 스프로 멕시코식이 아닌 클램 차우더를 내기에 내심 결국 알렉스도 멕시코에서는 이방인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었는데 요리의 완성도가 그러한 잡념을 깔끔히 씻어냈다. 감자 전분과 유지방, 유단백의 점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져 적당히 입안에서 맴도는 마우스필을 제공하면서, 따뜻한 크림의 정서적인 편안함과 초리조의 매콤함, 짠맛이 부딪혀 상호작용을 이룬다. 더할 나위 없는 이상적인 해장국의 인상을 주면서 마지막으로는 올린 감자가 방점을 찍는데, 건조했다가 튀긴 것인지는 몰라도 바싹 말랐는데 감자 특유의 향이 진득하게 다가와 클램 차우더에 맛을 덧입히는 역할, 그리고 부서지듯 바삭거리는 식감으로 질감의 대조를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완벽히 수행해낸다. 과연 만만하게 볼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스프로 유지방과 설탕에 대해서는 이골이 난 요리사의 작품답다는 인상을 주었다.

샐러드는 양배추와 견과의 씹는 정도를 맞춘 정도로 미드타운 직장인들의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Maitake Mushroom Tacos, Fish Tempura Tacos

먼저 엠펠론의 토르티야는 3mm 정도의 이상적인 두께, 노란 마사가 선사하는 입맛 도는 빛깔로 식사 전부터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두 타코 중 더 유명한 쪽은 덴푸라를 이용한 바하칼리포르니아식 타코지만, 실은 훨씬 큰 만족도를 준건 왼쪽의 베지터리언 타코였다. 덴푸라 타코는 과카몰레와 토르티야가 훌륭한 맛을 내고 있기는 했지만 핵심이 되는 생선 덴푸라의 조미에 특별함이 없어, 그에게 기대한 요리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평범하게 좋은 타코를 먹기에는 좋은 곳들이 지나치게 많다. 그에 반해 잎새버섯 타코는 주방의 장벽을 뛰어넘는 요리사로서 알렉스 스투팩의 솜씨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모차렐라와 유사한 남미식 흰 치즈Quesillo를 이용한 니카라과식 패스트 푸드를 레퍼런스로 사용하면서, 멕시코 전통을 그대로 간직한 살사를 둘러 시각적으로는 나폴리의 오마주를 연상케 하면서도 팔레트에서는 마치 어느 국적도 아닌, 참으로 미국적인 맛을 낸다. 기본적으로 토르티야와 버섯이 씹는 감각을 지배하는 가운데 버섯은 기존의 타코 속이 가지지 못했던 살짝의 단맛과 잎새버섯 특유의 간한 감칠맛으로 식욕을 돋구고, 흰 치즈는 버섯이 가지지 못한 지방과 부드러움을 제공해 균형을 맞춘다.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면서 아슬아슬한 균형감각이 버섯 타코를 고기와 튀김을 밀어내고 왕좌에 오르게 만든다. 열린 눈을 가진 요리사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Avocado

디저트는 멕시코 재료를 응용한 아이스크림과 아보카도로 단촐한 구성인데, 아보카도가 wd~50 시절 알렉스의 자아를 흔적처럼 보여주고 있었고 아이스크림은 굳이 정체성을 위해 옥수수 전분을 썼는지 점도가 참으로 높았다. 그의 '아보카도'는 이미 너무 유명하지만 굳이 다시 설명하자면-아보카도의 형상을 모사하는 트롱프뢰유trompe l'oeil 형식을 빌렸으며, 무스의 질감 역시 의도적으로 과카몰레와 매우 유사하게 설정한 기믹의 디저트이면서도 팔레트에는 아보카도가 아닌 라임 파이를 배치하여 반전이 주는 놀라움의 감각을 더한다. 매끈하게 잘 마무리한 무스 케이크같기도 하면서, 요거트의 신맛이나 유칼립투스의 싱그러운 향이 복잡한 뉘앙스를 더한다. 라임 그라니타는 사족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물론 그가 디저트에 집중한다면 이보다도 더 정교하고 재밌는 디저트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wd~50 시절의 작품들에 비하면 단촐한 편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혼만큼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오랜 고객들에게 내비치고 있는 한 점의 케이크였다.


총평: 엠펠론은 타코를 중심으로 멕시코 요리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프로젝트이며, 나름의 방식으로 그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경력이 화려한 셰프임에도 과거를 팔아먹지 않고 자신만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을 굉장히 높이 사며, 요리간의 바운더리, 자신을 가두는 바운더리를 밀어낸다empujón/empellón 는 의미에 걸맞는 요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곳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 것으로 예상한다. 타코와 파히타, 마르가리타를 파는 험블한 레스토랑을 추구하기에 세간의 소문에 오르내릴 일은 없겠지만, 뉴욕의 멕시칸 씬에 경쟁심을 불어넣는 곳임은 부정할 수 없다.

분위기: 멕시코 특유의 정서를 보여주는 장식품들과 업스케일 레스토랑에 어울리는 인테리어가 혼재된 자유로움.

서비스: 직장인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소 바빠지지만 핵심을 놓지지 않는 프로정신. 레스토랑과 요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이 탁월함

가격: 점심 PRIX FIXE $42. 저녁 예산도 유사하다.

음료: 제3세계, 신대륙을 굉장히 신경쓴 리스트가 있지만 메즈칼을 마시지 못하는 병이 있지 않고서야 마르가리타와 칵테일이 옳은 선택이다. 낮에도 마시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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