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라떼리아 도도 - 진짜 콜라보

젤라떼리아 도도 - 진짜 콜라보

바야흐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의 시대라고 말한 지도 오래 지나 이제는 식상해졌다. 어쨌건 기계에 소량 때려넣으면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단순한 음식이라는 성질 때문에 아이스크림 역시 그러한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비슷한 포장 장난으로 재미를 본 맥주 업계에서도 엉터리같은 제품이 양산되었듯이 아이스크림도 그런 종류가 많았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 그래도 세상이 좀 나아지고는 있으니,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로수길에서 펜디 로고를 찍은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저질품을 럭셔리라고 내놓았던 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었다.

여름이 되면 패션 잡지부터 하이 패션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돈 냄새를 풍기는 업계에서 아이스크림 공장에 손을 내밀지만, 이를 통해 럭셔리도, 패션도, 아이스크림도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매출은 많이 나와도 영향력은 없는 시장, 결국 구미대륙에서 만들어지는 담론을 받아먹는 역할이니 패션의 경우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이 먹거리는 처음부터 내수용 아닌가? 그럼에도 서울의 여러 유명점은 수많은 행사를 진행했음에도 그 맛에 남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구상이 1차원적이어서 쳐다도 보지 않고 넘어간 것도 많다.

대부분 이런 한정 메뉴를 들여다보면 제품에서는 협업 상대방의 가치가 느껴지지 않고, 협업 행사에서는 아이스크림 매장의 매력이 돋보이지 않는다. 남는 건 포트폴리오 뿐이다. 알 수 없는 직함과 경력으로 가득 메운 명함을 보는 것처럼, 그런 포트폴리오는 아무 것도 담보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이 매장의 맛은 무엇인가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도의 컬래버레이션 메뉴는 이러한 흐름에서 예외가 되고 있었다. 컬래버레이션 메뉴는 D.S. & Durga사 피스타치오의 조향 구성을 본뜨고 있었는데 매장의 기존 피스타치오와 비교하니 그 효용이 아주 높았다. 피스타치오의 고소함이 앞서고, 바닐라의 향이 보조하는 구성의 강점을 그대로 흡수했다. 피스타치오를 통해 젤라또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한 단계 위로 멋지게 나아갔다. 기존의 피스타치오는 지방의 고소함이 모자란 만큼 단맛이 먼져 치고나와 빠르게 질리는 문제가 있었는데, 여러 겹으로 덧댄 향이 이를 메워주고 있었다.

행사가 종료되더라도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나아갈 수 있다면 가장 바라는 결말일 것이다. 물론 모든 게 완벽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트의 구성을 뚜렷하게 만들다보니 뒷맛이 자극으로 다소 얼얼한 느낌이 있고, 피스타치오 자체의 집중도도 아주 높지는 않다. 하지만 나아갈 수 있는 물건을 냈다는 점에서 이날은 즐거웠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앞에 늘어선 인파를 보니 그 여흥이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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