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 소고

갈비탕 소고

갈비탕은 본질적으로 길거리 음식이다. 궁중 연회에 갈이탕(乫伊湯)이 나오니 갈비라는 언급이 나오니 한다고 하지만 갈비탕의 족보는 수라간에 있지 않다. 그렇다고 족보 없는 비합리적인 음식으로 매도할 필요까지는 없는데, 사실 고기의 조리법이라는 것은 부위의 성질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므로,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비슷한 아이디어가 등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갈비는 전체를 묶어 정형하지만 사실 노려지는 곳은 가운데로, 이 부근의 살은 거의 운동량이 없어 고급 부위로 칭송받지만 머리나 꼬리에 가까워질 수록 운동량이 있어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렵다. 발라내는 수고를 들이더라도 굽기를 선택해서는 단백질을 충분히 조리하기 어려우므로, 장시간 조리하여 완전히 녹이듯 만들어내는 조리법, 즉 브레이징이나 바비큐가 기본적인 선택 사항이 되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찌는 조리법 역시 선호되고 있다.

자연스레 이러한 조리법들은 긴 조리 시간을 양념을 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갈비탕은 그에 있어서 취약하다. 오히려 살이 가지고 있는 맛을 국물이 앗아가는 형국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을 때도 있다. 첫 한 술 뜬 국물이 맛있는 만큼 고기에게는 위기라니, 모순의 음식은 아닌가? 물론 그렇기 때문에 갈비탕은 다른 갈비 요리에 비해 조리 시간이 그렇게까지 길지 않다. 오히려 덜 조리하여 갈비 조리의 보편성에 위배되는 경우가 더 많을 지경인데, 그 이유는 결국 탕국의 영혼이 국물이 아닌 건더기라고 생각하는 발상의 문제이다. 좋은 국물을 대접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갈비가 뼈에서 빠져버린다거나, 크기가 지나치게 줄어든다거나 하면 곧바로 실망하는 사람은 많다. 결국 갈비탕은 국물이 아닌 갈비를 먹기 위한 조리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미완의 갈비는 양념장에 기대어 먹게 되는데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신맛 바탕의 양념장을 갈비에 전체적으로 베어들게 한다면 그 자극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꼭 이 조미를 선택해야 한다면 더 나은 방법은 별로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국물도, 양념도 아닌 갈비이므로 조미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한편으로, 나는 탕국의 영혼은 결국 무엇을 끓이든 국물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조리법을 쓸 이유가 없다. 수육이나 족발을 삶은 후에 삶은 물을 마시지 않듯이 건더기가 주인공이라면 국물을 굳이 연출해낼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양 불리기의 문법에서 시작했지만 가열을 이용한 액체 요리라는 측면에서 국물은 현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액체라기보다는 콜로이드 느낌이 강하지만 서양 요리에서 소스가 주인공이라고 말해도 토 다는 사람 없듯이, 국물 역시 주인공이 되는 데 자격의 문제는 없다. 갈비탕 스스로도 이 문제를 어느 정도는 자각하고 있다. 정말 갈비의 조리만을 생각하면 국물의 맛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소금간을 하면 염용성 단백질이 녹아버리기 때문에 소금간도 후처리에 의존해야 하며, 조리 시간 자체도 길지 않으니 뼈를 조리하는 데서 얻는 이익을 보기도 어렵다. 대안으로 지방이 많은 마구리를 섞어 국물의 두께를 키우는 정도의 수단이 동원되지만 건더기를 먹는 음식이라는 본질 측면에서 마구리는 환영받지 못하고, 그나마도 조리 단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아 마구리의 지방은 덜 녹은 채로 식탁 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갈비탕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갈비탕이라는 형식을 유지하되 국물과 갈비를 모두 살리려면 결국 분리해 조리하고 조립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맛을 위한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하는 것은 내 영역 바깥의 일이므로 더 논하지는 않겠다. 하여간 분명 좋은 요리이지만 그 한계를 인식해야 하는 요리가 갈비탕이다. 갈비, 소고기 국물 그리고 쌀밥. 이 세 가지를 먹는다는 기본 틀 아래에서 여러분은 어디를 바라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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