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메흐 - 문제의 프레지에
공백이 길다면 길었는데 두 가지 핑계를 대겠다. 하나는 사사로운 일정 때문이고, 둘은 바로 이 글의 무게 때문이다. 글의 내용도 고민했지만 게시 여부도 막대하게 고민했다.
"딸기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프랑스식 딸기케이크". 가게의 소개 문구를 옮겨넣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케이크를 반쯤 해치운 뒤 되묻고 싶었다. 딸기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습니까? (가사 그러한 경우라고 해도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단계로는 넘어가지 말자)
일단 프레지에라는 명명과 실제로 먹게 되는 것의 괴리에서 시작한다. 불어 위키피디아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프레지에는 구성이 제누아즈, 딸기, 무슬린으로 구성된 단순한 레시피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반드시 이렇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이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양주식 볶음밥이 달걀과 파, 밥 정도로 이루어져있지만 각각 제 기능을 가지듯이, 이 레시피가 현대의 고전이라는 모순의 위치에 오른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남들이 다 하는 것은 창작이 아니므로 일단 바꾸고 본 것일까. 먼저 달걀이 없다시피 한 시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 나는 이것을 제누아즈라고 부르는 것조차도 주저한다. 씹어야 하는 것은 딸기만이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시트마저 씹고 있다. 이로 인해 연약한 크림이 무너진 데 뒤이어 딸기를 뭉갠 뒤에도 시트는 약간의 단맛과 함께 입안에서 잔류한다. 물론 짝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의도한 듯 점성이 있는 상단의 크림이 그것이다. 풍성한 지방과 당이 딸기의 개성을 품어줘야 하는데 표정이 밋밋한 국산 딸기-이것은 사입하는 제품의 가격과는 무관한, 재배 환경의 차이와 시장의 선호 차이에서 기인하므로 귀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뒤에 실망스러운 딸기 커버춰의 전형이 뒤따른다. 프레지에의 안티테제일까?
물론 바닥재를 바꿔서 시공하는 프레지에는 사다하루 아오키가 오래동안 내보인 방식이기도 하므로, 분명 예외의 성공 가능성은 있다(사다하루 아오키마저 그다지 성공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러나 이 경우에는 해당이 없다.
요리는 애석하게도 서비스업, 정확히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속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자연질서가 아닌 인간의 정동에 있기 때문에 절대적 정답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으나 인간의 행동에는 경향성이라느 것이 있으므로, 엇가나는 데에도 경향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 프레지에는 엇나가는 가게의 엇나가는 케이크였다. 비스듬한 나라에서는 이걸 똑바로 섰다고 하지 않을까. 젊은 제과사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아프다. 하지만 감히 이 가게를 프로페셔널의 공간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양심에 비추어보건대 어렵다.
- 한 번 방문하는 것으로 속단하는 것은 표본의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나는 프레지에 이외의 다른 것도 먹어보는 등 시덥잖은 수고로움을 더했는데, 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할 수 있겠으나 가게에 대해서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으므로 이 글의 견해는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