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 de Pâtisserie - 제과전
동명의 잡지에 대해서도 여러 번 글을 쓴 바 있는 애독자로서 푸 드 파티세리의 매장에 방문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푸 드 파티세리는 이번 호 잡지를 포함해 여러 파티셰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공간을 컨셉트로 하는 일종의 부티크인데, 정작 시설과 서비스는 열악하므로 본격적인 부티크라기보다는 출판사의 부수입을 위한 기념품점같은 느낌이 강하다.
유독 오래 전시 중인 안젤리나의 몽블랑은 새로운 것보다는 기념품점에 온 만큼(그리고 이참에 안젤리나 본점을 방문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기억을 되짚기 위해 선택했다.
안젤리나는 100년이 넘는 노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안젤리나의 몽블랑을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것은 베르트랑 그룹과 세바스티앙 바우어 셰프로, 사소한 수정은 있었겠지만 지금도 안젤리나의 몽블랑은 그의 해석을 따르고 있다. 밤에서 바닐라로 이어지는 노트는 썩 단순한 편으로 구현이 어려운 부분은 일체를 이루는 질감이다. 바우어는 일반적인 제과점의 문법과 달리 밤의 가공을 손으로 하고 크림의 가공은 기계로 하는 거꾸로 설계로 안젤리나를 부활시켰는데, 지금은 무언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품질은 여전하다. 밤 껍질의 쓴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머랭을 피하고 싶을 만큼 단 것도 아니니 입 안에 머무르는 찰나의 시간이 즐겁다. 본래라면 메종 안젤리나의 초콜릿이 완벽한 짝으로 따라붙지만, 이제 그런 일을 하기에는 건강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럼-반죽-바닐라-마스코바도로 이어지는 이 바바 오 럼 역시 맛이 이어지는 뉘앙스, 일체감이 중심인 질감 등 큰 틀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유에서 두 과자 모두 이런 뻔하게 잘 만든 유형을 만나기 어렵다. 곁들이는 음료의 차이 때문일수도, 혹은 이런 종류를 먹는 문화적 맥락이 달라서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단맛과 열변화 두 가지의 공존 자체를 우리가 멀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찌거나 하는 종류들은 물론 기름에 튀기는 약과마저도 제과에 사용하는 온도에 비하면 매우 낮은 온도에 가공될 따름이다. 케이크를 두고 우리는 반죽을 떠올리는가, 크림과 토핑한 과일을 떠올리는가? 추상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이 부분에 의혹을 가진다. (슬프게도 크림 중심의 문화라기에는 한국에서 제과를 만들 때 가장 골치를 썩이는 것이 크림이다. 유제품의 품질이 조악하다 못해 그냥 없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