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ge Cellars, Dry Riesling Classique, Finger Lakes 2018

Forge Cellars, Dry Riesling Classique, Finger Lakes 2018

잔당 3g/L, 그러나 팔레트에서는 그 이상을 보여주는 와인이었다.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지.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리슬링의 사랑스러움? 론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메이커의 경력?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점수를 매겨가며 감각적 완전무결함을 추구하는 블로그는 아니니까. 혼자 좋아서 마신 와인 한 병을 통해 우리의 식탁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먼저, 이 와인의 몇가지 기호들에 대해 점잖게 다시 생각해보자. 신대륙에서 만든 와인이고, 리슬링으로 빚은 와인이다. 이 단어들에 대해 여러분은 아마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대륙이라고 말하면 너무 크니까, 미국, 더 좁게는 다섯 손가락 강 유역? 세네카 레이크라고 할 즈음이면 이러한 생각은 이내 사라진다. 우리와 그다지 관련이 있지도 않고 정보원이 가깝지도 않다. 그러나 미국, 신대륙이라는 구분에 대해 이미 형성하고 있는 생각은 과연 도움을 주는가? 경사도나 연중 기온이 독일 중부를 떠올리게 하는 세네카 강 인근은 늦게까지 과일을 익힐 기회를 준다. 포도농사에 적합한 기후라는 점이 못해도 미국 독립 전후부터 알려져왔는데, 이는 곧 서부의 와인을 떠올리면 오해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외에 리슬링이니 메이커에 대한 이야기는 풀어 해치느니 그냥 묶어두는게 편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전적인 리슬링"이라는 와인의 이름은 우리에게 큰 의문만을 남길 공산이 크다. 리슬링이 뭔지에 대해서도 이해보다는 오해가 많은데 과연 그 의미는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을까. 어쨌거나 그 의미는 맛보는 행위를 통해 탐색하게 된다. 먼저 와닿는 것은 녹진한 감초향과 국화를 끓인 차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다. 시간이 지나며 잔에서는 복숭아나 열대과일의 향도 이어지며, 천천히 음미하며 향에 취할 즈음 다른 향을 잊게 되면 또 다른 향이 이어진다.

병에서 특별히 오랜 시간을 지낼 요량으로 만든 와인이 아닌 만큼 첫 입부터 발효와 오크 숙성으로부터 만족스러운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맛으로 가득 들어찬 느낌, 기분 좋은 신맛의 와인의 전형이다. 리슬링의 신맛! 어느 업장에서나 가장 비싼 리슬링은 당도를 뽐내지만 리슬링 포도가 주는 신맛은 그야말로 고전의 한 쪽을 장식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신 것을 먹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상상하는 것만으로 침샘이 자극받는 맛. 그러나 결코 부패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 신선한 신맛. 몇 시간여를 걸쳐 여운을 이어간 끝에 마주치는 독특한 쓴맛마저 반갑다.

흔히 와인을 비롯한 무수한 식음료 업계의 상품들은 특정한 감성에 의존한다. 숫자를 크게 써서 마치 시간을 파는 것처럼 과장하거나, 가족 경영, 아니면 반대로 아주 돈을 쏟아 부었다는 식으로 인과관계 없이 가격을 정당화한다. 때로는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편견을 이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규격화를 위한 규제를 이용하여 그러한 편견을 회피하기도 한다. 애초에 게임 자체도 불공정하다. 사람이 송이마다 직접 선별한 고생은 곧 훌륭한 맛으로 이어지지만 그렇게 다루기를 허용받는 것은 포도 뿐이다. 크랜베리를 이렇게 수확할 수는 없다. 그러다 보면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많은 것들이 우리의 결핍을 노리고 있구나. 하루종일 기계를 주무르며 사는 사람들에게 Handcrafted라는 단어를, 몇 년의 세월도 기다리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라벨에 옛날을 뜻하는 숫자를 선사한다. 나는 그 유혹에 자주 굴복한다. 큰 비용을 지출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내 인생의 병풍 정도로 먹거리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를 넘어서야 한다. 포도를 직접 선별하는 이유는 근 몇 년에 비해 좋지 않은 작황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고, 숙성은 시간보다 효율적인 조리 도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행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수제=좋다", "숙성=좋다"는 안된다. 다행히도 이 한 병에는 그런 거짓말이 많지 않았다. 기분 좋은 허브, 과실의 향기와 신맛의 음료가 가지는 상쾌함. 포도술은 사회에서 다양한 뜻으로 유통되지만 우리는 맛으로 이해하기로 작정했다. 그 의미를 맛에서 찾고자 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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