にし邑 - 정식의 형식

정식(定食). 식당에서 음식의 가짓수를 정하여 두고 일정한 값에 파는 음식. 우리 민족문화의 긍지를 지탱하는 기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편찬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의 정의이다.
영어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타블 도트(Table d'hôte)에 대응토록 하고 있으나, 둘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발생하여 굳어지던 중 근대화로 인해 교차한 것으로 근대 대중식사의 형식이라는 점 외에 다른 점이 많다. 테이쇼쿠라고 부르는 이 특유의 형식은 도쿠가와 막부부터 개화기를 거쳐 형성된, 일본의 도시민을 상징하는 형식이다. 흰쌀밥을 중심으로 국과 반찬이 펼쳐지는 정식의 식탁은 이치닌마에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근대적인 한 그릇 요리 문화와 만나 다양한 형식을 탄생시켰다. 에도 4대 음식이었던 덴푸라나 우나기 카바야키는 덮밥으로, 스시나 소바도 각자의 형식을 갖추었으며 개화기에 들이닥친 서구의 식문화도 네모난 칸에서 새롭게 자리잡았다.
대략 십여 년 전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재부흥을 맞았던 일식 돈가스도 이러한 정식의 문법 위에 있다. 브라운 소스에 두르고 넓게 펴 크기를 한껏 키운 튀김으로 양에 대한 심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전채로 스프를 제공하는 등 서양 요리의 역할을 수행하던 한국의 경양식 돈가스에서 밥이 아이스크림 한 스쿱 분량에 후리카케 약간으로 모양만 내는 식으로 후퇴하였다면, 일본향을 내세우며 두드려 펴지 않은 두꺼운 고기와 입자를 굵게 친 빵가루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돈가스 유행은 그와 함께 정식 문화의 정서도 다시 가져온다. 한 그릇에 따로 담긴 밥과 술지게미(酒粕)를 넣은 된장국, 절임야채 속에서 돈가스에게는 새로운 역할-반찬의 그릇이 주어졌고, 양배추 채 역시 젓가락에게 어울리는 두께를 가졌다.
표면의 빵가루 색에서 보이듯 덴푸라를 꿈꾸며 성질이 강한 기름과 저온조리를 내세우는 근래 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반찬으로 익혀내는 고기로서의 역할을 우수하게 수행해낸다. 마르지 않도록 익히고 충분한 레스팅으로 튀김옷의 남은 기름기를 빼내 마지막 조각까지 질리는 법이 없다. 철저히 일상을 위한 요리이면서 일상을 위한 것을 모두 갖췄다.
익숙한 요리이고, 일본 요리인데다 두꺼운 고기 단면을 자랑할 수 있는 튀김 요리이기까지 하다보니 한국에서는 라멘과 함께 매니아들만의 씬이 있는 요리로 자리하려 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이 형식은 밥을 중심으로 하는 한 끼니의 식사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 가게 이름이 니시무라인 이유는 주인 성씨가 니시무라(西村)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1대인 요시로(義郎), 밤에는 2대인 신이치(真一)가 주방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