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h'315 - 뒤숭숭한 미식

현대백화점 h'315 - 뒤숭숭한 미식

현대백화점이 압구정의 h'540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이 미아라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이것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확장해야 하는가. 그 모습을 살펴보았다.

현대백화점의 오너 일가는 현대그린푸드라는 별도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외관으로 보면 현대백화점이 현대그린푸드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거꾸로 현대그린푸드가 현대백화점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갑자기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은 오늘의 주제가 바로 그 현대그린푸드이기 때문이다. 판교점에 잇태리를 유치하는 등 해외 브랜드를 이요하는데 한 술 더해 압구정에서 운영중이던 h'450이라는, 자체 브랜드의 외연 확장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그 방향이 판교와 대구같은 서울 외 지역의 구매력 좋은 지점, 그리고 아울렛 매장 등 다양성을 갖추는 것 만으로도 수익이 발생할 듯한 곳들에 입점했다면 뜬금없이 이 브랜드를 미아점에 유치한 것이다. 그 의중이 궁금했다. 궁금하다면 가볼 수 밖에 없었다.

과연 그 이름부터 찬란했다. "미식의 공원"이라. 얼마나 대담한가. 비록 프랑스의 흔적은 "Le"에서 끝나고 실제로 제공하는 요리는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버거지만 굴지의 대기업이 스스로 "미식의 공원"이라고 칭하는 순간 나는 그가 막중한 책임을 스스로 떠안았다고 인식한다. 현대백화점의 지배구조가 어떠한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창업주의 혈족들로 누릴 것은 다 누려본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 "gastronomy"를 논한다. 뱃 속에 들어가는gastro- 지혜nomos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그것도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화점의 알짜 공간을 차출하여 낸 것이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 두 가지에 놀랐다. 첫째로, 식기의 격을 따진다. 저 끝의 흔적으로 보이는 부분으로도 상표를 유추할 수 있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와 함께 종이컵과 일회용 냅킨이 세팅되어 있다. 이러한 불균형에 놀랐다. 둘째로는 마스크를 보관할 수 있는 일회용 봉지를 제공하는 데서 놀랐다. 확실히 COVID-19로 인하여 마스크 착용이 강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테이블 위의 고민거리이다. 그래서 비닐봉지에 마스크를 보관한다. 그 다음은 없다.

촬영은 하지 않았지만 시그니처라 쓰여있는 파스타를 포함, 세 가지 이상의 메뉴를 먹었다. 그럼에도 이 감자튀김만을 촬영한 것은 이것이 요리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이 레스토랑을 포함한 브랜드를 본인들의 홈페이지에 파인 다이닝으로 게재하고 있다. 메뉴 구성이 프랑스 요리가 아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뉴욕의 Grameracy Tavern과 코펜하겐의 Noma도 버거를 취급했지만 누구도 그 품격을 부정하지 않는다.

좋은fine 식사 경험을 만드는 것은 요리의 진정한 국적관련성도, 높은 가격도 아니다. 치즈를 그레이터에 갈았다고 하여 체다 치즈를 올려내는 요리보다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로즈마리가 뒤엉켜 있다면 향신료를 썼으니 미식일까.

음식에 대해 논하기 피로할 지경의 서비스는 공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저녁 시간 고용된 프론트 오피스의 직원은 단 한 명이었다. 대금 결제를 위한 장소에 대기하도록 지시된 그가 대부분의 시간 바라보는 곳은 레스토랑의 입구였다. 고객들은 그 등에 대고 무언가를 말하도록 되어있다. 입장과 함께 와인 셀러를 볼 수 있지만 테이블에 놓인 종이컵은 음료에 대한 태도를 느끼도록 한다. 외투를 의자에 걸고 큰 소리로 점원을 호출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우스웠다. 대기업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이런 것인가.

무수히 많은 공간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식을 이용한다. 옷가게부터 미술관까지 소비가 있는 곳에 외식 공간이 있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은 이름에서 보듯 길음동과 미아돔 일대에 존재한다. 따라서 인당 만 오천원 언저리로 선택이 가능한 식당가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그와 차별화를 하는, 자체 브랜드를 테라스까지 갖추어 냈다. 그리고 사람을 이렇게 대우한다. 이 기업에서 F&B 사업을 대하는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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