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Bar - 2025년 여름 오픈














한때 신라호텔은 "한식당 없는 고급 호텔"이 되겠다머 한식당 서라벌의 문을 닫았던 적이 있다. 한식 요리사들이 졸지에 양식 주방이나 뷔페에서 발견되는 때가 있었다. 미쉐린 가이드의 상륙과 함께 서울의 별이 되고자 칼을 갈고닦았던 것이 벌써 십여 년, 미식의 전당이 되겠다는 한국 호텔들의 꿈은 다시 사라진 것 같다. 진정한 의미의 칸톤 요리를 내는 유일한 호텔 내 중식당이자 스타 레스토랑이었던 유유안을 필두로 포 시즌스 브랜드의 표준을 서울에 선보이려 했던 포 시즌스 호텔 서울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칼리노는 완전히 옛 모습을 잊어가고 있으며, 지갑을 닫은 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물씬이다. 유유안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지만 나아가기에는 벅찬 모습이다. 유유안이 만든 인프라 덕에 서울을 벗어나면 고려할 대체재가 존재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 레스토랑과 바를 통틀어 지역 가이드가 아닌 "월드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유일한 공간, 찰스 H.는 포 시즌스의 자랑이었지만 동시에 문젯거리이기도 했다. 크래프트 칵테일 무브먼트와 스피크이지 등 미국의 첨단 문법을 노골적으로 채용했지만 한국에서 반응은 시큰둥했다. 찰스 베이커의 글은 커녕 사보이 칵테일 북도 번역되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 포 시즌스 호텔 서울이 철저히 외국 방문객을 위한 공간일 때는 괜찮았지만, COVID-19를 겪고, 헤드 바텐더의 여러 차례 인사이동이 겹치며 '찰스 H.'의 이름은 짐이 되었다. 100년 전 책을 복각한 아이디어도 있어야 하고, 현대적인 기법도 채용해야 하고, 한국적인 무언가도 선보여야 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호스트해야 하는 찰스 H.는 혼란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호텔의 결단은 먼저 한국적인 이미지에 대한 니즈를 2층의 '오울'로 분리해내는 것으로, 여전히 부침이 많지만 어쨌거나 필요해졌다는 인상이다. 미국의 찬란한 과거를 꿈꾸는 공간에서 막걸리나 소주를 찾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한국인들은 여전히 전혀 관심이 없는 찰스 H. 베이커 주니어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백바에서도 프론트바에서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면 좀 더 자유로운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년간 방치되어 있었던(정확히는 일반 고객용으로 사용되지 않던) 공간을 레노베이션해 만든 H 바는 찰스 H.의 '다음 단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다음 단계였다. 전통주도, 오랜 기록도 없이 삶의 가벼운 영감과 무거운 고민으로 만드는 창조성 높은 음료를 시도할 수 있는 공간. 오히려 이런 시도가 분리되면서 찰스 H. 역시 조금 더 본래의 콘셉트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맥락에서는 그렇다 치고, H 바의 경험은 만족스러운가? 큰 얼개는 가장 현대적인 크래프트 칵테일의 유행이다. 신선한 재료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알코올의 풍미(flavour)를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한 도구 역할에 치중한다. 음료의 질감과 알코올의 도수를 사용해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기본적인 실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곁들여내는 음식은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섬세함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구성의 경우, 여름이다보니 주로 과채의 계절성을 주제로 한 것들이 많았고, 달리 말해 칵테일이라는 주류 제조의 기법이나 증류나 숙성으로 얻는 증류주 고유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 적어 근래에 흔하고 또 사랑받는 것들의 인상이지만, 사람들이 술에 돈을 쓴다는 것을 제외하면 왜 액체, 술의 형태여야 하는가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몇몇 빛나는 지점에서는 과연 서울에서 포 시즌스 호텔의 지하에서만 가능한 것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예컨대 푸아 그라와 컨디먼트를 주제로 한 경험이 그렇다. 초당옥수수를 사용한 칵테일의 경우 요리에서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보이는 문제적 재료가 멋드러진 단맛을 드러내고, 짜고 남은 낟알은 옥수수다움을 간직하고 있어 주방에서보다 그 존재의의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당분간 변화가 계속 될 것이기에 이 이상의 개별적인 요리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는 피하고자 한다. H 바를 통해 다시 찰스 H.가 서울 칵테일 문화의 첨병으로 나설 수 있을까? 아니면 청담동을 선택한 외국 가이드의 뒤를 쫓다 길을 잃게 될까? 그것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