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타 - 생존의 맛

이와타 - 생존의 맛

줄 서서 기다리는 가게는 작성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이곳의 줄은 여의도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만 피하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외를 두더라도 목적에 반하지 않으리라 본다. 근래 그 어느 지역보다도 '핫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여의도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두 명부터 네다섯 명까지의 직장인 무리이다. 전형적인 잘 되는 동네 가게에 과연 무슨 재미가 있는가?

기호식품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요소가 적지만 매일 식사의 후보로서는 모자람이 없다. 닭육수를 기본으로 하는 간장 라멘은 가는 면, 죽순과 달걀은 스프의 단맛을 부각하고, 썰어올린 파는 살짝의 알싸함으로 입맛을 깨운다. 모든 요소들이 그야말로 전형 중의 전형을 달리는 와중 전체의 인상을 감싸는 것은 역시 스프다.

쇼유라멘은 궁극적으로 그 쇼유에 대한 선택지가 절망적인 현실때문에 쇼유의 풍미보다는 단맛의 균형, 그리고 풍미의 바탕이 되는 스프 속 동물의 풍미의 품질을 따지게 되는데 이와타의 라멘은 그 기준에서 훌륭하다. W스프 느낌으로 중국식 닭육수와 가쓰오 향의 일식 육수의 감각이 중첩되어 나타나는데 어느 쪽도 불쾌하지 않다. 가쓰오부시 풍미와 간장의 발효로 인한 감칠맛, 두 가지를 어우르는 단맛이라는 일본 요리의 철의 삼각을 그대로 지켜내어 라멘에 이식한다. 평범한 것들 사이에서 균형감각만으로 찾아낸 해답이다.

식음료에 대한 글을 쓸 때 자주 용어에 사고가 잡아먹히곤 한다. 라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으레 '무슨 계통이냐'-'면은 무슨 면이고(여기서부터는 일본말로 해야 전문가 대접 받는다)'의 내용이 빠지지 않는데, 식사의 경험을 톺아보면 용어들의 합이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와타의 라멘은 그런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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