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 에피세리 - "곤트란 쉐리에"의 끝

EC 에피세리 - "곤트란 쉐리에"의 끝

계산을 위한 줄이 길어지면 빵을 만드는 스테이션 앞에 닿게 되있는 공간이었다. 엉거주춤 쟁반을 들고 무리에 합류하자 자연스레 분주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스테이션으로 눈길이 돌았다. 아니, 강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해야 알맞을까. 직원이 가는 손길로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동작을 보이자 와장창, 딱딱한 것들이 부딪히는 폭음이 공간을 매웠다. 반죽이 아마 얼어있었던 모양이다.

입구에서부터 "미슐랭 3스타 출신"을 자랑스레 내세우고, G.C. 스스로도 나름 괜찮게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이제 한반도에서 그의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없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바로 그의 이름을 내건 매장의 빵에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 내거든 바게트와 크로아상에 대해서는 이미 몇 년 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조금 다른 종류들을 시도해볼 작정이었다. 실은 일반 매장에서도 판매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고 해도 무방하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GC 에피세리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길게 말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도적으로 1층에서 크로아상 만드는 작업실을 보여주는 등 아티장의 이미지에 사활을 건 듯 하다가도 빵을 뜯어보면 세르반테스처럼 "그 웃기는 아티장 양반이 누구신가" 하고 동문서답한다. 카늘레는 표면까지 물러진 가운데 속은 기포 없이 가득찬 가운데 고르게 잘 익지는 않아서 물렁한 단계에 이르렀다. 간단히 제시되는 레시피 이상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아티장'스러움은 없었다. 그나마 퀸 아망은 바싹 구워서 커피와 함께 즐기기 괜찮은 편이었지만 두 배는 되는 가격의 오페라 케이크는 세로로 자르는데 가로로 부러졌다. 텍스처에 대한 고민은 아예 놓아버린 것이 확실하다. 프랑스식으로 만들었다는 단팥빵은? "그 웃기는 나라 프랑스"가 어딘지 나는 잊어버렸다.

대량 생산이기 때문에 나쁜가? 대기업이 하기에 나쁜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소규모, 소량이라는 희소성, 독특함을 바탕으로 적당히 가리는 장인들이 나쁜 경우도 잦다. 그러나 곤트란 쉐리에는 프랜차이즈와의 어두운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피에르 가르뎅이 떠올랐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적어도 피에르 가르뎅은 보여줄 만큼 보여준 뒤 해먹었다는 데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