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눼 - 2022년 봄

플레눼 - 2022년 봄

방문 전

플레눼의 예약은 전화로 가능하다. 예약 이후 별도의 확인 과정은 없다.

요리

플레눼의 요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단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나 대부분을 다루려 노력하기보다는, 몇 가지 여러분과 나의 흥미를 돋울만한 요리들만 뽑아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Fish'n'Chips

피쉬 앤 칩스는 관계사의 도움을 얻어 작성한 기사(이 호텔은 조선일보 대표이사 및 그 가족들의 소유이다) 에서 자랑스레 맥주 반죽을 언급하기에 과연 기대했던 메뉴였다. 흔히 신문지에 싸인 커다란 흰살생선 덩어리를 떠올리지만, 커다랗거나 신문지에 싸여있다는 것은 정서적으로는 중요할지 몰라도 이 요리의 평가를 두고 크게 신경쓰지는 않아도 좋다. 한국의 관행을 반영해 몰트 비네거 대신 타르타르 소스(!)와 케첩을 주더라도 그런 것까지도 대세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연 어떤 다른 튀김들과 다른, 맥주 반죽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에 달렸다. 맥주의 풍성한 이산화탄소, 알코올 그리고 맥주 거품과 같은 것들은 밀가루와 물로 주로 이루어진 반죽에 주요한 변화를 일으킨다. 알코올은 끓는 점이 낮아 잔류하지는 않으나 같은 조리환경에서도 반죽의 조직의 결과를 다르게 만들며, 이산화탄소는 발효를 거치는 빵 반죽에서 역할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변수이나 반죽을 곧바로 튀김기에 넣는다는 점은 주지해야 한다. 거품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인데, <모더니스트 퀴진>의 네이선 미어볼드에 의하면 단백질 등과 이산화탄소가 엉겨있는 맥주거품은 반죽 속 내용물에 열전도 효율이 좋지 않은데 비해 단백질을 가진 덕에 고온에서 변성으로 얻는 마이야르 반응의 효과는 톡톡히 누린다고 한다.Gibbs, W. W., & Myhrvold, N. (2011). Beer batter is better. Scientific American, 304(2). 25. 좋은 피쉬 앤 칩스가 풍성한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짙은 황금빛을 띄고 있는 사연은 바로 이런 모든 원리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쯤 오면 결론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시리라. 내용물의 과조리를 두려워하는듯한 조리 상태는 영국식 튀김이라는 조리행위의 특장점을 거세하고 있었다. 튀김옷이 충분히 단단하게 굳지 못한 것은 레시피 자체가 엉망이거나, 혹은 주문이 겹치면서 튀김기의 온도 유지에 실패했거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이유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조리는 실패했다. 그러고 나니 나머지에 대해 어떤 에너지를 쏟겠는가. 햇완두가 나오기 시작했으나 나에게는 에너지가 나지 않는다.

Fish Pie

일종의 스프 유사한 요리라 할 수 있는 피쉬 파이는 최소한 하자는 보이지 않아 안심했다. 물고기 대가리를 꽂는 콘월의 관습 덕분에 지나친 악명을 얻어 맛보기의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는 요리이지만 대단히 복잡한 세계를 지니고 있다. 생선의 해체를 시작으로 뼈와 대가리 등으로는 스톡을 끓이고, 여러 종류, 부위가 섞여들어가는 살은 끓여서 조리하는 와중에도 상태에 대한 섬세하게 그 상태를 관찰해야만 과조리를 피할 수 있다. 맛의 핵심을 움켜쥐는 화이트 소스의 경우에도 지역적 관행에 따라 체다가 핵심이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파르메잔이나 그뤼에르를 선호하기도 한다. 커다란 용기에 조리하지 않고 위와 같은 용기에 조리한다면 바다 건너의 패스트리로 감싸는 스프들과도 통하는 지점이 있으므로 크로스오버 역시 언제나 열려있는 옵션이다.

