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레쉬 - 볶음밥과 만두가 있다

홍대 어디께를 전전하던 와중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만두를 빚는다라. 만두 가게 자체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김을 풀풀 풍기는 만두집 프랜차이즈들이 한둘이던가. 하지만 그 만두 가게의 이름, 그리고 사실 라멘을 파는 집이라는 점이 나의 발걸음을 잡아끌었다.
일본 문화권에서 라멘은 중화 요리지만,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철저히 일본적인 요리로 취급받는다. 유럽이나 미국, 심지어는 중화권에서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일본인들이 인식하는 중화적인 특유의 느낌이 사라지는데, 주로 작은 규모로 영업하는 서울의 라멘 가게에서는 사이드 디시가 제외되는 지점이 그렇다. 일본의 흔한 라멘 가게에서는 라멘과 볶음밥, 만두가 한국식 중국집의 군만두와 짜장면, 탕수육처럼 기본적인 구성으로 자리잡고 있으나 중국의 요리를 찾아 라멘집을 찾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는 볶음밥과 만두를 찾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가게에서 그 두 가지를 전부 한다니, 마음이 대단히 너그러워진다.
그래서 이 가게는 좋은 가게였을까? 안타깝게도 내가 먼저 해줄 수 있는 말은,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볶음밥은 나쁜 조리 상태를 강한 간으로 덮는다. '너구리'처럼 해초가 뜬(그것처럼 뻣뻣한 물건은 아니다) 국물은 멸치 따위의 해산물의 색을 좇지만 지나치게 두꺼운 후추, 역시 두꺼워 아린 맛이 남은 대파가 감상을 가로막는다.
물론 서울, 특히 이 근방에서 많은 라멘 가게들이 비일상의 목적지의 꿈을 꾸는 데 반해 매우 저렴한 가격-7,500원-으로 철저히 일상에 머무르는 요리에 이 이상의 핀잔은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서울에 진정으로 있어야 하는 식당의 형식이라고도 생각한다. 장소가 홍대만 아니었다면 더욱이. 가맹점 형태에 크게 의존하는 외식자영업의 구조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최소한의 수준과 자신만의 개성을 두루 갖춘 식당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서울에서 이 가게는 일상에 녹아드는 가격대와 식사로서 최소한의 기능을 갖춘 조리, 그리고 나름의 개성을 갖췄다. 아슬아슬한 위생 상태와 가격을 교환한다면 그야말로 일본이라면 여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동네 사람들의 라멘 가게를 이 동네 사람들도 소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할 것이다. 만두와 볶음밥까지 그 포지션에 필요한 정서적 요소도 갖췄다. 문제는 줄 설만한 라멘집이 널리고 널린 홍대, 그리고 간과 자극의 불균형이다. 지방이나 간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 향신료인데 거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