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ana - 이역만리 밖 나시고렝
네덜란드에서 네덜란드 전통 음식을 외식으로 먹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한국에서도 흔히 외식으로 먹을 수 있는 한식 요리가 있는가 하면 특별히 그것을 다루는 식당을 찾아야만 볼 수 있는 가정의 요리들의 영역도 분명히 있듯이, 네덜란드에서 네덜란드 요리는 해먹는 음식으로 여겨져 간편한 외식으로는 즐기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이고, 자연스레 여느 문화권에서든 가까운 문화권의 음식이 간편한 외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짜장면과 돈가스 같은 음식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그러한 외식으로 가장 단단한 입지를 가진 것은 인도네시아와 수리남의 요리다. 오랜 기간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곳들의 요리가 이제는 본국을 잠식하고 있다. 다만 네덜란드의 수리남 요리는 거의 중화 요리와 융화되어 전형적인 중식당을 대체하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 요리는 특유의 문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날의 볶음밥도 인근에서 대학을 다닌 이로부터 소개 받은 동네 식당이었다. 선택은 '나시 고렝 자와 스페셜'. 자바식 나시 고렝은 나시 고렝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중화 요리로 치면 양저우 차오판 정도 입지를 가지고 있는데, 핵심이 되는 것은 삼발과 케찹 마니스-영어가 아니므로 '케첩'이 아니다-다. 달걀을 서니 사이드 업으로 올리고, 케찹 마니스 덕에 갈색을 띄는 지점이 중화계 볶음밥과 확연히 다른 뿌리를 가졌음을 보여준다. 연중 고온다습한 섬의 환경 때문에 본래 강하게 양념하여 볶는다고 하지만, 여름도 서늘한 날이 많은 네덜란드에서는 한풀 색이 빠진 모양새다. 그렇지만 그 사회적인 역할은 중화 요리의 볶음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각의 일회용기에 담긴 모습처럼, 간단하게 떼우는 끼니로 서민들의 영원한 친구로 남아 있다.
포장한 음식이라 터지지 않게 푹 익혀버린 달걀 프라이의 상태는 거짓말로도 좋다고 하기 어려웠지만, 밥알이 짓이겨지는대로 케찹 마니스와 약간의 소금간, 그리고 기름의 향이 감도는 볶음밥의 경험은 분명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잔뜩 머금어 삼키고 나면 입안에 남는 삼발의 얼얼함은 노른자와 새우로 다스린다. 본래 여기에 쿠루푹까지 곁들여주어야 제대로 된 나시 고렝이지만, 약식으로 뗴우는 끼니에서 형식의 미완결을 탓할 겨를이 없었다.
왜 이 나시 고렝은 그토록 만족스러웠을까? 한국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볶음밥이라는 음식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볶음 요리는 아시아식 한 그릇 요리의 또 다른 형식인 탕과는 달리 국물이 없이 바로 탄수화물이 본체가 된다. 그 말인즉슨 맛의 코어가 바로 탄수화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뚝배기에 나온 국물이라면 1970년대의 불쾌함을 전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작은 보온 용기 속 단지 보관 중이었던 밥이 나오더라도 용납하는 우리다. 맛의 핵심이 국물에 있고, 액체에 담그는 것으로 빠르게 그 맛을 침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른 음식이라면 그 자체가 양념되어있기를 희망한다. 케찹 마니스나 삼발을 녹여내지 않고 위에 뿌린다면? 맛의 균형이 좋기 아주 어려울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런 요리는 나시 고렝이라고 부르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