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E GUYS - 음식이라기보단 의식
이제는 여의도에도 분점이 생겼으므로 이야기가 적당히 무르익었다고 본다.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서 장사진을 선 줄을 보기도 어려워졌고(날씨도 한몫한다) 더 이상 사람들의 서울 나들이 자랑거리가 되어줄 날도 많이 남지 않은 듯 하다.
물렁하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은 빵에 스매시 패티, 그리고 한국 지점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KRAFT사의 뻔한 체다 치즈를 쓰는 만큼 치즈의 짠맛도 어디에서나 느껴볼 법한 기억을 준다. 만 원 대로 올라온 햄버거가 갖춘 보편적인 수준의 햄버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울 어디에서나 이런 햄버거가 집 앞에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쉽게 만날 수 있는 햄버거 체인은 분명 비교했을 때 하나씩 모자란 감각을 준다. 버거킹이나 맥도날드는 패티의 조리 공정이나 양념의 차이 때문에 고기맛이 다르고, 롯데리아나 프랭크 버거 쪽으로 가면 빵에 대해서도 불만이 생긴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오전에 서둘러 당장 먹지도 못할 햄버거를 위해 대기를 걸러 나서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땅콩 기름으로 튀긴 감자 튀김? 흥미롭기는 하지만 완벽한 감자 튀김은 아니라고 본다. 기름기가 많고 컷이 두껍기 때문에 케첩에는 더 어울리지만, 소금을 잔뜩 뿌려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스타일은 왕도의 1/4인치 컷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파이브 가이즈를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신화에서 유래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럴싸한 햄버거를 먹어보려면 미국을 가는게 빠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파이브 가이즈는 물론 인 앤 아웃, 쉐이크쉑 모두 일상의 음식일 때 빛나는 존재들이다. 유학생, 주재원, 교포의 일상이 서울로 건너오면서 특별한 것이 된다.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억을,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환상을 심어주는 상징물. 강남역을 에워싸고 있는 각종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핵심 기능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이정도 햄버거는 서울의 XXX 수준이면 충분하다" 따위의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게가 있더라도 그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이런 가게의 유명세를 들어보는 것보다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고, 굳이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매달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파이브 가이즈의 단기적 성공이 이러한 햄버거가 완벽히 옳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오히려 파이브 가이즈의 더블 치즈버거는 어느 지점에서는 반례로 삼을 지점마저 느껴지게 하는 음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