익힌 야채의 단맛과 지방의 감각이 짙게 다가오는 가운데 생선을 먹는다는 감각이 적절히 스며있다. 양파나 펜넬의 단맛을 떠올리게 하는 가운데 패스트리 반죽이 전체를 감싸므로 식사를 계속하는데 흠이 없다. 캐주얼한 주방이나 가정의 피쉬 파이를 두고 기대하는 바에 전적으로 걸맞는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에 닿지 못하는데, 예컨대 여러 생선 뿐 아니라 갑각류 등을 부재료로 활용하는 경우(헤스턴 블루멘탈이 TV 쇼에서 선보인 레시피가 유명하다)나 와인이나 치즈 등 맛의 층위를 높일 수 있는 재료를 부각시키는 등 감각이 섬세한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Beef Wellington

마지막으로 KRW 35000/100g 이상의 가격을 보유한 이 요리를 만나게 된다. 국내에서 이 요리가 유명세를 탄 환경 등을 감안하면 주방 측에서도 메뉴에 올리기로 한 의사소통의 과정이 보이므로 사생활 속 개인으로서는 주문하지 않고 싶은 요리이나 독자 여러분을 생각하니 지갑이 닫히지 않았다.

이미 고든 램지가 이 요리의 디테일을 가능한 끝까지 미분해둔지 오래이므로 굳이 내용을 반복하지는 않겠다. 반죽에 감싸 굽는 요리의 보편적인 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겹겹이 쌓인 맛들이 한 번의 오븐 조리를 통해 적절하게 완성되는지, 그 배분이 적절한지를 고민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기성품 파이 반죽을 이용하는 것이 관습화된 요리기는 하지만 먹는 감각에 있어 반죽의 감각이 다소 과잉이었다. 기대만큼 고온에 굽지 않았거나 충분히 밀지 않고 사용하였기 때문 아닐까. 틈새를 채운 맛들은 주장이 썩 있어 이 요리를 즐기는 최소한을 갖췄으나 고귀한 쇠고기를 즐기기 위한 밑바탕, 지방이 필요하다는 감각을 남겼다. 소스부터 의미를 알기 어려운 어린잎채소의 신맛까지 지방의 과잉에 대한 대비는 갖추었으되 모자랄 경우는 상정한 것이 없어 보인다. 프랑스의 시각에서 반죽에 감싸는 조리법-'앙 크루트'으로 무엇을 감싸는가를 생각하면 어렵지 않은 질문인데, 고든 램지는 프로슈토를 처방하지만 그의 손길을 벗어나면 푸아 그라 등의 대안도 있다. 이 문제점에 관한 주방의 답변은 명확히 보이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속이 저러한 결을 보이고 있고 반죽 역시 충분히 바싹 구워지지 않았음에도 뒥셀은 상당히 건조해져 있었는데, 비프 웰링턴의 가장 흔한 조리 실패(반죽이 축축해지는 경우)를 피할 수는 있었으나 가격에 걸맞는 격을 보여주는 조리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총평: 플레눼는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며 엉성하다. 엄격을 기치로 하는 전혀적 파인 다이닝의 반대로 비스트로노미가 부상했으나 그것을 수준 낮음, 혹은 모자람과 오해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나친 복잡함을 경계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을 생략하는 몰이해로 빠져서는 안되며, 과장된 장식 등을 배제하여야지 요리의 즐거움과 먹는 쾌락을 멀리하는 길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플레눼는 전반적으로 격식을 내려놓고 있으나, 내려놓았다기 보다는 그것을 지탱할 힘이 부족할 뿐으로 보인다. 그 이름은 고상한 불어를 쓰되 정작 악상 시르콩플렉스[^]를 빠뜨리고 있는데, 이 이름이 정말 이 공간의 현위치를 대단한 정확도로 표현하고 있다. 큰 틀에서 모방과 재현의 얼개는 잡아두었으나 완성까지 가는 사소함은 모두 흘려두고 만 현실에서, 과연 그것을 포착하지 못하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주방에는 희망이 없다.

서비스: 서비스 인력의 양과 질 모두 절대적으로 부족. 충분한 예산과 교육시간 확보가 절실

가격: 단품 요리 약 2만원대부터. 인당 KRW 50000~100000 예산을 추천. 대표 메뉴인 비프 웰링턴은 KRW 75000.

음료: 샴페인에만 어이없게 힘이 들어간 리스트는 경영진의 부가적 유희가 이 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신대륙과 프랑스의 거대 생산자들에 기대 간신히 체면만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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