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겐 다즈 코코넛 초콜릿 - 물성의 실패

하겐 다즈 코코넛 초콜릿 - 물성의 실패

나는 하겐 다즈를 비난하는가? 어떤 경우에는 그렇다고 생각해도 좋다. 상업용 아이스크림이 가야 할 길은 벤 앤 제리스와 유니레버가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하겐 다즈는 영리하되 매력적이지는 않다.

물론, 하겐 다즈라는 사업 자체는 일정한 정도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최대 플레이어 중 한 축으로 의미가 있으며, 벤 앤 제리스와 경쟁을 통해 사당에 딜리버리 매장을 경쟁적으로 오픈하는 등 타방을 위해서도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겐 다즈가 어이없는 가격대이기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받아들 아이스크림은 벤 앤 제리스가 아니라 그저 슬픈 무언가였으리라 생각한다.

하겐 다즈는 아시아의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미국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미주와 미국의 해외 영토를 제외하면, 가장 먼저 진출한 해외 국가가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일본이었다는 점이 전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하겐 다즈는 이들 나라에서는 그 위상을 잃었다. 뷔페의 아이스크림 냉동고나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하지만 비교적 서구와의 교류도, 경제적 여유도 한 발 앞섰던 이런 곳들보다 우리 땅에서 하겐 다즈는 여전히 아이스크림 시장의 키 플레이어이다. 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중에서는 독보적인 위상이 있다.

하겐 다즈는 여전히 롯데와 빙그레는 물론 "고급"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개인사업자들보다도 앞선다. 첫째로는 수입하기 때문에 가능한 차이가 있다. 원재료의 품질의 평균, 특히 유제품의 경우 아득한 프랑스에서 생산하므로 벌어지는 차이이다. 둘째로는 과학적 이해도가 높다. 영하 18도 유통에도 불구하고 곧 부드러워지는 질감은 분자 요리의 뿌리에는 대기업의 식품과학자들이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곧 맛의 품질과 직결된다. 가격이 치사한 것이지 못 먹을 것을 팔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겐 다즈는 죄가 없되 하겐 다즈의 한국 지사는 그렇지 않다. 심각한 가격 정책-물론 자유시장경제의 수호자라면 곧 이런 문제는 해결된다 생각할 수 있으나 문제는 지나치게 오래동안 지속되고 있다-, 지루한 맛 선정. 일본이나 미국과는 지나친 가격 차이가 난다.(바닐라 맛 파인트 기준, 일본 라쿠텐 4천엔, 미국 월마트 3.88달러, 한국 이마트 12,500원) 맛의 폭은 말할 필요도 없는 수준. 하겐 다즈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것들 중 국내 수입이 되고 있는 걸 찾는게 더 빠르다. 오너 일가와 하겐 다즈 브랜드의 소유주인 제너럴 밀스(NYSE: $GIS)가 나눠먹고 있는 하겐 다즈 한국 지사는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통 크게 배당하지만 이는 지배구조(백 회장과 백 사장의 지분이 50%, 제너럴 밀스의 계열사가 50%)를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며, 별로 감동적이지 않다는 뜻도 된다. 경영진 일선에 대한 뒷얘기까지 할 공간은 아니니, 그래서 결국 하겐 다즈는 그다지 숭배할 거리는 못되고 맛으로나 승부보면 된다는 결론이다.

자, 한 입 맛을 보기 위해 10분 정도를 기다리듯이 잡설을 풀었으니 맛을 볼 수 있다. "막시 플레지에레"라, 유럽인 '척'을 하는 것이 참으로 한결같다. 구성은 스트라치아텔라에 코코넛 과육을 뒤섞었다.

맛의 구성에 있어, 탑 노트는 코코넛이 지배하고 베이스 노트는 초콜릿에서 오는 카카오 열매의 향이 지배한다. 두 가지의 조합은 꽤나 긍정적이다. 아이스크림 파인트로서 추구할 수 있는 보통의 기대를 넘어선다. 그러나 이는 곧 침전하는데, 바로 이 아이스크림을 둘러싼 질감이 그렇다. 하겐 다즈의 초콜릿 칩은 벤 앤 제리스에 비해 뚜렷하게 두께가 얇은데, 이는 곧 쉽게 녹아드는 질감을 구성한다. 벤 앤 제리스와는 결을 달리하는 질감을 추구하는 것이지 좋고 나쁜 차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코코넛의 섬유질 층을 담뿍 사이에 끼워넣을때 화음은 무너진다. 초콜릿은 떠내려가려 하는데 어찌 코코넛이 발목을 잡는다. 코코넛의 섬유질층은 원래도 먹기 그렇게 좋은 물건이 아닌데 얼어붙어 있으니 한껏 씹어보지만 코코넛 풍미의 정수는 사라진 뒤다. 어떻게 취식해봐도 뒤끝에 이물감이 남으니, 하겐 다즈의 심장부였던 부드러움 대신 어정쩡한 치감만이 남는다.

하겐 다즈 본사는 이런 문제를 모르는가? 이마저도 '그렇지 않다'. 초콜릿와 코코넛의 짝을 맞춘 아이스크림은 미국 본토에서는 이런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creamy"한 코코넛과 "crisp"한 초콜릿의 대비를 소개하는 점이 곧바로 눈에 띈다. 알지만 이런 걸 팔아도 경쟁력이 있기에 어이없는 프랑스어의 띠를 두르고 팔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