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키 공방 - 텐동
흔한 블로그나 2류 기사식으로 시작하자면 텐동은 에도 시대 중에서도 19세기경 개발된 음식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당시의 기록이 뒷받침하고 있으며 애초에 다양한 덮밥 문화가 있던 일본이니 이상할 것은 없다. 오리지널인 덴푸라와 달리 튀김을 높은 온도에서 소스에 졸이는(くぐらせ) 방식은 스트릿 푸드로 강하한 위상에 걸맞게 재료의 특징따위가 아닌 풍성하고 균형잡힌 맛을 위한 논리적인 변화였으리라.
튀김이라는 조리 방식의 영원함만큼이나 텐동의 유행은 당연하게 보이지만 일본과 한국 각국에서 이 음식의 대중화를 내재적 합리성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데, 생각건대 일본에서는 텐동 체인 텐야, 한국에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텐동 에피소드가 유효타였다. 물론 100년을 넘게 일상 음식으로 텐동을 즐겨온 도쿄, 그리고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몇몇 가게들이 성업하고 있던 서울에서 이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는 않았겠지만 분명히 대중화에는 기여했다. 후자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리라.
큰 틀에서 튀김과 탄수화물 음식이라는 데서 치킨 샌드위치와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주로 말랑말랑한 텍스처로 조리되는 탄수화물에 대비되는 바삭거리는 튀김의 대비가 바탕이고, 치킨 샌드위치가 강하게 염지한 패티로 조미한다면 텐동은 튀김옷에 그러한 맛을 배치시킨다. 이 두 가지를 잘하면 좋은 요리가 된다.
히노키공방의 텐동은 후자, 즉 강한 조미를 충실히 살린 음식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썩 간격을 두고 다시 먹었던 여느 날의 점심은 그러한 기억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로 음식을 받는데 앞서 몇 팀을 기다려야했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조리의 섬세함이 무너진 것은 아닌가 짐작했다. 차가운 튀김물을 쓰기에 여럿 튀길 경우 온도가 쉽게 무너질 수 있는게 덴푸라의 고질적인 문제이고, 구리로 만든 튀김솥(銅鍋)을 강조하는 문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하겠다. 물론 구리를 사용하지 않아도 좋은 덴푸라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전술한 텐야의 전자동 튀김기는 100%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다.
조리가 조금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큰 오답은 없었으므로 얼렁뚱땅 한 끼를 떼울 수 있었는데, 돌아서는 길에 그래서 그 몇 년간의 텐동 유행이 남긴게 무엇인가 고민하는 가운데 가게의 입구에는 신경질적인 경고 문구 몇 개, 그리고 그다지 오르지 않은 가격이 눈에 밟혔다. 서울에는 많은 텐동 가게가 생겼지만 타레에 졸이지 않을 가치가 있는 덴푸라를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므로 텐동은 잊고 살았던 음식이다. 가츠동이나 규동 따위의 다른 일본식 덮밥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애초에 덮밥이라는 장르 자체에 한국은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인 아닌가 싶기도 하다(그러기엔 텐동 가게들의 줄이 길지만). 과연 우리 밥의 짝꿍은 계속 이대로여야만 하는 것일까?
- 치킨 샌드위치가 기본적으로 짜듯이 텐동 소스도 기본적으로 짠맛과 감칠맛이 앞서고 단맛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