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ca El Paraiso, Eco-Enigma, Cauca, Colombia

Finca El Paraiso, Eco-Enigma, Cauca, Colombia

엘 파라이소 농장은 단언코 커피 생산자들중 손에 꼽히는 리더라고 할 수 있다. INDESTEC에서 관리하는 자체적인 커피 발효, 가공 기술은 이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 커피는 가르델리의 커피이기 전에 엘 파라이소의 커피라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 예외적인 한 잔이다.

기압, 온도, 습도라는 변수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장비를 통해 가공되는 엘 파라이소의 커피는 그 가공이 곧 캐릭터인지라 로스터의 색은 드러나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가능하다. 그러나 마셔본 순간 그런 걱정은 깨끗이 씻겨내려가는데, 커피이지만 극단적으로 꽃과 과일향이 강렬한 엘 파라이소의 커피 중에서도 다소 당황스러운 수준의 힘을 보여준다. 보통 노트로는 리치를 연결하는데, 가르델리의 엘 파라이소는 장미와 장미과의 과일들, 싱그러운 신맛이 입안에 감돌다가 이내 커피가 식을수록 단맛이 솟구친다.

엘 파라이소를 비롯한, 현대적인 발효 및 가공 커피들에 대해 비토를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통적인 가공 방식으로도 좋은 커피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이런 가공이 '가향'에 해당한다는 주장 등등. 그러나 엘 파라이소의 커피에 큰 비밀 따위는 없다. 병충해에 강하고 키가 작고 열매를 촘촘히 많이 맺는, 따라서 농가에게 매력적인 커피를 키우고, 예산 문제로 바닥에 던져두거나 엉성하게 만든 좌판 위에 올리는 대신 내부의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공간에서 커피를 만든다. 무산소니 유산소니 등등의 이야기에 앞서는 지점이다.

로스팅 단계에서 오늘날 기본이 되는 것은 장인의 비밀스러운 손길이 아닌 크롭스터의 센서가 측정해주는 콩이 처한 환경에 대한 정보다. 이를 통해 투여하는 열을 알고 통제하여 알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든다. 커피 생산에 있어서도 다를 수 없다.

초콜릿도 마찬가지로 처한 상황이지만, 이러한 맛은 한편으로는 열광에 가까운 찬사를 받는데 반대편에서는 틀린 맛이라며 힐난을 받는다. 과연 이 맛이 틀린 것인가? 과연 그것이 이 열대과일의 고향 땅의 흙내음도 모르면서 감히 빠르게 판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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