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st Kebab - 인플루언서의 장사

함부르크에서 오랜 시간 있지는 않았지만, 모든 끼니가 아주 짙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중에서 거리 음식이라고 할 만한 것은 딱 한 번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어니스트 케밥이다. 함부르크 중앙역 앞 쇼핑 센터의 이른 아침,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온갖 감자 요리를 제치고 '가장 독일스러운 음식'으로 자리잡은 되너 케밥은 독일에서 가장 논쟁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사견으로는 플랫브레드와 샤와르마, 꼬치 구이는 발칸-중동-아라비아-북아프리카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전통이므로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절인 야채를 두고 우리가 벌였던 두 차례의 신경전을 생각하면 그들을 힐난할 처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독일인들이 특히 케밥에 진심이 되었다는 것은 독일 케밥의 발전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스타파 게뮈제를 필두로 한 구운 채소를 잔뜩 얹고, 다양한 소스를 결합하는 방식은 베를린의 맛이다. 이제는 Döner라고 하면 이런 독일식 케밥을 떠올리는 것이 절대 무리가 아니다. 독일의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나만의 집 근처 단골 케밥집'을 가지게 되었지만, 아직 독일식 케밥에게는 남은 과제가 있다. 이른바 고급화다. 특유의 조리기구가 필요한 덕에 철저한 외식 요리로 남은 케밥이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거나 재료의 질을 개선하는 등 케밥을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진 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케밥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한계이다. 케밥의 종류 자체가 한정적인 것은 지중해에서 자연 발생한 문화가 아니라 이민을 통해 유입된 문화라서 그렇다고 하지만, 유럽 최고의 경제를 가진 독일에서 케밥을 더 맛있게 조리하기 위한 시도가 이토록 적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이번 여름, 그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식당을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다. 케밥 관련 최대 커뮤니티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레딧의 /r/Doener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Honest Kebab이다. 애석하게도 전문 요리사가 아닌 유튜버가 개업한 곳이었기에 기대보다는 의심이 컸고, 9.5유로 시작이라는 가격도 현지인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라멘의 '천 엔의 벽'이 있었다면 - 케밥은 5유로를 넘는 것도 힘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과연 주목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빵이다. 사워도우(Sauerteig)를 쓰는 것으로 피자 나폴레타나를 의식하여 푹신하고 소화성 있는 텍스처를 가졌다. 본격적으로 껍질이 발달하는 빵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요거트 소스 등의 신맛에 즐거움을 더한다.
쇠고기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사항이다. 케밥 속에서 절대로 주류라고는 할 수 없는 종류인데, 150g 내외로 폭력적인 양을 넣는다. 원래부터도 북독일의 케밥은 자연스레 소스의 맛이 두드러지는 베를린-동부식보다 소스가 옅은 편인데, 고기의 함량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 마요네즈 베이스의 소스 맛으로 먹는 저렴한 케밥과는 아주 다른 인상을 준다. 차라리 스테이크 샌드위치 같은 이름이 적절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케밥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야채와 허브, 소스가 형성하는 되너 특유의 향과 질감이다. 요거트 소스 외에도 터키식 에즈메(Ezme)가 있어 특유의 인상이 살아난다. 치미추리나 리크(Porree) 역시 원래 케밥-스러움을 표현하는 재료는 아니지만 빵에 비해 비중이 큰 고기의 균형을 잡는데 모자람이 없다.
Holle21614가 케밥에 대해 진정으로 얼마나 아는 전문가인지는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케밥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재료에 대한 그의 지식은 일천한 것으로 보이며, 까다롭게 선정하는 '케밥 랭킹'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 누구도 시청하지 않을 그의 유튜브 채널과 틱톡, 인스타그램을 제외하고 특대 사이즈를 내세우지 않고도 조금 더 비싼 케밥의 영역을 긍정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나는 그렇다는 답을 내린다. 각각의 재료가 선명한 느낌을 주고, 소스와 양념이 전체를 버무려 하나의 음식이라는 느낌을 준다. 싸구려 케밥이 주는 뻣뻣한 빵과 메마른 고기의 불행함의 안티테제이고, 소스에 질식한 나쁜 음식의 안티테제로 그의 케밥은 하나의 길을 내고 있다. 다만 독일인들에게 9.5유로의 케밥은 마치 가격이 20,000원부터 시작하는 국밥 같은 느낌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플루언서가 서울 한복판에서(함부르크가 독일 한복판은 아니지만) 20,000원짜리 국밥을 들이밀며 국밥의 고급화 같은 소리를 한다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음식이 저렴해야 한다는 미디어 스타보다 차라리 그런 자들을 믿을 것이다. 수많은 팔로워와 홍보 수단으로 중무장하고 더욱 쉽게 돈을 뽑아낼 수 있었겠지만, Holle의 케밥에 대한 열정을 조금이나마 품고 있었다. 단순히 비싸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케밥에서 그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