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니스 나폴리 - 아티장 체인점?

지아니스 나폴리 - 아티장 체인점?

이곳에 방문한 이유는 순전히 프란체스코 마르투치의 이름 때문이라고 해도 좋았다. 이런 가게가 있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우연히 이곳의 피자 사진을 보고 나니 방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당연히 글을 읽는 이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이곳의 피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프란체스코에 대해 말해야 한다. 피자이올로 집안이 다 그랬듯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일찍이 피자에 대한 기술을 익혔으나 그의 피자는 그러한 전통과는 아주 무관하다. 가문이 경영하는 핏제리아를 물려받는 대신 벌써 20년 전이 되는 2001년 「I Masanielli」를 개업했으나 긴 무명 시절을 보냈다. 배달 피자부터 전형적인 피자 나폴레타나, 실험작까지 온갖 피자를 다 만들며 여러 번 이전한 끝에 나폴리 교외의 카세르타에서 결실을 맺는다. 그의 도우는 카세르타의 농부와 손을 잡고 만드는 것으로 기존 피자용 밀가루와는 조금 다른 단백질 비율이 특징이며, 특유의 높은 수분율을 지닌 제형이 더해져 극단적인 가벼움을 연출한다.

동시에 그의 피자를 다른 '카노토' 주자들과 구분하는 점이 있다면 오트 퀴진의 강한 영향을 보여주는 점에 있다. 그는 전통적인 재료의 배합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재료를 가공하고 변형하는 등 전위적인 피자 만들기에 집중한다. 특이한 점은 그의 컬리너리 히어로가 「Fäviken」의 마그누스 닐슨이라는 데 있다. 이외에도 그는 안토니오 이아코비엘로(現 도쿄 구찌 오스테리아)와 교류하여 노마 스타일의 발효 채소를 피자에 도입하거나, 마시모 보투라의 시그니처 디시를 오마주하는 등 오트 퀴진에 대한 욕망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피제리아에 셰프 파티시에가 별도로 있는 것은 그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느끼게 만든다.

마르투치는 이러한 자신의 요리를 강한 에고와 결부시킨다. 피자의 밑바닥부터 올라온 그는 자신의 생각이 담긴 피자, 자신만의 피자를 만들기 위한 결과물임을 강조하며 그 결과 현재 피자 업계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피자이올로가 되었다.

이렇게 마르투치의 피자를 이해하고 나면 이 서울 피제리아는 상당히 이상해 보인다. 마르투치를 존경하고 그래서 그에게서 배우기까지 했다는 문구를 온라인의 여러 경로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존경의 결과가 그의 레시피를 가져다 쓰는 것이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인간 마르투치가 아니라 레시피를 존경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서울 사람들은(우리 독자분들은 심려가 깊으시지만) 그런 것 따위는 관심이 없고, 훔치고 빼앗아서라도 좋은 요리라면 좋아해줄 것이다. 레시피에는 저작권이 없으니. 나 역시도 "베꼈으니 탈락" 같은 말로 일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기왕 참조를 넘어 복제하기로 했다면 복제하는 것이 과제라면 과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결과물은 어땠는가? 하나는 마르투치의 레시피인 모르타델라와 피스타치오, 하나는 주인이랄게 없는 마리나라 두 가지의 피자를 통해 지아니스 나폴리의 가능한 전부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복합적이었다. 피자 고메의 파도에서 먼저 등장한 모르타델라와 피스타치오의 레시피를 자신의 방식으로 조정한 pizza con mortadella e pistacchio는 마르투치스러운 접근을 잘 보여주는 피자인데, 모르타델라와 피스타치오의 북부적인 감각을 피자에 선보이는게 원본이었다면 마르투치는 피스타치오를 녹여내듯 페이스트로 가공해 특유의 향과 고소함을 극도로 끌어올려 연출한다. 세 종류의 지방이 동시에 밀려들어오는 문제는 모르타델라의 짠맛, 레몬의 신맛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해결한다. 전체적으로 잘 소화되야 한다라는 나폴리 음식의 만트라를 관통하면서도 나폴리에 갇히지 않고 이탈리아, 세계를 향해있는 특유의 사고를 드러낸다. 지아니스의 모르타델라 에 피스타치오는 이러한 마르투치의 정신을 최소한은 갖추고 있었다. 레시피 자체가 훌륭한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어찌저찌 맞아 돌아간다. 무의미하게 뿌린 피스타치오 가루들보다는 훨씬 나으며, 전체적인 부드러움과 신맛의 조화, 그리고 풍성한 치즈의 맛이 피자 비앙카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굳이 메뉴판에서 마르투치의 이름이 나올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일단 피스타치오의 향. 마르투치의 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살짝의 허브와 비슷한 자극, 강렬하게 당기는 고소함이 치즈의 지방을 타고 들이닥쳐야 하는데 지아니스의 피스타치오는 견과류로서는 의미있는 정도에 그친다. 물론 본가는 DOP 브론테 피스타치오를 사용하지만(왜 피제리아를 굳이 촌구석에 차렸는지를 생각해보라), 지아니스의 크레마 디 피스타치오는 단지 재료의 차이 이상으로 무언가 빈 느낌이었다. 계량된 수치를 그대로 적용할 게 아니라 나름의 솔루션이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는 비어있다.

마리나라에서 이러한 속 편한, 혹은 다소 무감각함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반죽을 빠르게 회전시키지 못해 한 쪽의 탄 자국이 크게 남아버린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강한 온도에 빠르게 구워내는데 집중한 나머지 정작 토마토나 마늘은 열에 충분히 노출되지 못해 불유쾌한 뒷맛이 남았다. 바싹 타버린 바질 석 장은 덤으로 마르투치가 마리나라나 마르게리타를 만드는 방식과도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어 이곳에서 그렇게 강조되는 스승의 존재는 무엇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아무렴 이탈리아는 멀고 지아니스는 가까우니 피스타치오 페이스트를 펴바른 피자를 먹고 싶다면 서울에서는 이곳 말고 선택지가 없다. 그리고 그 자체로는 먹을만 하고 이보다도 못한 피자도 도처에 널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끔은 괜찮은 옵션이 되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피제리아가 그의 이름을 빛내고 있거나 자신의 이름이 빛나고 있냐고 하면 아니다. 이 피자는 알다가도 모를 모사품이다. 지아니스의 피자는 프랜차이즈가 되고 싶은 아티장, 아티장이 되고 싶은 체인점. 지아니스는 그 사이의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다. 나만의 피자를 해야 한다는 스승과 나만의 피자가 아닌 스승의 피자를 먹으라는 제자(?). 그리고 스승의 얼굴을 내걸기에는 선명한 차이. 피자 먹는 개인에게는 득이 될 수도 있지만, 피자의 발전에는 득될 게 없는 발상이다.


  • 같이 보기: 모르타델라와 피스타치오 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